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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0. 2021

기회는 단 한번 뿐이란다

#24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삶에 주어지는 기회는 몇 차례나 될까..?!!


지난 여정(회상(回想)_나의 꿈) 중에 이렇게 기록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마음만 먹는다고 이루어지는 일을 아니었다. 운칠기삼(運七技三).. 내가 계획을 세울지라도 하늘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그러하겠지.. 나중에 알고 보니 보다 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다. 인간계는 육체와 정신체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게 되어 있었으며, 정신체는 다시 영혼을 담당하는 하늘나라의 조화가 필요했다. 


조물주는 내 앞에서 나를 이렇게 놀라게 했다. 세상에 이런 풍경들도 있는 것이다.


겨자씨와 바오밥 나무 씨앗이 장차 고목과 숲으로 변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인연법이 우리네 삶에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파타고니아 여행 중 어느 날 기적을 체험한 후 나의 육신과 생각이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이다. 그전까지 머리로 혹은 가슴으로 겨우 이해되던 일들이 하루아침에 깨달음이 오는 것이랄까.. 그때부터 무슨 일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행운이었다. 



기회는 단 한번 뿐이란다




   하니와 나는 마침내 또레스 델 빠이네(torres del paine chile) 정상에 올라 꿈에도 그리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으로 머나먼 여정이었다. 한국에서 직항 편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거쳐 다시 북상하여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시차 적응을 끝마친 직후 곧바로 남하했다. 



그리고 뿌에르또 몬뜨에 도착하여 현지 적응을 하며 로스 라고스 주의 북부 파타고니아의 오르노삐렌에서 본격적인 파타고니아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까르레떼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을 거쳐 중부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까지 진출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안데스를 너머 남부 파타고니아를 둘러보고 있는 것이다. 남부 파타고니아의 명소 또레스 델 빠이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이 이곳의 정상이다. 정상에는 바람이 쉼 없이 불었다. 하니는 바위를 등지고 바람을 피하고 신의 그림자가 드리운 호수와 암봉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단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를 놓칠세라 호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담갔다. 전율이 일었다. 다시 손바닥으로 만년설이 녹아 만든 호숫물을 떠 마셨다. 입안이 얼얼했다. 속은 또 얼마나 시원했는지.. 



여기까지 걸어온 보람을 한 순간에 느끼는 것이다. 마치 호숫물에 손을 담그고 물을 마시기 위해 온 것 같은 느낌이 든 것도 잠시 인증숏을 남기고 오던 길을 되돌아 가야 한다. 왔으면 돌아가야 한다. 올라갔으면 내려가야 한다. 우리네 삶은 이런 법이다. 위기도 그러하고 기회도 그러하다.



지난 여정(회상(回想)_나의 꿈) 중에 이렇게 회상했다. 


서기 2021년 3월 24일 아침(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틀 전까지 바람이 불고 약간은 썰렁한 날씨였다. 아드리아해가 봄바람을 무시로 퍼다 나르는 게 눈에 띌 정도였다. 봄비와 함께 이런 날씨가 이어지면 곧 봄이 허리춤까지 차오를 것이다. 이렇게 좋은 날.. 어디든지 다녀오고 싶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이틀 전까지 잠시 주춤하던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하룻만에 급반등 되었다. 이틀 전(23일) 잠시 수그러들었던 코로나가 감염자 수 18,765명을 기록했으며, 사망자 수는 551명이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통계를 거들떠보기도 싫을 것이나, 나의 경우 좋거나 싫거나에 상관없이 매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컸으며, 인생 후반전에 야금야금 갉아먹는 시간들이 그저 야속한 것이다. 



서기 2021년 5월 19일 오후(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당시의 기록을 들추어 보고 있는 것이다. 그때가 3월 24일이었으므로 닷새가 빠진 만 두 달이 가까워졌다. 그때만 해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는 암울하고 참담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감염자 수가 18,765명을 기록했고, 사망자 수는 551명이었다.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통화를 하며 한숨을 쉬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두 달의 시간을 보낸 어느 날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가 점점 나아지고 있더니.. 두 달 전의 상황을 따라잡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오랜 기다림이었던 것 같지만 불과 두 달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세상을 살다 보니 그러했다. 행복한 시간은 보다 더 빠르게 쏜살같이 지나가고, 불행한 시간들은 얼마나 더디게 흐르는지 모른다. 발목에 쇠고랑을 찬 듯 무겁고 속은 뒤집히고 머릿속은 엉망으로 뒤엉켜 마음속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행복했던 시간은 천국이자 불행했던 시간은 지옥 같은 것. 


위 자료사진 왼쪽 위 바위 밑에서 하얀 볕 가리게를 쓰고 바람을 피하고 있는 1인이 하니의 모습이다.


머나먼 길을 따라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에 선 여정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힘든 여정을 통해 정상에 다다랐지만 정상에 머문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쏟아부은 열정과 노력 등을 계수하면 하나의 결과물이 나타날 때까지 걸린 과정은 실로 엄청나다. 단 한 번의 기회는 주로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미운 오리 새끼가 겪는 험난한 과정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이다. 

신의 그림자가 깃든.. 세상에 이런 풍경도 있다. 


우리가 새로운 꿈을 꾸고 실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꿈에 지나지 않았던 일이 현실로 등장한 사건 중 하나가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이었다. 세상은 반드시 히말라야처럼 해발 높이가 높은 곳에 다다라야 꿈을 이루는 게 아니다. 늘 머릿속에서만 머물던 꿈을 가슴속에서 발효시키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 하니와 나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주로 이렇게 내걸었다. 그럴 때마다 행운이 함께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짓인지도 모를 일이 우리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녀는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아..!!"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Torres del Paine, Patagonia CILE
Scritto_il 19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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