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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22. 2021

식물의 영혼(靈魂)

#7 서울에 봄이 오시던 날


서울에 봄이 오시던 날 관련 포스트(점순이 마음 뒤흔든 풍경) 끄트머리에



나는 그분의 솔직 담백한 글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한편, 그녀의 다소곳한 행동을 상상하며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집에서 멀지 않은 산자락에 쌓인 낙엽을 헤쳐보고 싶은 정도로 봄이 기다려지신 것이다. 비록 코로나 시대에 잘 대처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과 대한민국이지만, 속 마음은 김유정 선생이 쓰신 단편소설 <동백꽃>의 주인공 점순이를 연상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은 나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사진첩을 뒤져 서울의 대모산 자락 양지바른 곳에 피어난 생강나무 꽃(동백꽃)을 소환하게 된 것이다. 이맘때 딱 한 철 볼 수 있는 매우 귀한 풍경이자 점순이 마음을 뒤흔든 어지러운 풍경이다. 입춘이 지나면 이미 봄은 저만치 달아나는 법이므로 짬짬이 브런치 이웃의 다소곳한 모습을 가슴에 담아 산기슭 혹은 들로 산으로 발길을 옮겨 보시기 바란다. 평생을 통해 1년에 단 한차례 볼 수 있는 천국의 모습이 주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식물의 영혼(靈魂)


   입춘이 지나 3월이 오시면 나의 발걸음은 바빠진다. 하니와 함께 동틀 무렵 집을 나서면 가까운 산(이곳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대모산자락이다)으로 아침운동을 나서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다니는 산행 코스를 따라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한편 다른 코스로 가고 싶을 때는 사전에 약속을 한다. 예컨대 약수터까지 갈 때면 먼저 도착한 사람이 약수터에서 기다리거나 돌아오는 길을 먼저 이동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주로 나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3월이 오시면 이 같은 일은 잦아진다. 산길 옆에서 앙증맞은 새싹과 꽃봉오리가 뷰파인더를 유혹하는 것이다. 나는 기꺼이 그 유혹에 넘어가 준다. 식물이 사람을 유혹한다..? 꽃이 사람을 유혹한다..? (그냥 재밌게 봐주시기 바란다. ^^)



나흘 전 1년에 단 한 번 볼 수 있는 우주쇼 편에서 김유정 선생의 단편소설 <동백꽃>을 패러디한 글을 썼다. 이미 독자님과 이웃분들을 내용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여차여차해서 점순이가 어느 소년을 꼬드길 음모를 꾸미고 실행에 옮기는 장면이 연분홍 수채화 같이 작품에 묻어나는 것이다. 그 작품은 1936년에 발표된 것이므로 대략 85년 전의 일이다. 시골에 살던 사춘기 소년 소녀의 풋내 나는 사랑이 잘 그려진 작품이다. 



서기 2021년 2월 22일 자정 무렵(현지시각), 나는 다시 그 작품을 소환하는 한편, 점순이의 발칙한 음모가 왜 동백(생강나무) 숲으로부터 발현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냥 인적이 드문 산기슭 숲 속 아무 데나 범행(?) 장소를 선택해도 무방할 텐데.. 그녀는 굳이 생강나무 숲 아래까지 소년을 데려간 것이다. 그렇다면 점순이와 생강나무(꽃)는 사전에 어떤 교감(학교 교감 말고..^^)이 있었을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교감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접촉하여 사상이나 감정 따위를 함께 나누어 가지다'라는 뜻이다. 사상이나 감정을 교환하려면 그 매체가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사람과 식물이 교감을 나누려면 합당한 이유나 장치 등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얼토당토않은 매개체를 내놓으면 사람들은 당장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라며 손사래를 흔들 것이다. 



