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거 있지..!
며칠 전의 일이다. 요즘 피렌체의 날씨는 가히 살인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이 밝은 즉시 서서히 달구어진 시내는 따끈함 이상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숨이 턱턱 턱까지 차는 건 기본 조금만 걸어도 녹초가 된다. 따라서 외출에 나서면 미리 기억해둔 동선을 따라 볕을 피해 그늘로만 다니게 되는 것. 그러나 어쩌다 동선이 끊기는 지역에 도달해 볕을 머리에 이면 머리가 지글지글 따끈 따끈 거린다. 생전 이런 더위 처음 겪는데 수은주를 보니 섭씨 40도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달구어진 시내 중심의 체감온도는 적어도 섭씨 50도는 육박하지 않을까. 그런데 외출에 나설 때마다 참 이상한 생각이 들곤 했다. 더위를 우리 내외만 타는지 관광객 수는 줄어들 줄 모르고 그들의 표정을 살피고 있노라면 끄떡없어 보인다. 그래서 아내에게 사람들의 표정이 왜 저럴까 하고 물으니 내 생각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마치 마약을 먹은 것 같은 표정들이야..!!"
아내가 마약을 먹은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내의 표현에 따르면 피렌체가 너무 좋은 나머지 그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들이랄까. 르네상스의 고도가 내뿜는 향기에 취해 더위를 잠시 잊고사는 것이라고 말해야 옳았다. 여러 번 강조했지만 피렌체에 둥지를 튼 후 우리가 목격한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행복해 보였다. 또 피렌체를 찾는 사람들의 수는 더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드는 법이 없어 보였다. 따라서 우리는 가끔씩 사람들이 무슨 이유 때문에 피렌체를 찾는지 궁금해하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사람들이 피렌체에 안 가면 죽는 줄 아나 봐..!!".
정말 피렌체는 볼거리는 물론 이야깃거리가 산처럼 쌓였다. 어디를 가나 아무 곳이나 둘러봐도 심심한 구석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곳이랄까. 따끈따끈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신들린 듯 피렌체 곳곳을 누비는데 저녁때만 되면 유독 사람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몇 군데 있다. 피렌체에 오시는 분들이 한 번쯤은 먹어보는 토스카나 주의 명물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를 파는 리스또란떼 혹은 뜨랏또리아이다.
물론 토스카나 주의 요리를 빼놓을 수 없겠다. 하루 종일 르네상스의 고도를 둘러보다가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리스또란떼 곳곳에는 끄로스띠니, 리볼리따, 아쿠아꼬다, 빠빠 알 뽀모도로, 까츄꼬, 살시차 알로 스피에도 등등등 수많은 요리들이 세계인들을 기다린다. 이탈리아 요리 역사에 따르면 이들 요리는 기원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요리까지 포함된 것이다. 토스카나 한 주의 요리를 시식해 본다고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따라서 이탈리아의 전통 요리까지 포함해 이탈리아 전체의 요리를 맛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야 할까. 그런데 이같이 불가능해 보일 것 같은 시식(degustazione)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피렌체 있다면 믿기지 않을 것 같다. 글쓴이의 이 같은 주장은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햄버거 때문이었다.
패스트 식품으로 잘 알려진 햄버거가 이탈리아에서는 슬로푸드 햄버거 옷을 갈아입고 이탈리아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다. 패스트푸드 속에 햄버거 패티가 있었다면 슬로푸드 햄버거 속에는 살라미, 포르맛쪼, 쁘로슈또, 토마토, 루꼴라 등 토스카나 주의 특산물과 싱싱한 야채들이 각종 살사들과 잘 어우러져 말 그대로 환상적인 맛을 연출하는 것.
일부러 찾아 나선 것도 아닌데 어느 날 우연히 빨라쪼 베끼오(Palazzo vecchio) 뒤편의 비아 데이 네리(Via dei Neri)라는 곳을 따라 아르노 강가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사람들이 줄지어 북새통을 이루는 곳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명소가 이탈리아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였던 것이다. 따라서 며칠 전에는 일부러 그 골목을 찾아 나서게 됐다.(독자분들 때문이랄까 ^^) 평소 햄버거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우리의 시선을 끈 것은 일 뽄떼 베끼오(il Ponte Vecchio) 앞 아르노 강가에서 큼지막한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는 젊은이들 때문이었다.
따라서 귀갓길에 아내와 함께 저녁으로 먹을 겸 햄버거 하나를 사서 두 쪽으로 나누어 달라고 주문하는 한편 즉석에서 인증샷을 날린 것. 또 양해를 구해 여러 컷의 관련 자료가 담긴 사진을 남겼다. 사진과 영상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이 햄버거(I Migliori Panini a Firenze)는 얼마나 큰지 5유로짜리(내용물에 따라 여러 종류의 햄버거가 있다) 한 개(1kg 육박)만 먹어도 한 끼 식사는 거뜬할 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경우는 둘이 나누어 먹어야 할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식성에 따라 주문되는 내용물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는 물론 토스카나의 주도 피렌체를 통째로 먹는 듯한 식감에 사로잡히게 될 것. 세상에서 가장 힘든 표현이 맛에 관한 것일 텐데 구구절절 긴 말이 필요치 않다. 혹시라도 여러분들이 피렌체에 가시 거덜랑 브런치 본문의 주소를 저장해 두셨다가, 이탈리아 슬로푸드로 만든 햄버거를 시식해 보시기 바란다. 마치 마약을 먹은 듯 묘한 맛에 사로잡히거나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걸릴 게 분명하다.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거 있지..!
I Migliori Panini a Firenze in ITALIA
Slow Food_In Via dei Neri FIRENZ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