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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1. 2021

자동차 윙 미러가 꿈꾸는 세상

-우리 동네 바를레타의 12월 풍경


뭔가 잘 풀리지 않는다. 그때 사용하는 역발상..?!



    서기 2021년 12월 20일 새벽(현지시각)에 일어나 노트북을 열었다. 그곳에는 지난주 집 앞에 주차해 둔 자동차가 성탄 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락가락 비가 성가시게 하더니 모처럼 활짝 개이면서 차창에 비친 트리가 색다르게 보였다. 반짝반짝.. 그리고 오가는 자동차들의 전조등이 윙 미러(Wing mirror, 사이드 미러라고 부르기도 함)에 비쳤다. 평소와 다른 특별한 광경이 윙 미러에 비치면서 전혀 다른 세상이 연출되고 있는 게 아닌가..



어쩌면 윙 미러가 꿈을 꾸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끼어들었다. 장거리 운전과 주차 중에 몸씨 쓸모 있는 녀석이지만 거울이 무슨 꿈을 꿔.. 이런 생각은 평소 나의 습관으로 옮아갔다. 



언제부터인가 콧수염을 기르고 있는 나는 정기적으로 혹은 부정기적으로 콧수염을 정리해야 한다. 작은 손가위로 거울을 보면서 불규칙하게 돋아난 녀석들을 보기 좋게 다듬는 것이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거울에 비친 건 내가 맞지만 말을 잘 듣지 않아요. 분명히 가위질을 이쪽으로 했는데 허공을 가르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거울과 반대방향으로 이리저리 가위질을 하면서 결국에는 작업을 마무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 생각난 게 여성들의 미용 솜씨이다. 



유년기 때 면경 앞에서 분을 토닥 거리던 어머니와 누님도 나와 똑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화장하는 장면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거울은 따라쟁이.. 토닥토닥 분칠을 하는 등 화장을 마칠 때까지 꼼짝없이 서 있는데 왜 나만 거울 앞에서 헤매느냐 말이다. 하니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화장대 앞에서 혹은 화장실의 거울 앞에서 전혀 흐트럼 없이 거울을 가지고 노는 달인의 경지..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의 뇌구조가 다르다더니 이런 것일까..ㅎ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서 윙 미러 뒤로 사라지는 자동차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거꾸로 된 세상.. (영상에서 확인된 것처럼) 윙 미러에서 뒤로 사라지는 자동차들은 방금 내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윙 미러 속에서만 가능한 세상이자 거울 속에서만 가능한 세상은 또 다른 곳에도 있다. 



하니의 화실에서는 매일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녀의 그림 선생님 루이지(Luigi Lanotte)가 소묘 작품을 지도할 때 두 개의 거울을 사용한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거울이며, 또 다른 하나는 검은색 간유리로 된 거울이다. 쓰임새가 다르다. 보통의 거울은 대상의 형태를 교정하는 데 사용한다. 그리고 까만 거울은 대상의 빛과 어둠의 농도를 조절할 때 사용한다. 보다 밝거니 어두운 곳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보다 섬세한 소묘 작업에 사용하는 기법이다. 세상의 일도 그러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역발상'이라는 게 있다. 어떤 현상이나 개념 등에 대해 반대로 생각해 보는 일이다.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는 당신이 터득한 방법 외에도 수많은 기법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인상을 찌푸리고 세상을 대할 일이 아니다. 얼굴을 보다 환하고 밝게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의 미래는 반대의 경우보다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을 것이다. 윙 미러가 내게 던져준 작지만 울림이 있는 메시지이다. 보다 더 나은 삶과 행복을 꿈꾸는 분들에게 감히 추천해 드린다. 


La citta della illuminata da un albero di Natale_BARLETTA
Il 20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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