그러나 그 매개체가 영혼(靈魂)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생강나무가 속삭이듯 "점순아, 그 아이를 이쪽으로 데려와.."라고 신호를 보내면 점순이는 속으로 "알았쪄.."라며 평소 찜해둔 생강나무 숲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말도 안 돼?ㅜ)



하니와 함께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던 중에 듣거나 알게 된 무성한 소문 중에는 '식물(꽃)에도 영혼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어떤 버스는 문짝 옆에 '꽃의 영혼(El espíritu de las flores)'이라고 써 두기도 했다. 그 영혼의 출처는 한 때 그곳에서 살았던 인디오들로부터 전해진 말이다. 



파타고니아 곳곳에 남아있는 이름들은 그들 원주민들에 의해 남겨졌으며, 널리 알려진 깔라파떼의 까만 열매를 따 먹으면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전설도 있다. 현대인들이 생각하면 점순이의 꼬드김처럼 황당할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그 열매를 따 먹고 다시 한번 더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우격다짐..?! ^^)



요즘은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지구촌 곳곳에 있는 사람과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그야말로 귀신도 놀라 자빠질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불과 5백 년 전쯤 혹은 그 이전에 살던 사람들은, 텔레파시(Telepatia)로 사람의 생각이나 말과 행동 등을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전달(transmission)했다고 한다.(믿거나 말거나ㅜ) 그러니까 깔라파떼 열매를 따 먹은 사람이 먼 데로 사냥을 나가면 언제쯤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곳에 남아있던 사람들로부터 듣게(전달) 된다고나 할까.. 



영혼은 세상의 많은 종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리의 소금 같은 존재이다. 만약 영혼이 없다면 종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등 세상의 많은 종교가 '영혼불멸설'(靈魂不滅說)을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육신과 영혼은 별개이며 영혼은 장차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거나, 다시 부활하거나 환생을 통해 사람 혹은 축생 등으로 태어난다는 것. 



그러니까 어느 봄날 나의 뷰파인더를 유혹하고 있는 새싹들과 꽃봉오리는 영혼의 한 모습으로 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대화란 입으로 소리 내어 "안녕 아가들아!"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아가들은 그들대로 "(와 아더찌다!)안넝 아더찌! ㅋ"라고 대답하는 것. 



우리가 지닌 오감 외에도 옛날 사람들은 텔레파시로 통신을 했는가 하면 텃새의 울음소리 만으로도 외부에서 손님이 오신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세상 만물들은 천지신명과 소통을 하고 있고, 그들의 중심에 각각의 종교에서 말하는 대빵(?)께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점순이의 꼬드김은 일찌감치 생강나무가 알고 있었으며, 실레마을 산기슭에 피어난 새싹들에 의해 동선이 일찌감치 파악된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흠.. 너무 픽션(Fantascienza (SF))같은가.. ㅋ 



뭐..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마늘에도 영혼이 존재한다'는 이탈리아인들의 마음 씀씀이면, 어느 봄날에 만나는 생명들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니가 저만치 앞서가는 주요 이유는 내가 만나는 풀꽃들이며, 생기를 북돋우어 주는 봄날의 요정들 때문이다. 오래된 습관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그들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우리는 매일 매 끼니마다 생명을 유지하고 살을 찌우기 위해 밥을 먹는다. 고기도 먹는다. 생선도 먹는다. 야채와 과일도 먹는다. 물도 마신다. 후식도 먹는다. 먹을 것만 있다면 닥치는 대로 입으로 가져간다. 그러나 정작 당신의 육신을 지탱하는 영혼에 대해서는 인색한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혼을 살찌우는 계절이 돌아왔다. 영혼이 살찌는 현상을 알 수 있는 때가 돌아온 것이다. 당신의 마음에 기쁨이 넘치고 행복이 충만하면 영혼이 살찌고 있다는 신호이다.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기 전에 세상 만물을 먼저 지었다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영혼의 양식이 지천에 널려있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Ecco come arriva la primavera_il Monte DEMO, Seoul COREA
il 22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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