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의 봄맞이
인생이 보다 더 길었다면 살아보고 싶었던 곳..!!
지난 여정(피렌체에 꼭꼭 숨겨진 명소) 끄트머리
대한민국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집단면역의 꿈을 향해 가고 있지만 이탈리아의 코로나는 갑질을 하는 듯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 피렌체로 여행을 떠나시는 분들은 없겠지만, 피렌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혹시라도 몇몇이 이곳에 왔다고 해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을 것이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웃긴다. 그렇다고 차마 웃을 수도 없는 일..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까지 감추어 가면서 스토리텔링에 빠지는 모습은 상상불가.. 거기에 이탈리아는 최소한 3월 27일까지 각 주(Regione)를 넘나들 수 없으므로 사실상 문을 걸어 잠근 셈이다. 하지만 집콕을 통해 브런치를 열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스펙터클한 풍경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피에솔레의 풍경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3월은 년 중 단 한차례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다. 조물주는 어느 날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를 우리에게 보내주었고, 그것도 모자라 피에솔레에 상상할 수 없는 대자연의 걸작을 살짝 감추어 둔 것이다. 우선 그림으로 만난 후 코로나 시대가 소멸되어 피렌체에 가시 거덜랑(그것도 3월에) 피에솔레를 꼭 방문해 보시길 강추해 드린다.
영상, 피에솔레 가는 길 2편
_Ars Lunga Vita Brevis
서기 2021년 3월 11일 오후(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씨는 화창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한 이틀 추적추적 비가 오시더나 해맑은 하늘을 드러낸 것이다. 아침에 과일 가게에 들러 배와 키위 그리고 사과를 한 보따리 사 왔다. 요즘 자주 먹는 과일이자 마구 당긴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반드시 거르지 않는 게 있다면, 끼니를 거르지 않는 일이며 영양가 있는 균형 잡힌 음식을 잘 먹어주는 것이다. 이런 습관은 꽤 오래된 것으로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에는 보다 더 철저히 나를 위한 식단에 신경 쓰는 것이다. 참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물이다. 하루에 최소한 2리터 이상을 반드시 섭취한다. 이런 습관은 유년기 때부터 형성되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어느 날 산골짜기에서 고사리 손으로 받아마신 물맛을 지금까지 기억할 정도이다. 내가 좋아하는 물맛을 기억하고 있으므로, 시중에 판매되는 여러 종류의 생수 중에 내 입에 맞는 물을 단박에 찾아내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물맛은 달콤하며 담백하고 잡내가 없으며 미세한 미네랄 향이 포함됐다. 이런 습관 때문에 이탈리아서 사는 동안 시중에 판매되는 수많은 생수의 맛을 아쿠아 소믈리에(sommelier dell’acqua)처럼 감별해 내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와인 소믈리에( Il Sommelier)와 아쿠아 소믈리에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나라이다. 포도의 품종과 숙성방법 및 원산지와 수확연도의 일조량 등을 참고하여 품질과 가격을 매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수의 질이나 물맛 등이 도마에 오르는 것이다. 화산대에 위치한 이탈리아의 물맛은 천 차 별 만차 별이다. 따라서 이탈리아에서는 "물은 곧 비즈니스다(L'acqua è commerciale)"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런가 하면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물맛 좋기로도 유명하다. 마을마다 설치해 놓은 우물물(수도)은 그냥 마셔도 좋을 만큼 달콤하고 시원하다. 그런데 요리학교가 위치한 빠르마(Parma)의 한 지역의 물맛은 엉망이었다. 단물이 아니라 거친 물이어서 비누 거품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다. 샤워를 하면 물이 몸에 칭칭 감기는 듯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시는 물을 마트에서 판매되는 생수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맛있는 물은 그냥 맹물이 아니라 와인처럼 물에서 미네랄 향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 맛을 가장 강하게 느낀 곳이 돌로미티의 빠쏘 지아우(Passo Giau)에서 마신 샘물이었다. 당시의 샘물을 그리움, 9월에 만난 첫눈 최종회에 기록해 두었다. 그곳은 돌로미티 여행 중에 만난 샘물로 시중에서 팔고 있는 생수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달콤하였으며 미네랄 맛이 느껴지는 고급 생수였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빈 페트병을 총동원하여 샘물을 받아온 것이다. 나의 이 같은 물 사랑으로 피부는 쉰세대 답지 않게 팽팽하며 투명하다. 세월이 흘러 동안(童颜)은 백발에 가려졌지만, 피부는 '한 피부'하는 것. (자랑질도 자랑질도..ㅋ)
정원이 아름답게 잘 가꾸어 놓은 이 집 마당을 이웃 루씨 작가 님이 참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생수 예찬을 장황하게 끼적거린 이유는 다름 아니다. 오늘 포스트 제목을 인생은 짧고 갈 곳은 천지빼까리로 정해놓고 보니, 100년은 살지 못할 망정 살아있는 동안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했다. 시중에서 회자되고 있었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Ars Lunga Vita Brevis)"라는 본래의 뜻(라틴어)을 통해 우리네 삶을 돌아보고 싶은 것이다. 링크해 둔 라틴어 원어의 출처는 히포크라테스(Ippocrate)로부터 발현됐다.
