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의 해돋이와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 해변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해돋이가 막 시작된 직후 나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 대신 마르게리타 디 사보이아(Margherita di Savoia) 바닷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미 목적지와 바를레타와 경계를 넘어선 것이다. 그곳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허가 된 포구가 버려져 있는 곳이다.
한 때 이곳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것이다. 종려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서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포구가 있고 지금은 인적이 뚝 끊긴 곳이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 이곳 바닷가는 인적이 드문 만큼 바다는 깨끗하고 방금 솟아오른 해님 때문에 황금빛 조각들이 바닷가에 나뒹구는 곳이다.
나는 사구와 바닷가를 오가며 아침햇살에 비친 아름다운 바다를 뷰파인더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바닷가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그리움들이 조가비 조각으로 변해있었다. 이들도 언제인가 그들만의 언어로 사랑을 속삭였을 것이며 그리움으로 충만해 있었겠지.. 하지만 그들의 넋은 아드리아해에 오롯이 남아 이방인을 맞이하고 있었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바를레타가 가물가물.. 집으로 돌아갈 일이 까마득하다. 한 때 조가비들도 외출을 나왔다가 용궁으로 돌아갈 시간을 계수했을 거야.. 그들의 넋은 아드리아해의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속살을 비운 빈 껍데기가 나를 만나고 있어..
남의 일이 아니야.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우리 행성에서 이렇게 잊히는 거 아닌가.. 사보이아 해변에 버려진 포구도 조가비의 운명과 별로 다르지 않았지. 천년만년을 살 것처럼 열심히 꿈을 키우고 사랑하고 행복했었지..
지난해 이맘때 하니와 나는 인적이 드문 이곳 바닷가로 소풍을 나왔다. 나는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바닷가에서 건져 올린 당신의 그리움..
전화기 너머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표정은 후텁지근했지만 이내 밝아진 목소리..
"파도소리 들리세욤..? "
"응, 어딘데..? "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 바닷가까지 왔어.. 어딘지 알쥐? ^^"
"응. 아다마다..^^"
이렇게 시작된 통화는 끝날 줄 모르고 길게 이어진다. 그녀는 간밤에 페북 매시지 창에 글을 남겼다.
".. 난 바람이 되고 싶어
거침없는 바람이고 싶다."
영상, MARGHERITA DI SAVOIA,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바닷가에서 건져 올린 그리움
폐허로 변한 포구 위에서 내려다보니 건천이 된 바닷가에 파래가 새파랗게 널브러져 있다. 그녀의 뜬금없는 문자에 나도 한몫 거들었다.
"한밤중에 잠 못 이루시나요.."
독일의 프랑크 프루트 공항에서 그녀를 떠나보낸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다. 기다림이 지치면 그리움으로 변하는 것일까.. 포구에는 한 때 작은 배를 붙들어 매어두었던 시설물이 덩그러니 버려져 있고 알 수 없는 풀꽃들이 아침햇살을 맞이하고 있다.
마음과 마음을 붙들어 매어둔 그리움이라는 사랑의 존재.. 기다림에 지칠 법도 한데 해님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늘 응원을 해 주었어. 뿐만 아니었지. 사흘 전부터는 보름달이 샛노랗게 떠 올라 어느덧 반쪽으로 변해가고 있었지. 그 곁에서 반짝이던 샛별까지..
보름달이 떠오르면서 달라진 풍경이 발견되었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서 도시를 가로질러 바닷가 언덕으로 나서면 맨 먼저 듣게 되던 개구리울음소리가 뚝 끊겼다. 개구락 꾸역 꽤액 꼬르르륵 하며 울어대던 낯선 짝짓기 소리가 보름달이 뜨면서 약속이나 한 듯 사라진 것이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에서 분주하게 짐을 챙기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띈다.
" 뭐 필요한 거 없어욤..?!"
"응. 당신만 오면 돼욤!! ^^"
해돋이가 시작되면서 잠시 어둠에 갇혔던 건천의 다리 아래로 햇살이 깃든다.
그녀와 함께 걸었던 흔적이 남아있는 곳에 황금빛 햇살이 덧칠을 하며 그리움을 일깨우는 것이다. 8월이 오시면.. 덧칠된 발자국이 부조로 남아 마르게리따 디 시보이아 해변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겠지..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Margherita di Savoia
il 27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