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水原 華城)의 어느 봄날(하편)
수원 화성.. 이 보다 더한 벚꽃 축제는 없다..!!
지난 여정(수원 화성, 테마 있는 벚꽃 명소) 중에서
그러면 아버지께선 "엄니는.. 얼라들 버릇 나빠지게요. ㅜ"라며 할머니께 응수를 한다. 그러면 할머니는 으레 준비해두신 반박자료(?)를 통해 아버지를 나무라신다. 그때 등장하는 사람이 조선왕조 제22대 정조대왕(이산)이며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혹은 장헌세자, 장조(莊獻世子, 莊祖)로 불린다)와 사도세자의 아버지 영조대왕이었다. 할머니는 영조를 철천지 원수 대하듯 했다. 나중에 안 조선의 역사를 통해 영조가 몸 쓸 짓을 한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 새끼를 살 뒤주에 가둬 죽인 놈이.. 그게 애비더냐!"
이때쯤 아버지께선 대략 난감하다. 아이들 교육용으로 회초리를 든 이유만으로 영조의 못된 짓을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매우 억울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우리 집에는 아니 우리들에게는 평화가 찾아왔다. 물론 아버지가 내리신 징벌의 효과도 컸다. 우리는 자기검열(自己檢閱)을 통해 큰 탈없이 별일 없이 잘 자라게 된 것이다. 그게 언제 적인가..(어른들 모두 하늘나라에 계시니..ㅜ)
서기 2021년 4월 2일 저녁답(현지시각)에 나의 브런치를 열었다. 그리고 사진첩을 열어 기록된 사진과 동영상을 살펴보니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든 수원 화성의 벚꽃놀이 풍경이 가득했다. 해묵은 기록 속에서 쏜살같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진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운명은 참으로 수수께끼 같다. 아는 듯 모르는 게 우리네 삶의 모습 같기도 하다. 오죽하면 '인간이 계획할지라도 하늘이 결정한다'라고 말할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나는 먼 나라 이탈리아에서도 뿔리아 주의 바를레타에 나홀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럴 줄 알았겠는가.. 굳이 누구의 탓이라고 말하면 코로나 19 때문이다.
오늘도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통화를 하면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게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 혹은 한국의 코로나 현황이었다. 오늘 자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여전히 참담하다. 지난 3월 중순보다 약간은 줄어들긴 했지만 신규 확진자 수(21,932명)와 사망자 수(481명)를 참조하면, 코로나를 피해 하니가 한국으로 가기 전과 비교가 안 되는 것이다.
본문의 자료를 살피시기 전에 수원화성 안내도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현재 위치는 자료의 좌측에 위치한 팔달산 기슭의 남포루 부근이다.
지난해 3월 28일 현재 확진자 수는 5,210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금년 3월 28일 현재 확진자 수는 19,604명에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링크된 자료를 참조하면 하니가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에서 백신 접종을 끝내고 이탈리아행 티켓을 거머쥐었을 때, 코로나 19 변종 바이러스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랄까.. 오늘 이곳의 날씨는 이틀 째 초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다. 낮 최고 기온이 23℃였다. 한 때 코로나 19는 온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겨울과 여름이 다르다는 것.
그러나 현재까지 코로나 발병 추세를 참고하면 춥고 건조한 환경에서 자주 나타나는 듯 보이지만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현재 이탈리아와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의 현주소이다. 상대적으로 보다 따뜻하고 습도도 높은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이 설명이 안 되는 것이다. 계절과 무관하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로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가능하면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집콕을 통해 싸돌아 다닐 때 하지 못한 일에 몰두하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 포스트가 집콕을 하고 있는 당신께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시간에 이어 수원 화성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수양벚꽃과 화성이 빚어낸 봄 풍경을 만끽하시기 바란다.
