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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5. 2022

감성이 메마른 당신께

-1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12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하다..!!



바람의 땅은 여전하겠지만.. 그동안 우리의 겉모습은 많이도 변했다. 남아있던 검은 머리가 점차 파뿌리처럼 변하더니..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것이다.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강은 흐름을 멈추지 않았으며, 호수는 여전히 푸르고 미루나무는 바람에 순응하며 잘 자라고 있었다. 전망대서 바라본 바람의 땅에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던 흔적이 배암처럼 길게 구불구불 이어지고 있었다. 하늘과 땅과 바람의 땅을 딛고 선 사람..



감성이 메마른 당신께




   서기 2022년 1월 5일 이른 아침(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었다. 10년도 더 된 여행 사진들이 빛을 보고 있는 시간.. 검은 머릿속에 듬성듬성 등장하던 백발이 어느덧 파뿌리로 변한 지 오래이다. 그런데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겉모습과 달리 마음은 여전히 길 위의 여행자처럼 설렘 가득하다. 물질과 비물질..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마음은 늙지 않는 것이랄까.. 나는 여전히 바람의 땅으로 들어서는 언덕 위에서 바라보던 미루나무 숲에 마음이 빼앗기고 있다. 세월이란 우리 곁을 스쳐 지나는 바람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바람에 실려온 기억들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동행하고 나선 것이다. 



아무리 좋은 풍경 앞에서도 감동하지 않는 당신이라면 새해 벽두부터 자동차 점검하듯 당신의 감성을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감동을 앗아가는 현실은 매몰차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최소한 밥만 먹고살 수 있다면 당신의 윤택한 삶을 위해 돌아봐야 할 때이다. 재산이나 권력이 많거나 넘쳐도.. 사회적 지위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을지라도.. 그 속에 빠져 살면 감성은 당신의 가슴속에서 웅크리고 앉아 슬퍼할지도 모른다. 가슴속에 웅크린 감성을 알기는 한가.. 



며칠 전 정년퇴직을 한 지인은 평생을 유명 한 언론사의 기자로 일했다. 정년이 가까울 때는 전무이사까지 지냈다. 그리고 정년을 맞이한 그는 당신이 일하던 사무실을 돌아보며 후배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제부터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사람들은 "인생이 60부터"라고 말한다.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준비가 안 된 당신이 60부터 당신의 새로운 삶을 찾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마른 장작처럼 이성을 부리며 살았던 당신에게 촉촉한 감성을 봄비처럼 뿌린다고 한들 새싹은 더디고 더딜 것이다. 지금 당장 준비하라. 늦게 시작하면 늦은 것이다. 시작을 하지앟은 것 보다 나을지는 모르겠다만.. 지금 당장 당신의 말년을 위해 투자하고 준비하라. 바람의 땅에서 머리를 박고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가, 고목으로 성장할 때까지 배운 세상의 이치는.. 이성으로 맞서는 게 아니라 감성으로 허리를 낮게 숙이는 법을 배웠다. 그 모습이 여행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어, 바람의 땅으로 떠나는 여행자의 발길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한 법이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Puerto Ingeniero Ibáñez Patagonia CILE
il 05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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