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서울에 봄이 오시던 날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서울에 봄이 오시던 날(개똥밭의 비밀(秘密)) 편 끄트머리
나는 어느 봄날 천국에서 먼 나라 이탈리아행 티켓을 구하려 했던 것이다. 그 후, 피렌체의 모 리스또란떼에서 맨 먼저 일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피렌체는 개똥밭 천지였다. 좁은 인도 위에 아무렇게나 싸질러둔 개똥 때문에 징검다리 건너듯 했다. 그렇게 조심하며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때는 부비트랩(?)을 밟고 마는 것이다. 피렌체 시민들은 정말 개똥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일까 싶었던 시기였다.
르네상스의 고도에 내질러놓은 개똥들은 얼마 후 시장이 바뀌면서 철퇴를 맞이했다. 비가 쏟아져야 어디론가 씻겨 내려가던 개똥들이 개 주인들과 함께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하게 된 것이다. 피렌체를 괴롭히던 개똥들이 어느 날 마음을 잘 쓴 시장을 만나 다시 천국으로 변한 것이다.
비록 코로나 시대이긴 하지만 요즘 어디를 가도 천국을 만나게 된다. 당신의 마음속에 '꽃 한 송이가 뭐 그렇게 대단한가'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고, 꽃 한 송이 때문에 천방지축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마음이 깃들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를 깊이 따져봐야 한다. 연중 한차례.. 하늘나라의 요정들이 우리 곁에 머물며 천국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현장으로 달려가 보시기 바란다.
서기 2021년 3월 25일 목요일 아침(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하늘에 먹구름을 잔뜩이고 찌푸린 날씨를 보이고 있다. 기온은 영상 11도씨를 보이고 있고 바람이 적당히 불고 있는 약간은 음산한 날씨다. 도시 위로 곧 비라도 흠씬 뿌릴 듯한 태세다. 바를레타의 날싸는 물론 이탈리아는 우울한 표정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도 비루스를 닮았는지 뉴스를 열어보면 우울한 표정인 것이다. 코로나 성적표 조차 나아지는 듯 뒷걸음을 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틀 전(24일)에도 새로운 감염자 수가 21,267명에 이르고 사망자 수는 460명이었다. 한 때 유럽은 물론 우리 행성을 호령했던 로마 제국이 무색하게 코로나 앞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지만 이런 상황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이러한 때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하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전화기 너머 그녀의 표정이 밝은 건 곧 실시될 백신 접종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견우와 직녀가 상봉할 날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랄까..
그녀는 내게 우리나라에서 떠도는 가짜 뉴스(많이 본 뉴스)를 물어와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가뜩에나 코로나 때문에 어수선한 분위기에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짝퉁 언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발끈한 나머지 "예전 같았으면 삼족( 三族)을 멸할 매우 위험한 사건"이라 말했다. 이웃을 이간질하는 사람들에게 내려져야 할 무서운 형벌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언론과 기자들이 그렇게 할 짓이 없는가..)
그런 그런 반면에 최근에 돌아본 커뮤니티에는 봄소식이 시시각각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브런치 이웃분들도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현지의 봄소식을 전해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분들이 '신의 그림자'를 퍼 나르는 천사들이라 생각하며 즐거워했다. 나의 브런치에서 자주 인용되는 신의 그림자란 남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미스뜨랄의 <예술가의 십계명> 중 첫째 계명에 등장하는 말이다. 첫째 계명은 이러하다.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기 전 서울 강남에 살면서 이맘때가 되면 바쁘다. 바빴다. 먼 길을 떠나 봄맞이 소풍을 떠날 때도 있었지만, 이웃에 널린 봄소식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 강남에는 내가 좋아했던 대모산과 청계산이 있었는가 하면, 대모산 기슭 아래 오래된 주공아파트 단지를 좋아했다. 지금은 개발 붐으로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풍경들이지만 그곳에는 도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풍경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이맘때면 천상의 신들이 인간계로 강림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건(?)을 신의 그림자라 불렀다. 신들은 도시 곳곳을 기웃거리는 것이다. 이맘때가 되면 도시 곳곳에 충만한 신들 때문에 사람들은 신의 존재에 대해 무덤덤하다. 닭 소 보듯 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차고 넘치면 소중한 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신들이 이 땅에 거하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우리를 잠시 행복하게 만드는 신의 그림자의 유효기간은 열흘이 채 안 되는 것이다. 내가 만난 백목련이나 자목련은 겨우 사흘 만에 꽃잎을 떨어뜨렸다.
봄이 오시는 듯 금방 저만치 달아나는 것이다. 관련 브런치의 글을 끼적거린 때가 지난 3월 17일이었으므로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꽃이 시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때에 맞추어 벚꽃이 만개하고 있었다. 목련의 뽀송뽀송한 촉수에 한 눈이 팔린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신들은 세월까지 덤으로 챙겨간 것일까..
연중 단 한 차례 도시에도 신의 강림이 시작된다. 세상 어느 곳에도 신의 그림자가 충만한 때인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시인 김춘수 님은 '꽃을 이렇게 노래했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意味가 되고 싶다.
도시의 창밖에서 신의 그림자가 창을 두드린다. 신께서는 당신으로 하여금 어떤 의미가 되고 싶어 한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意味가 되고 싶다.
겨우내 삭막해 보이는 도시에 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세상은 천국으로 변한다. 나는 천국 시민이다.
예술가의 십계명 원문_Decálogo del artista
I. Amarás la belleza, que es la sombra de Dios sobre el Universo.
II. No hay arte ateo. Aunque no ames al Creador, lo afirmarás creando a su semejanza.
III. No darás la belleza como cebo para los sentidos, sino como el natural alimento del alma.
IV. No te será pretexto para la lujuria ni para la vanidad, sino ejercicio divino.
V. No la buscarás en las ferias ni llevarás tu obra a ellas, porque la Belleza es virgen, y la que está en las ferias no es Ella.
VI. Subirá de tu corazón a tu canto y te habrá purificado a ti el primero.
VII. Tu belleza se llamará también misericordia, y consolará el corazón de los hombres.
VIII. Darás tu obra como se da un hijo: restando sangre de tu corazón.
IX. No te será la belleza opio adormecedor, sino vino generoso que te encienda para la acción, pues si dejas de ser hombre o mujer, dejarás de ser artista.
X. De toda creación saldrás con vergüenza, porque fue inferior a tu sueño, e inferior a ese sueño maravilloso de Dios, que es la Naturaleza.
Ecco come arriva la primavera_Seoul, COREA DEL SUD
il 25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