산벚꽃이 화성과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남포루(南砲樓) 바로 아래의 풍경이다. 남포루는 팔달산의 남쪽 기슭 경사지에 지은 화포를 갖춘 시설로 1796년(정조 20)에 창건된 후 1975년에 누각을 복원했다. 수원 화성에는 동포루, 서포루, 남포루, 북동포루, 북서포루 5곳의 포루가 있는데 주변 지형 조건에 따라 크기를 달리했다. 그중 남포루는 규모가 가장 작다.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에는 포루 내부 높이가 균일하게 설계되어 있지만, 지형에 따라 각 층의 높이가 다르다. 남포루 1층은 1.7m 2층은 1.25m로 만든 반면 누각이 있는 3층은 높이 3m 이상을 확보하였다. 남포루는 포루 중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다.(출처: 수원문화재단)
참고로 1997년 수원 화성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nel 1997 nell'elenco dei patrimoni dell'umanità dell'UNESCO)으로 지정하게 만든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자료의 출처는 국립중앙박물관이다.
"화성성역의궤는 정조가 구상한 신도시인 화성 성역 조성 전 과정을 기록한 종합 보고서입니다. 화성은 정조가 수원도호부(水原都護府) 관아와 민가를 팔달산으로 옮겨 새롭게 조성한 신도시로, 1794년(정조 18) 1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1796년(정조 20) 9월까지 32개월 만에 완성하였습니다. 공사 기간은 원래 10년을 계획했지만 정조의 각별한 관심과 조정의 적극적인 역할, 막대한 자금 투입, 치밀한 설계, 근대적인 공법 등 당시 국가의 역량이 총동원되어 공사 기간이 크게 단축되었습니다. 『화성성역의궤』에는 이러한 공사의 계획, 운영 과정, 참여자, 소요 경비, 자재, 공법, 도면 등 화성 축성의 전모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도설(圖說)」에는 건축 도면을 연상시킬 만큼 성곽과 부속 건물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 일제 강점과 한국전쟁으로 훼손된 화성을 실제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조선왕조 의궤는 2007년 일괄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고, 『화성성역의궤』는 2016년 보물 제1901-7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수원 화성 바깥 팔달산 기슭에서 아래서 위로 바라본 남포루는 빼어난 건축미를 뽐내고 있다. 포루가 아니라 하나의 근사한 작품을 보는 듯 하다. 수원 화성은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것이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에 기록된 이유에 따르면, 화성성역의궤에는 다른 의궤에는 없는 권수(卷首)를 두었기 때문이란다. 권수에는 공사가 진행된 일자[時日], 공사와 의궤 편찬 및 인쇄에 관련된 관원 명단[座目], 화성의 건물.축성 기구.행사의 그림과 설명[圖說]을 수록했다는 것. 기록을 마저 살펴보면 이러하다.
권1~권6은 본편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성곽 축조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입니다. 축성과 관련한 임금의 명령과 신하들의 보고 및 건의, 각종 행사의 내용, 공문서, 규정, 참여한 장인들의 명단, 사업 경비 예산과 결산 내용을 실었습니다. 특히 권1의 맨 앞에는 ‘임금이 지은 화성 축성을 위한 기본 방법과 계획’이란 뜻의 「어제성화주략(御製城華籌略)」이 있습니다. 이것은 정조가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올린 화성 축성 계획서인 「성설(城說)」을 토대로 작성한 화성 축성의 기본 계획서입니다.
마지막으로 부록[附編]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화성 외에 행궁이나 군영 등의 관아 건물[公廨], 사직단(社稷壇)과 문성왕묘[壇廟], 영화정(迎華亭)과 만석거(萬石渠), 역관(驛館) 등의 위치와 규모, 건립 비용, 관련 문서 등을 담았습니다.