기원전 470년경 고대 그리스의 페리클레스 시대 의사이고, 의학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의 하나로 꼽히는 그는 '의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당신은 의학도가 행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Giuramento di Ippocrate)'로 더욱 유명하다. 그중 한 구절을 옮기면 이러하다.
"나는 이 선서와 계약을 지킬 것이니, 나에게 이 의술을 가르쳐준 자를 나의 부모님으로 생각하겠으며, 나의 모든 것을 그와 나누겠으며, 필요하다면 그의 일을 덜어주겠노라. 동등한 지위에 있을 그의 자손을 나의 형제처럼 여기겠으며 그들이 원한다면 조건이나 보수 없이 그들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겠노라. 교훈이나 강의 다른 모든 교육방법을 써서라도.."
요즘 의사들(내가 신뢰하고 좋아하는 자유로운 콩새 님 빼고..^^)이 과연 당신의 선서를 그대로 잘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아무튼 당신께서 의학의 아버지로 불릴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의술의 영역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곳이며, 인류문화사 이래 최고로 발달한 현대의학 조차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신묘막측한 경지에 속한다. 따라서 'Ars Lunga'란 말은 '예술'보다 테크네(techne_의술)로 해석해야 옳다는 게 정설인 듯하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는 경지이자 짧은 인생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랄까..
내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 혹은 갱상도 사투리 중에 '천지빼까리'는 너무 흔하여 지천에 널려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포스트 제목을 인생은 짧고 갈 곳은 천지 빼까리..라고 뽑았다. 세상 살만큼 살다 보니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유명을 달리히신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자서전에 밝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명언이었다. 젊은이들에게 호연지기를 통해 세계로 시선을 옮기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어쩌면 오늘날의 우리가 이런 명언에 힘 입어 잘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어느날 내 귀에 익숙한 히포크라테스와 대우 신화를 쓴 한 분을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는 동안 최소한의 의식주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할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안 청춘인 내가 본 세상은.. 아니 대한민국에는 개미처럼 일만 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정년 퇴임 후에도 무엇이 그렇게 불안한지 일에 매달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생계유지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다. 그러나 어떤 분들은 경제적으로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당신의 행복한 삶을 위한 노력이 적어 보이거나 생략된 채 평생을 일만 하다가 죽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그분들을 보며 왜 그럴까 고민을 해 본 적 있다. 그들은 인생 후반전에 대해 '노후대책'을 세워두었지만 그건 목숨을 부지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정년을 60세로 가정했을 때 80세에 생을 마감한다고 하면.. 당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대략 20년에 불과하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시간이 있다. 20년 중에서 당신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건강관리를 잘해서 75세까지 활동할 수 있는 나이라면 행복한 당신의 삶에 주어지는 시간은 15년이며 어떤 사람들은 10년 혹은 5년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누군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를 남겼다. 이때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긴다. 나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모아두었지만, 막상 어디론가 떠나려고 하니 덜컥 겁이 앞선다. 개미처럼 일만 열심히 하는 동안 '배짱이의 세계'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짬짬이 배짱이의 세계를 탐하신 분들은 문제가 없을 것이나, 남아있는 삶의 시간을 계수해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의 수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거의 매일 통화를 하면서 내가 좁쌀을 자청하는 건 다름 아니다. 건강 관리를 위해 인체에 필수적인 5대 영양소를 매 끼니 챙겨 드시라는 좁쌀이다. 좁쌀 하나 더.. 5대 영양소는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비타민과 무기질이다. 거기에 칼슘, 미네랄, 식이섬유 등 '필수 영양소'까지 더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일 것이다.
