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평원에 찾아오신 봄의 정령(상편)
1년에 단 한 차례, 평범하지만 매우 특별한 풍경들..!!
서기 2021년 3월 28일 오전(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모처럼 나홀로 소풍을 나갔다. 목적지는 바를레타 시내 중심에서부터 대략 10킬로미터 떨어진 안드리아 평원이다. 바를레타는 안드리아와 뜨라니까지 합하여 뿔리아 주의 도(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 )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한 도시에 인구가 대략 10만 명이 살고 있으므로 합하면 30만 명을 웃돈다.
하니와 나는 처음 이 낯선 도시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시골의 작은 어촌 정도로 생각하는 우를 범했다. 실제로 이곳에 살다 보니 인구 10만이 아니라 100만 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매우 활동적이고 가족중심적이며 착했다. 도시는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릴 만큼 구도시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매우 고급졌다.
어쩌면 이런 도시는 이탈리아를 통틀어 이곳밖에 없을 것이다. 도시가 대리석으로 도배되었다면 쉽게 이해가 가시는가.. 시민들은 자부심도 대단하여 이 도시가 이탈리아 최고의 도시라 믿고 있다. 무엇 보다 이 도시를 빛내주는 것은 대리석으로 건축된 건축물뿐만 아니라, 아드리아 해서 생산되는 해산물과 뿔리아 주의 드넓은 평원에서 재배되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이 아닌가 싶다.
이곳 바를레타의 재래시장에서는 제철 과일과 채소가 넘쳐나며 가격 또한 너무 착해서 장바구니가 늘 비좁다. 그런데 비좁은 것은 장바구니뿐만 아니다. 인구 대비 차고 넘치는 시민들의 활동이 코로나 시대에 적합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실천하자면 조금은 갑갑하다고나 할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이틀 전 발행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길 편에서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 등을 기록한 바 있다.
귀차니즘을 위한 영상, 마스크 내리자 봄이 안겼다
*영상을 편집한 이곳까지 바를레타 사내 중심에서 이동하며 카메라에 담은 3월 말경의 봄 풍경이다. 포스트에 다 담을 수 없어서 영상으로 편집했다. 이하 등장하는 풍경들은 안드리아 평원의 올리브 나무 숲 근처에서 만난 봄 풍경들이다. 아직 올리브 나무의 꽃은 피지 않았다.
관련 자료 등에 따르면 주 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이 3월 30일 자로 잠정 폐쇄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조치는 이탈리아 전역에 널리 퍼지고 있는 코로나 19 때문이며, 현지에서는 3차 팬데믹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하니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나의 동선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별 일 없으면 바깥출입을 삼가고 사진첩을 꺼내 브런치 앞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참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행함만으로 코로나 시대를 보낸다는 건 참 갑갑한 일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활보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대리석으로 만들었든 황금으로 포장을 해 둔들..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하루라도 더 빨리 마스크를 벗고 시내를 활보 하든 멀리 소풍이라도 떠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결심하게 됐다. 지난해 하니와 함께 코로나를 피해 바를레타 근교에 위치한 안드리아 평원으로 나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곳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맘때면 봄이 무르익었을 것이다. 올리브 과수원의 경계석 주변과 과수원에 빼곡한 풀꽃들이 나를 반길 게 틀림없다. 무엇보다 안드리아 평원에 나가면 잠시라도 마스크로부터 해방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사흘 전(28일) 아침, 마스크로부터 잠시 탈출할 작전을 감행했다. 도시를 가로질러 올리브 숲이 빼곡한 평원에 이르자 그 즉시 무르익은 봄이 내 가슴에 화들짝 안기는 게 아닌가.. 그 장면들을 포스트에 담았다. 방콕 혹은 집콕하는 분들에게도 대리만족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배어든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3월 말 현재 풍경을 공유하도록 한다. 짜잔~(자체 효과음 ^^)
안드리아 평원에 발을 들여놓으면 맨 먼저 올리브 숲이 반긴다. 희한하지.. 올리브 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무라는 생각보다 하나의 인격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이곳의 올리브 나무는 연로하셔서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뿔리아 주에는 수령이 500년도 더 된 올리브 고목들이 산재한 곳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역사를 이어온 것이자 이들의 성장을 지켜본 나무였던 것이다.
우리는 그런 풍경을 목신(木神)이라 불렀고, 그곳에는 정령(精靈)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정령은 만물에 깃들어 있는 신령한 기운을 말하는데 종류도 다양하다. 숲(林)의 정령이 있는가 하면 땅(地)의 정령도 있다. 또 빛(光)의 정령, 불꽃(炎)의 정령, 어둠(暗)의 정, 전기(電)의 정령, 물(水)의 정령, 바람(風)의 정령 등이 있고 각각의 하위의 정령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정령들의 조화로 세상은 살아있는 유기체로 영원불멸을 이어간다고나 할까. 참 알아가면 갈수록 신묘막측한 게 조물주의 조화이다.
나는 거의 반나절 동안 목신들이 살고 있는 올리브 숲 근처의 길을 마스크를 내린 채 걷고 또 걸었다. 그곳에서 나의 오래된 습관에 따라 봄나들이 나선 요정들과 눈을 맞추며 친지신명(天地神明)의 조화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 조화로움 속에 코로나 비루스(Virus (biologia))가 포함된 것도 참 이율배반적이다.
조물주는 세상 만물을 지으면서 눈에 띄지도 않는 생물인 박테리아(細菌)는 물론 미생물인 비루스(微生物)까지 동시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박테리아는 스스로 증식이 가능하지만, 비루스는 DNA나 RNA 중 하나만 가지고 있으므로 스스로 증식을 못한다는데.. 그렇다면 비루스는 왜 인간을 매개체로 살아가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녀석들이 인간을 그렇게나 사랑한다는 말인가..ㅜ
한국의 아침 시간에 맞추어 글을 쓰는 지금, 구급차가 삐요 삐요하며 달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연거푸 세번 째이다. 이탈리아는 총성 없는 코로나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3월 30일 자, 이탈리아의 신규 코로나 19 감염자 수(16,017 명)와 사망자 수(529 명)는 심각 그 자체이다.(Coronavirus in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30 marzo: 16.017 nuovi casi e 529 morti)
사정이 이런 가운데 안드리아 평원의 올리브 숲에서 목신을 만나며 반나절을 싸돌아 다니다 온 것이다. 그리고 목신들이 사는 숲에서 풀꽃 요정들을 만나며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상한 세상'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얼굴이란 우리말 뜻은 '영혼이 통하는 통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코로나 시대는 소통 부재의 세상이자 마스크로 가린 얼굴은 목신을 만날 수도 없는 것. 나는 이곳에서 마스크를 내린채 풀꽃들의 요정을 만나 잠시나마 행복했다. 그 장면들은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영상2, 마스크 내리자 봄이 안겼다
*영상은 고화질로 제작되었으므로 감동이 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
Lo spirito della primavera che venne nella piana di Andria
il 30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