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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9. 2021

나도 입을 수 있어

-우리 동네 바를레타의 12월 풍경

누가 이렇게 튀는 패션을 즐길 것인가..?!



   사흘 전(6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시내 중심가에서 하니와 함께 산책을 했다. 이곳 바를레타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백화점이나 다름없어서 눈요기 거리가 지천에 널려있다. 더군다나 성탄 시즌이 다가오면서 매장 곳곳에는 알베리 디 나딸레(Alberi di Natale, 성탄트리)가 즐비하다. 곳곳에서 반짝반짝 화려하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 다수는 바를레타라는 도시를 잘 모를뿐더러 어떤 사람들은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 아래의 작은 어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생각이 달라진다.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도시보다 사람들이 더 붐비고, 시내 중심은 물론 구도시에는 고급스러운 상점이나 리스또란떼가 성업을 이룬다. 주변 도시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리석으로 만든 아담한 도시 바를레타.



특히 12월이 되면서부터 밤이 되면 사람들로 넘쳐난다. 우기를 맞이한 이곳의 날씨는 우중충 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부슬부슬 이어지고 있다. 도시 전체가 비에 흠뻑 젖어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이 내리면 약속이나 한 듯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진다. 그리고 시내 중심의 진열장을 빤히 들여다보거나 흘깃 거리며 지나치는 것이다. 어떤 매장에는 패션에 민감한 여성들이 빼곡하다. 


그녀와 함께 시내를 전전하고 있었던 이유는, 그림 선생 루이지와 저녁 약속을 하고 남은 시간을 시내를 어슬렁 거리며 눈요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만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진열장 속에 눈에 도드라지는 옷을 마네킹이 두르고 있는 것이다. 진한 파란색과 분홍색 옷감.. 톡톡 튀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나 입을 수 없는 옷 같아 보여서 모델이 입어야 어울릴 듯싶었다. 그래서 곁에 있던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와 너무 튄다. 아무나 못 입겠는 걸.. 넘 화려해! "


그 즉시 그녀가 단호하게 맞받아쳤다.


"나는 입을 수 있어!! ^^ "



그녀의 패션 감각은 남다르다. 옷 잘 입기로 소문이 났다. 서울에 살 때도 이탈리아 패션 매장이 단골이었다. 가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아무에게나 잘 어울리는 옷도 아니었다. 딸내미가 당신의 옷을 탐냈지만 어울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가 명품을 고집한 이유는 매우 소박하다. 명품을 구입할 때 초기 비용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한 번 구입한 순간부터 오랫동안 입거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싼 가격에 구입한 후 싫증이 나면 장롱에 처박아 두는 것, 그녀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중년 이후 장년 노년으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옷차림은 대체로 수수한 편이지만 그녀의 패션은 여전히 톡톡 튀고 세련미가 넘친다.(흠..팔불출 ㅜ) 기럭지 163 몸무게 52.. 살찌는 걸 죽는 것만큼이나 싫어하는 그녀의 비명 같은 외마디 주장..!!


"나는 입을 수 있어..!! ^^ "


나는 속으로 동의하는 즉시 진열장 앞을 떠나 저녁식사 장소로 걷기 시작했다.



il Nostro viaggio in Italia_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Il 09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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