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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30. 2021

흙 없는 마을의 상상불가한 풍경

#3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흙이 없다면서 도로는 또 무슨 말인가..?!!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등장한 나무데크가 이 마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도로라는 것을 눈치챌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저 장식용인 줄만 알았던 나무 데크가 알고 보니 골목길이자 도로였던 것이다.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리오 코크랑 강의 풍경이 단박에 이해됐다. 버스 종점에서 짐을 하역했다면 그 모든 것을 하나씩 어깨에 메고 높은 언덕 아래로 혹은 마을 중심으로 옮겨야 했을 것이다. 우리는 곧 마을 입구에 발을 디뎠다. 그곳에 여행자를 환영하는 입간판이 서 있었다. 깔레타 토르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Bienvenidos a Caleta Tortel..!


나무로 만든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흔히 볼 수 없는 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칠레의 피오르드가 펼쳐진 곳이자 우리에게 전혀 색다른 여행을 경험하게 해 준 명소였다. 흙 없는 마을에서 맨 먼저 한 일은 숙소를 구하는 일이었다. 이때부터 해프닝이 시작되고 마을을 이 잡듯 뒤지고 다녔다. 흙이 없는 마을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세상에 이런 마을도 있었다.


   


   지난 여정 흙이 없는 피오르드 마을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요즘은 노트북을 열어 클릭 한 번이면 세상을 다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달님 나라라면 몰라도 그 어떤 여행지라 할지라도 여행정보를 단번에 알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여행지의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연재하고 있는 깔레타 토르텔 마을만 해도 정보가 빈약했다. 다만 피오르드의 협만에 위치한 정도로 알고 있었을 뿐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여전히 베일에 가린 여행 지였다고나 할까.. 우리는 이곳에서 숙소를 마련하기 직전까지 흙 없는 마을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흙 없는 마을의 상상불가한 풍경




   하니와 나는 버스 종점에서부터 나무데크를 따라 천천히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이날은 파타고니아 여행을 할 때와 조금은 달랐다. 보통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하니는 그곳에서 배낭과 우리 짐을 지키고 있고 나는 근처에서 숙소를 찾아 나서곤 했다. 숙소가 마련되면 다시 그녀에게 다가와 짐을 나르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적 같은 일이었다. 청춘도 아닌 안 청춘이 배낭여행을 떠났으니 말이다. 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까르레 떼르라 오스뜨랄로 길게 이어지는 파타고니아 중심부에는 호텔을 찾아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딱 한 곳 파타고니아의 중부 도시 꼬자이께에서 호텔이 있었지만 별을 달아줄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현지 친구 툴리오네 곁에 짓고 있던 호텔은 규마가 커 보였지만 한참 공사 중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발을 디딘 곳은 민박집이 전부였다. 민박집도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의 숙소가 아니었다. 어떤 곳은 조금 반듯한 곳도 있었지만 그곳은 그나마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 나머지는 거의 판잣집 수준이었다. 나무로 만든 집에 방을 하나둘씩 만들어 놓고 샤워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구조였다. 형편이 조금 나은 곳에서는 온수가 나왔지만 어떤 곳은 미적지근한 물로 샤워해야 했다. 그곳도 사람들이 수 백 명 이상 모여사는 큰 마을에서 볼 수 있는 문화혜택이었다. 아무튼 조금 더 낫거니 못해도 거기서 거기랄까.. 



하니와 함께 종점에서 나무데크를 따라 마을로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걷고 있는 나무데크가 도로인 줄 몰랐다. 그리고 바닷가가 훤히 보이는 곳에 도착했을 때 이 마을의 도로는 나무로 만들어졌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도로가 나무로 만들어진 곳도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조금 전에 우리와 함께 버스를 나누어 타고 온 여행자들도 보였다. 그들이 저만치 마을의 중심지로 이동할 때 나는 언덕 아래에 위치한 오스뻬다헤(Hospedaje, 민박집)을 두드리며 주인을 만나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잠시 후 얼굴이 가무잡잡한 한 아주머니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세요..라고 묻기도 전에 우리의 모습만 봐도 여행자인 것을 단박에 눈치채는 것이다.


-혹시 빈방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만..

-샤워시설과 키친도 있나요? 

-네, 전부 다 갖추었어요. 

-그렇다면 더블베드도 있나요?

-네, 두 사람이 주무실 건가요? 

-네, 방 하나에 얼마죠?

-1인당 (우리 돈) 1만 5천 원이요.




그녀는 방값을 부풀려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 이곳의 물가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어떤 곳은 방 하나에 우리 돈 오천 원/1인을 지불한 곳도 있었다. 비수기 때 파타고니아의 민박집은 주로 빈방이 널려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박집 내부 구조 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면 단호히 거절하고 다른 집을 찾아 나설 태세였다. 그래서 흥정을 했다. 


-방값이 너무 비싼데요..?! 1인당 1만 원에 해주세요. 아니면 말고.. 요. 씩 ^^

-좋아요. 들어오세요.



그녀가 안내한 방은 내 생각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나무로 만든 숙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좁은 복도를 따라 몇 발자국 옮기자마자 빈 방이 나타났다. 그녀를 방문을 열어 보이며  마음에 드는지 싶은 표정을 지었다. 마음에 드나 마나 차선책이 없었으므로 "좋다"라고 말하며 짐을 옮겼다. 


우리가 묵을 방에는 낡은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으며 침대 위에 양모로 만든 이불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거덕거렸다. 침대에 걸쳐 앉거나 일어설 때마다 삐거덕거렸다. 이런 곳에서 나쁜 짓(?)을 한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겪은 일이다. 



침실에는 작은 여닫이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서 깔레타 토르텔의 바다가 나지막이 조망되었다. 벽에는 옷걸이용으로 대못 여러 개를 박아두었다. 대못 위에는 테이프를 칭칭 감아두었다. 그 옆에는 작은 액자가 하나 걸려있었는데 누군가 사진을 찍어 복사한 것이었다. 숙소 바로 앞에는 슈퍼마켓이 하나 있었다. 키는 작고 뚱뚱한 체구의 아주머니가 거실을 거쳐 주방으로 갈 때까지 계속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삐걱 삐거덕..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이곳의 원주민(인디오) 후손이었이며, 목수일을 하는 남편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직업이 목수인 사람이 복 받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이 마을을 지탱하는 것은 목재이자 도로까지 목재로 만들어졌다는 건 숙소를 정하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서 알게 됐다. 도로는 공사중이었디.



흙 없는 피오르드 마을에도 주요 도로가 있었는데 목재로 만든 도로였으며, 도로공사는 낡은 나무를 뜯어내고 새로운 목재로 바꾸는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도시에서 살고 있던 시민이 어느 날 흙이 없는 마을에서 진풍경을 만난 것이다. 대도시의 도로공사가 아스팔트를 교체하는 등의 작업을 거치며 폐기물을 남긴다면, 이곳은 낡은 목재를 뜯어낸 것으로 땔감으로 재활용을 하는 것이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하니와 나는 약속이나 한 듯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곳.. 흙이 없는 피오르도 마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에는 모든 게 신기한 것이다. <계속>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29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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