그리고 인체를 건강하게 잘 유지하게 만드는 두 가지가 있다. 신선한 물과 공기가 그러하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는 말이 그냥 된 게 아니었다. 이걸 등한시 하면 하늘나라(?)는 보다 더 빨리 내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좋은 물과 공기를 잘 갖춘 나라이긴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매일 죽을 쑤고 있는 곳이 있다.
하루 일과가 되어 살펴보는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 중에 눈여겨봐야 할 곳이 있다. 서기 2021년 3월 10일 자 통계(Coronavirus in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10 marzo: 22.409 nuovi casi e 332 morti)를 다시 한번 더 살펴보자.
Lombardia 644.784: +4.422 casi (ieri +4.084) con 55.535 tamponi
Veneto 346.436: + 1.561 casi (ieri + 1608) con 43.293 tamponi
Campania 292.608: +3.034 casi (ieri +2.709) con 25.867 tamponi
Emilia-Romagna 287.136: + 2.155 casi (ieri +2.429) con 41.414 tamponi
Piemonte 264.539: + 2.086 casi (ieri +2.018) con 23.758 tamponi
Lazio 248.429: + 1.654 casi (ieri +1.431) con 38.401 tamponi
Toscana 167.745: + 1.293 casi (ieri +1.001) con 25.946 tamponi
Puglia 158.908: + 1.571 casi (ieri +1.286) con 12.262 tamponi
Sicilia 158.193: + 695 casi (ieri +595) con 23.994 tamponi
Friuli Venezia Giulia 82.628: + 866 casi (ieri +598) con 9.558 tamponi
Liguria 81.205: + 342 casi (ieri +248) con 7.945 tamponi
Marche 74.764: + 881 casi (ieri +243) con 9.373 tamponi
Abruzzo 58.323: + 372 casi (ieri +187) con 11.143 tamponi
P.A. Bolzano 55.712: + 213 casi (ieri +178) con 12.725 tamponi
Umbria 47.009: + 296 casi (ieri +232) con 6.829 tamponi
Sardegna 42.024: + 65 casi (ieri +146) con 2.497 tamponi
Calabria 39.891: + 283 casi (ieri +149) con 2.872 tamponi
P.A. Trento 36.627: + 405 casi (ieri +213) con 4.172 tamponi
Basilicata 16.914: + 115 casi (ieri +182) con 1.541 tamponi
Molise 11.314: + 80 casi (ieri +24) con 1.306 tamponi
Valle d’Aosta 8.179: + 20 casi (ieri +8) con 609 tamponi
위 통계표 맨 처음에 기록된 곳이 롬바르디아(Lombardia) 주이며, 주도(Il capoluogo)는 밀라노(Milano)이다. (다른 곳 보다) 롬바르디아 주를 주목해 주시기 바란다. 밀라노가 중심에 위치한 롬바르디아 주의 지도를 살펴보면, 이곳은 알프스 남쪽 기슭과 아펜니노(Appennini) 산맥 간의 3각 지대로 포 강(Fiume Po)과 그 지류에 의해 형성된 이탈리아 최대의 충적평야(沖積平野)이다. 포강 유역은 이탈리아 제1의 곡창지역이며, 또 이탈리아 제1의 상공업지대이다.
철학을 전공한 이탈리아어 어학당의 젊은 선생님의 증언에 따르면, 이 지역의 물과 공기의 오염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아드리아해 북부까지 오염시킬 정도라고 말한다. 그곳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위치한 곳에서 멀지않은 곳이다. 300만 명이 더 살고 있는 대도시 밀라노(인구 밀도는 2,000명/km²)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2017년 기준 997만여 명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인구밀도는 23,246 km²로 밀라노 대비 10배가 넘는다. 하지만 서울의 코로나 성적표는 이탈리아와 비교 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두 도시의 지형과 생활문화 등이 시사하는 바 매우 크다.
죽기 전에 한 번 살아보고 싶었던 피렌체에 이어 어느 날 봄나들이를 떠나면서, 인생이 보다 더 길었다면 살아보고 싶었던 장소가 피에솔레였던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짧고 갈 곳은 천지빼까리인 세상에서 매우 제한적인 공간을 누릴 수밖에 없는 인생 후반전이 아닌가.. 히포크라테스의 깨달음 조차 당신이 심혈을 기울인 의술의 한계를 한탄했으니.. 그나마 당신의 건강이라도 잘 지키며 누리고 살아야 할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코로나의 창궐은 집콕 등을 통해 당신의 건강을 잘 돌아보라는 하늘의 신호인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천지빼까리로 널렸다. <계속>
La primavera fiorentina del Rinascimento_FIESOLE
il 11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