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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08. 2021

바다야 노올자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6월의 바닷가

바닷가에 가시면 무슨 생각하시는지요..?!!



   연인들끼리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고 있는 이곳은 이틀 전에 만나 본 술렁대는 바닷가의 표정 중 일부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때가 대략 오전 7시 30분경 쯤이란 걸 감안하면 "집콕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싶은 생각이 단박에 드는 것이다.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는 이곳은 해수욕장이 개장되기 시작하면서 바캉스 시즌이 끝날 때까지 붐비게 될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바닷가는 텅 비었으며, 도시 전체가 문을 걸어 잠근 표정이었는데.. 이탈리아의 코로나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바닷가가 술렁대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훌러덩 벗어던지고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속살을 드러내 놓은 바닷가 모래밭 삼매경에 빠져드는 것이다. 



영상, L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_바다야 노올자





바다야 노올자


참 신기한 일이다. 달님과 해님이 번갈아 놀다간 자리에는 늘 작품을 남긴다. 누가 일부러 작품 활동을 한답시고 바닷가 모래밭에 주름(?)을 잡는다면 평생을 다 바쳐 일해도 모자랄 작품이다. 드 넓은 백사장을 무슨 수로 어떤 수를 놓을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이다. 그것도 비슷해 보이긴 해도 똑같은 장면은 없는 것. 



그런데 바닷가에 서면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걸 따지려 드는 사람이 없다. 바다는 오래전부터 당신이 살아왔던 곳이자 고향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생명의 기원에 따르면, 생명은 대략 38~41억 년 전에 처음 발생했다고 말한다. 자세하지도 않다. 그러나 수십억 년 전부터 태양계의 작은 행성 지구에 생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러 가설들 가운데 심해 열수구 가설을 살펴볼까.. 



"심해 열수구 가설은 생명의 기원 중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진다. 1977년에 잠수함을 통한 바닷속의 해저 열수구 탐사를 통해 과학자들은 이곳이 생명의 기원일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초기의 유기물들은 이 열수구 주위의 황철석의 촉매작용을 통해, 초기의 대부분의 화학 진화가 이곳에 축적된 유기물 층에서 이루어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유기물 층에서 일어난 반응은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대사활동과 흡사했으며, 생성물들은 초기 세포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것이 이론의 입장이다. 실제로 섭씨 100도가 넘는 해저 열수구에서 고미생물인 초호열성 메탄생성균이 살고 있어 생명 탄생설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해저 열수구 주변의 독립영양 박테리아들이 열수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성분을 영양분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초기 세포들도 이러한 물질들을 에너지로 사용했을 것이다. 최근에 이루어지는 레이저 핵산 실험과 화산 폭발에 기반한 스탠리 밀러의 제자들의 실험, 그리고 미 항공우주국에서 진행되는 실험들이 심해 열수구 가설을 지지한다."



아마도 이러한 가설 때문에 혹자들은 아예 믿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가설이기 때문에 그럴 개연성이 다분하고 신앙인들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일이다. 당신이 믿고 따르는 창조주의 입지가 마구 뒤흔들리기 때문이랄까.. 인간들은 무슨 일이든 당신이 정한 기준에 벗어나면 그때부터 앙탈을 부리는 것이다. 



어떤 개신교회 신도들은 부처님 오신 날에 모 사찰 앞에서 행패를 부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신이 믿는 하느님이 부처님보다 더 낫다는 주장이거나 사악한 종교로 세뇌된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 한데 어우러져 신앙 사업체를 이루고 있는 안타까운 풍경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하고 한 발짝만 더 들여놓으면 수수께끼가 단박에 풀리기 시작한다. 태초의 인류가 특정 가설로 태어나지 않으면 오늘날 현생 인류는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아프리카 기원설은 거의 굳어졌다. 자연인류학에서 현생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Recent African origin of modern humans)은 인류의 기원에 관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적 모델이라고 말한다.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조상들이 5만 년 전 혹은 7만 년 전부터 세계 각지로 전파된 것이다. 그 일은 지구의 나이 45억 년을 감안해 볼 때 현생 인류는 지구의 역사 끄트머리에 달랑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입만 열면 만물의 영장이라며 떠들어 대는 인간들의 현주소가 이런 것이다. 창조설을 박박 우기는 사람들이라면 지천에 널려있는 정보들을 하나씩 꿰어보시기 바란다. 바이블의 창세기의 모습(천지창조 1절~5절)은 이러하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인간이 계수하는 시간적 개념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것일 뿐이다. 아니라고..? 인간이 보기에 날파리의 삶은 얼마나 짧은지 모른다. 하루도 채 살지 못하고 발버둥을 치고 사라지는 것 같다. 인간이 보기에 참 안타까운 삶인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에 대한 판단도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판단인 것이다. 우리는 그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이론을 받아들이고 전파하며 학교에서 가르치고 따라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이게 인간의 한계인 것이다. 100명 중에 절반 이상이 옳다고 손을 들면 나머지는 그 판단에 따라가야 하는 매우 부적절한 일이 매일 매시각 벌어지고 있는 것이랄까. 



이런 판단을 달님이나 해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말이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아등바등 기대수명을 늘리려는 모습은 날파리 혹은 똥파리 보다 뭐가 더 나을까.. 



인터넷을 만들고 뱅기를 만들면 모든 생물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는 말인가. 달님과 해님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시간을 우리는 하루라고 말한다. 그 하루가 45억 년 동안 이어져 왔고, 나는 우리 행성의 나이 끄트머리에서 노트북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계수한 45억 년.. 



그러나 태양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시간 개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늘 되풀이되는 시간을 계수해서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그게 돈이 돼? 명예가 돼? 한마디로 웃기는 일에 우리 인간들은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매달리며 울고 불고 난리 법석인 것이다. 



내가 깨달은 창조주 혹은 조물주는 인간이 생각하는 것만큼 자잘하지도 비겁하지도 않다. 달님과 해님이 우리 행성에 주기적으로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한결같이 우리를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삶과 죽음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영원한 시간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이 남긴 흔적들..



나는 우리 동네 바를레타의 바닷가에서 그 흔적을 "좋아라" 뷰파인더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곳에 드리워진 신의 그림자..



바닷가에 서면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걸 따지려 드는 사람이 없다. 특정 가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그런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생명의 기원이 바다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장차 인류로 거듭나기 위한 절차였을 것으로 믿는 것이랄까.. 



어느 날 바닷가에 서면 답답했던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며, 바다가 당신을 꼭 품어주는 안락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먼 길을 다녀온 아이를 엄마가 꼭 품어주는 모습이다. 



그때 엄마 품에서 나직이 풍기던 젓 냄새가 비릿한 바다 냄새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당신이 다녀간 흔적을 바닷가에 오롯이 남겨두었다.



나는 그 흔적들을 좇아 바닷가를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지문처럼 남겨놓은 신의 그림자..



바닷가에서 신의 그림자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은 늘 가까운 곳에 있다. 있었다. 


Una bella vista del nostro villaggio_BARLETTA
il 07 Giugn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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