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6
벼랑 끝 전망대에 서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몹시도 불어댔다.
꼬자이께(Coyhaique)를 출발해 목적지 뿌에르또 이바네스(Puerto Ingeniero Ibáñez)에 도착할 즈음 버스 운전사가 제안을 했다. 그는 목적지까지 나의 말동무가 됐다. 운전기사 옆에 마련된 작은 좌석이 나의 차지가 됐다. 그는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나를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어떤 때는 속도를 늦추어 가며 피사체가 잘 잡힐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어떤 때는 버스 정류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에게 "잠시 쉬었다 가자"며 차를 세웠다. 당신의 배려 때문에 공허한 셔터음도 몇 번 날렸다. 영문을 모르는 승객들은 그냥 차에서 졸고 있었다. 그가 잠시 정차한 곳에는 전망이 좋은 곳으로 쎄로 까스티요(Reserva Nacional Cerro Castillo)를 휘감고 도는 강이 유유히 흐르는 명소와 가까운 지역이었다.
우리는 그곳을 지나 잠시 후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 호수 곁으로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곳에서 훼리호로 갈아타고 바다를 쏙 빼닮은 호수를 건너게 될 것이다. 차마 잊을 수 없는 풍경이 선상에서 펼쳐졌다. 비췻빛 호숫물과 산과 들과 강이 기막히게 어우러진 풍경이 장차 우리가 건너게 될 호수이며 벼랑 끝 전망대의 발아래에는 미루나무 방풍림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허리를 굽힌 채 나란히 서 있다. 바람의 땅..
우리는 이곳에서 두 번 다시없을 기념촬영을 했다. 바람이 얼마나 심하게 불던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10년 전 어느 날 파타고니아의 아름다운 호숫가 전망대 위에서 남긴 사진 한 장.. 세월 참 빠르다. 그녀는 시방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루이지 화실에서 평생의 소원이었던 그림 수업을 통해 당신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1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여행기를 쓰고 있자니 자꾸만 조급해진다. 한시라도 빨리 진도를 나가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 빨리 또 보고 싶어 미리 가 본 목적지.. 우리 생애 최고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oyhaique Patagonia CILE
il 20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