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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5. 2021

담쟁이덩굴이 출근길을 막았다

#2 여행자들이 빠뜨린 피렌체의 명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담쟁이덩굴 퓌렌체에 있다!!



    빗방울이 오락가락하시던 만추의 어느 날 나는 뽀르따 로마나(Porta Romana) 중심에 위치한 삐아짜 산토 스피리토(Piazza Santo Spirito) 광장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 광장은 곁에 있는 바실리까 디 산토 스피리토(Basilica di Santo Spirito)로 발현되었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내게 이 광장은 낯설지 않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이곳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가까운 곳에서 방을 얻어 리스또란떼로 출퇴근을 했다. 그리고 짬짬이 근처를 돌아보며 망중한을 달랜 곳이다. 이곳은 시내 중심 피렌체(피렌체(Firenze)라 쓰고 '퓌렌쩨'로 고쳐 쓰기로 한다.)로부터 멀지 않지만 시내 중심에 있는 유명한 건축물들이 조각품 등으로부터 밀려나 관광객들 대부분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 우리나라 관광객을 만난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었다. 한두 사람을 만났던가..



그러나 내겐 이곳 퓌렌쩨의 구도시 뽀르따 로마나는 물론 광장은 너무 친숙한 곳이다. 퓌렌쩨서 살다가 바를레타로 이사 오기 전까지 나는 이곳에 위치한 한 어학당을 다니고 있었다. 우리가 살던 산 로렌쬬 성당 옆 메디치가 예배당(Cappelle Medicee) 앞에서 길을 나서고, 시내를 가로질러 뽄떼 산타 뜨리니따(Ponte Santa Trinita) 다리를 건너서 거의 직진을 하고 골목 한 두 개를 돌아서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여정 여행자들이 빠뜨린 피렌체의 명소 편 서두에 이렇게 썼다. 여기까지 스크롤을 내리면서 만난 풍경들은 뽀르따 로마나의 서쪽에 위치한 풍경들이다. 퓌렌체 중심에서 만날 수 없는 풍경들이 이곳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숲이 무성한 이곳은 지아르디노 꼬르시 아날레나Giardino Corsi Annalena) 주변의 풍경이며, 이곳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숙소에서 리스또란떼로 출근하면 자주 만나게 되는 낯익은 풍경이다.



숙소 근처의 주택들은 외부와 단절된 듯한 모습이며 주로 내부에 정원을 갖추고 있다. 잦은 외침이 있거나 침탈을 많이 당하면 이런 구조의 주택이 유행을 할까.. 뽀르따 로마나 지역에 가면 유독 이런 건축물이 여럿 눈에 띈다. 오늘 포스트에서 만날 주인공 담쟁이덩굴도 이 근처에서 어느날 나의 뷰파인더에 포작 되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장면이 주 출입구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는 사유지이며 매우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이름하여 지아르디노 또르리지아니(Giardino Torrigiani (privato))라 부른다. 공원이 사유지임을 밝히고 있다.



이 공원 입구에 다다르면 커다란 대문 사이로 거대한 플라타너스가 해넘이를 받아 황금빛으로 변한 걸 볼 수 있다. 만추의 아름다움이 깃든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공원 앞을 지나며 출퇴근하거나 또 다른 길을 통해 출근을 하게 된다.



좀 더 가까이서 본 플라타너스는 거대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자연재해(바람)를 입지 않아 잘 자란 나무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 길을 주로 퇴근길에 많이 다니고 출근길은 공원 뒤편의 한 광장(Piazza Torquato Tasso)으로 가게 된다. 만추에는 후자의 길로 출근하고 전자의 길로 퇴근을 했다. 버스 정류장이 동선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출근길을 막았다




어느 날 나는 출근길에 전혀 뜻밖의 풍경을 만나게 됐다. 평소 다른 골목길을 걸어서 출근하다가 모처럼 사방이 성처럼 둘러 쳐진 높다란 담벼락 옆으로 출근을 했다. 그때 저만치서 울긋불긋한 광경이 눈에 띄는 것이다. 그건 얼마 전에 봤던 담쟁이덩굴이었다. 



당시와 전혀 다른 풍경의 담쟁이덩굴이 나의 출근길을 막아선 것이다. 내 손에는 늘 카메라가 따라다녔으므로.. 속으로 (얼씨구~) 쾌재를 부르면서 담쟁이의 부름에 즉각 응했다. (옳거니~) 출근시간은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었다. 높다란 벽면을 가득 채운 담쟁이덩굴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골목길에서 요리보고 조리보고 또 보고..



그때, 한 할머니께서 손주를 유모차에 태우고 지나치다가 나의 모습을 즉각 흉내 냈다. 따라쟁이 할머니.. ^^



가을이 오시면 적지 않은 단풍을 만나게 된다. 특히 만추의 단풍잎들은 몸서리칠 정도로 아름답다.



몸서리칠 풍경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매달린 채 먼 길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 또 보고 요리조리 둘러보는 등 출근길에 담쟁이덩굴에 붙들려  오도 가도 못하는 것이다. 



이런 유혹 처음이야..!



다시 시간을 본다. 째깍째깍.. (자체 효과음이다. 휴대폰에서 이런 소리가 날 리 없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내 앞에 있다. 어쩔 텐가..?!



이번에는 담쟁이덩굴이 내게 말을 건다.



"(와글와글) 아더찌,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면 대자나요.."



"얘들아, 그걸 말이라고 하니..다음은 다음이고 카카오는 카카오야..!"



나는 높다란 담벼락 아래를 서성이며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시간은 다시 째깍째깍.. 녀석들과 타협을 해야만 했다. 이대로 가다간 지각 할 게 뻔했다. 배차 간격은 대략 30분이었다.



"그래 좋아, 얘들아 이따 퇴근 후에 다시 들를게.. 조치? ^^"



"(와글와글)와 신난다~ 아더찌 이따 봐요 네?!"


높다란 담벼락에 폭포수처럼 길게 늘어 뜨린 담쟁이덩굴들이 조막조막 작은 손을 흔들어 배웅한다. 나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담쟁이덩굴이 출근길을 붙잡았다는 것을 알차릴 때쯤 나를 태운 버스는 뽀르따 로마나 앞을 지나고 있었다. 다시 만나는 녀석들의 표정은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참 궁금했다. <하편으로>


Quando vai lì, tutti si innamorano del tramonto_FIRENZE
il 24 Nov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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