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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27. 2021

마늘의 영혼

-이탈리아에서 만난 요리사들의 마음

식물에 영혼이 있다면 마늘에도 당연히 영혼이 있겠지..?!!


사흘 전 나의 브런치에 식물의 영혼(靈魂)이라는 제하의 포스트를 작성한 바 있다. 내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알게 된 요리사 혹은 사람들의 마음에 마늘의 영혼(l'anima dell'aglio)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나는 분문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뭐..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마늘에도 영혼이 존재한다'는 이탈리아인들의 마음 씀씀이면, 어느 봄날에 만나는 생명들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니가 저만치 앞서가는 주요 이유는 내가 만나는 풀꽃들이며, 생기를 북돋우어 주는 봄날의 요정들 때문이다. 오래된 습관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그들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얼마 전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마늘 중에 새파란 싹이 보였다. 그중 몇 개를 뜯어서 커피잔에 담고 약간의 물을 부은 다음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더니 마늘의 새씩이 길게 자랐다. 대략 10 센티미터는 될 정도로 며칠 만에 자라난 것이다. 내가 이 마늘을 따로 살려둔(?) 것은 포스트를 쓸 작정이 아니라 언급한 '마늘의 영혼' 때문이었다.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늘에도 당연히 영혼이 존재한다고 봐야 옳은 게 아닌가. (결국 포스트에 등장했다. ^^) 



이런 연유 등으로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식재료를 대하는 태도가 많아 달라졌다. 먹이사슬의 구조상 먹고 먹히는 가운데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이다. 무엇이든 먹을 수만 있다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울 것이다. 오죽하면 중국인들은 '책상다리만 빼고 무엇이든지 다 먹는다'라는 말이 생겼을까.. 


반면에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나를 위해 기꺼이 몸을 통째로 바치는 식물에 대한 고마움 혹은 경외심(敬畏心)이 필요할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셰프들의 마음가짐에서 그분들의 요리 철학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포스트는 현장에서 느꼈던 심정을 그대로 옮기는 한편, 우리가 날마나 섭취하는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상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양념은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류 외에도 액젓 등 다른 발효 조미료와 고춧가루, 깨소금은 물론 가루 조미료, 참기름과 들기름 등 기름과 쌀식초와 감식초 등 식초, 물엿과 매실청 등 청과 꿀, 그리고 파, 마늘, 생강 등 향신채를 양념으로 쓴다. 이런 양념으로 만든 요리는 우리 민족의 DNA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언제 어디서든 한민족의 동질성을 느끼게 만든다. 참 고마운 양념들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다음 알게 된 이탈리아인들의 음식문화는 대한민국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양념류 다수가 생략되는 등 자극적인 음식은 드물었다.(이탈리아 남부와 중부 북부는 서로 차이를 보임) 일례로 튀김용 기름은 해바라기씨유(Olio di semi di girasole)로 나머지는 올리브유(Olio di oliva_Olio extra vergine di oliva)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또 이들의 강점은 돼지나 소 등으로부터 얻은 부르로(II Burro, 버터)나 포르맛지오(Il formaggio, 치즈) 혹은 살루메(Salune) 살시챠(salsiccia) 빤체타(Pancetta) 쁘로슈또(Prosciutto) 등 발효 음식만으로도 훌륭한 식단을 차리게 된다. 그밖에 듀럼밀(Grano duro)로 만든 파스타와 우리에게 익숙한 삣싸(Pizza)등 이탈리아 요리(Cucina italiana)는 실로 다양하며 맛까지 풍부하다. 


이탈리아로 건너오기 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이탈리아 요리는 조족지혈 그 자체였다. 요리 공부를 하면 할수록 요리 세계는 실로 방대했으며, 풍미 또한 제각각일 정도로 이탈리아는 '요리의 천국'이라 불릴만했다. 그 가운데 내가 주목하고 있는 양념이 마늘이었다. 마늘과 올리브유로 만드는 '마늘 기름'과 소금 후추만 있으면 웬만한 요리는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들 요리에 사용되는 마늘은 우리처럼 마늘을 통째로 먹는 게 아니라 마늘의 향만 주로 취하는 게 특징이다. 그러니까 마늘의 영혼만 취한다고나 할까..



위 자료 사진의 음식들은 요리학교 졸업시험에 출품된 작품들이다. 이탈리아 코스 요리 중 세 가지를 선택하여 출품하고 이탈리아 각지의 유명 리스또란떼 셰프들이 차출되어 심사 후 점수를 매기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 신기했다. 이게 과연 먹는 음식인가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웠으며 식재료 본연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이들 작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에 대해 단박에 분별할 수 있는 눈높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 요리 다수는 마늘의 영혼(향기)만 취한 것들이다.



기분 좋은 분위기가 묻어나는 이곳은 피렌체의 한 리스또란떼의 살롱(sala di un ristorante)의 모습이다. 내가 이곳에서 일을 하는 동안 '마늘의 영혼'에 대해 듣게 됐다. 그래서 자료사진을 뒤적여 봤더니 용케도 몇 장의 사진이 남아있었는 데 그중 한 장이다. 이 사진이 남아있었던 이유는 주방 바로 앞에 위치한 장소(주로 살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곳)였으며, 요리사들은 이곳에서 주로 식사를 하곤 했다. 그때 남긴 기록이다. 전체 구조를 봤을 때 약간은 은밀한 장소였으므로, 은밀한 곳을 찾는 단골 손님들이 주로 애용하는 장소였다. 



이 리스또란떼의 셰프는 (나 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요리학교의 대선배였으며, 수셰프(sous chef)의 경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이미 이탈리아 요리에 발을 들여놓은 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을 넘기고 있는 베테랑들이었다. 어느 날 내게 수셰프가 마늘을 들어 보이며 호주머니 칼로 마늘을 반쪽으로 잘라 단면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프란체스코, 이곳이 마늘의 영혼(Anima)이라는 곳입니다"라며 우쭐댄 것이다. (당시 나의 이름은 프란체스코..) 우쭐댈만했다. 그때 속으로 무릎을 탁 쳤다. 요리학교의 특강에 이어 요리사의 요리에 대한 마음 자세가 이렇구나 싶은 생각을 다시금 가슴에 새기게 되는 것이다.  마늘 한쪽을 통해 요리사와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현장이자, 어느 날 마늘 몇 쪽을 테이블 위에 놓게 된 배경이었다. 참 재밌는 요리의 세계이다.


*참고로 코로나 시대의 요리학교의 수업 과정을 담은 영상이다. 

I cuori degli Chef incontrati in Italia, l'anima dell'aglio
il 26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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