내가 정조대왕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효심은 물론 올곧고 정직한 성품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판에 등장하는 이른바 수구 보수 꼴통들의 면면은 정조대왕 당시라면 모두 능지처참을 당했을 정도로 더 이상 부패할 곳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국민들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기본 뻔한 거짓말 등으로 당리당략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판의 개혁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세계 일류 국가로 거듭날 게 분명하다. 수원 화성에 가면 늘 당신의 모습을 기리는게 이 때문이랄까..
정조대왕은 즉위 후 13년이 지난 1789년에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화산(花山)으로 이전했다. 1793년 수원도호부를 화성유수부로 승격시킨 이듬해 화성 성역 사업을 시작하여 1796년 완료했다. 화성 신도시는 정조의 계획 아래 행궁, 성곽, 도로, 교량, 수문과 시장의 도시기반시설 및 저수지와 국영농장 등의 농업생산시설, 공격과 방어의 군사시설 등을 갖춘 계획도시이다.
따라서 화성성역의궤는 단순한 건축 보고서가 아니라 정조의 개혁 정치의 꿈을 담은 결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조선왕조 518년 동안 유일하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풍속, 예술 등을 통째로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수원 화성인 것이다. 당신의 아버지 사도세자께서 처참한 죽임을 당한 배경에는 오늘날 정치판에서 보여주는 중상모략과 이간질과 더 썩을 곳 없는 부패가 근본원인이었다. 나는 남포루 아래서 벚꽃놀이를 즐기려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과 잘 복원된 성곽을 번갈아 보며 어느 봄날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포토, 남포루 곁을 서성이며
포토, 남포루 곁으로 다가서서 바라본 풍경들
성곽의 틈새로 바라본 시민들의 모습이 다채롭다. 정조대왕께옵서 하늘나라에서 이렇게 굽어 살피실까..
포토, 수원 화성에서 만난 수양벚꽃의 자태
꽤 많은 분량의 글과 사진을 편집하는 동안 나는 시간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 정조대왕과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유년기의 내가 뒤섞여있었다. 행복했던 시간들이 환등기의 슬라이드 필름처럼 한 장씩 한 장씩 시간 저편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편에 이웃 안신영 작가님이 댓글을 남기셨다. 이랬다.
한달 전 쯤에 어느 작가님 부부와 함께 성곽 길을 걸었을 땐 산수유가 피어있었는데 4월엔 저토록 능수벚까지 활짝 피는군요. 정조와 사도세자. 어린나이에 뒤주에 갇힌 아버지를 바라봤던 참담한 심정이 어땠을까요? 몇년전 보았던 사도세자 영화 한 장면이 각인되어 어린 정조 뒷모습이 어른거리네요. 할머님의 지극한 사랑과 엄격하신 아버님의 훈육이 조화로워 훌륭한 작가님의 오늘이 계신것 같습니다. 저희 자랄때만해도 그와같은 할머님 한분 가정마다 계셔서 특유의 할머니 사랑으로 품 넓게 자랐던 것운 아닌지요. 시대가 너무 변해서 정이 담기고 인간애가 중시되는 교육이 사라져 안타까운 현실의 한 단면이 곳곳에서 사건사고로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미미하나마 해봅니다. 다시한번 작가님의 동선을 따라 수원화성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사진에서는 마치 딴 세상같은 풍경을 보는것같습니다.
어쩌면 이렇듯 내 마음을 꽤뚫어 보며 응원을 해 주시는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에는 벚꽃 명소가 널려있지만, 딱 이맘때 수원 화성을 방문해 보시길 강추해 드린다. 천천히 화성을 둘러보면서 바쁘게 살면서 놓친 귀한 시간들을 챙겨보시기 바라는 것이다. 오늘부터 이탈리아에서는 부활절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다. 코로나 시대에 자꾸만 노파심이 생긴다. 제발 집에서 당신을 위해 피 흘리신 그분을 기리셨으면 싶은 것이다. 당신의 바람도 그러히실 것이라 믿는다. 끝.
Un'altra luogo famoso del ciliegio in Corea del sud
il 02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