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엘 찰텐, 라구나 또레 가는 길
옆지기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썼다.
여러 사람이 한 팀이 되어 이동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남미 파타고니아의 엘 찰텐(El Chalten)에 위치한 라구나 또레(Laguna Torre)로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이다. 우리도 같은 방향 같은 목적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능력 차이에 따라 하이킹 혹은 트래킹으로 불리는 풍경 속에 질서가 묻어있다. 동고동락 일심동체..
조물주는 태초에 천지만물을 만든 후 남자 사람 아담을 만들고 얼마 후 여자 사람 이브를 만들었다. 기록에 따르면 남자 사람의 배필이란다. 배필이란, 부부의 한 짝이자 서로 돕는 사람이란 뜻이다. 요즘 그를 일컬어 '옆지기'라 부른다. 우리말 참 아름답다. 옆지기란 곁에 있는 사람이자 곁을 지키는 사람을 말한다. 늘 함께 주야장천 딱 달라붙어 사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수다에 동참하면 마구 뜯긴다. 갈기갈기 뜯긴다. 어떤 옆지기는 당신을 이루고 있는 실체가 흉허물뿐인 거 같다. 그 흉허물은 얼마나 재밌는지 자리를 떠날 때까지 깔깔대는 소리와 메아리로 남는다. 차 한 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수다에 넘쳐난다. 그런 그들은 흉허물이 없을까.. 그런 당신 앞에 거울을 놓고 시간을 돌려보면 더 재밌다. 거울 속의 주인공은 당신이다.
조금 전 깔깔대던 당신의 모습이 그대로 오롯이 거울에 비친다. 당신의 모습이다. 남자 사람 혹은 여자 사람 곁에 위치한 옆지기.. 그는 아무런 까닭도 모른 채 깔깔깔깔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내 모습..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이런 흉허물에 대해 단 한마디를 비수처럼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정 없이 산다. 말없이 살아간다. 측은지심을 배반한 사람들에게 던지는 딱 한 마디..
"내가 당신을 만난 게 인생 최고의 실수였어!!"
당신의 눈에 보이는 타인 혹은 옆지기의 모습은 어떠할까..?!
서기 2022년 1월 16일 휴일 아침(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아침이 밝았다.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노트북 앞으로 가 인터넷에 로그인을 한다. 이때부터 닮은 듯 전혀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중에서 내가 젤 좋아하는 장면은 우리의 여행을 담아둔 사진첩이다. 오늘 아침에는 파타고니아 여행 당시 잊을 수 없는 풍경이 나타났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느낌표..!!
우리는 해돋이가 시작되기 전부터 초행길의 라구나 또레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 얼마 후 저 멀리 만년설과 빙하가 흐르는 목적지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느낌표 바로 아래로 빙하가 흐르고 있고, 그 빙하가 녹아 호수와 다름없는 거대한 물웅덩이(Laguna)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물웅덩이 곁으로 누가 일부러 깎아 세운 듯한 암봉(Torre)들이 물웅덩이를 내려다보고 있다. 우리의 목적지가 그곳이다.
그곳은 태초로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순환을 이어가는 곳이다. 마치 매일 해돋이와 해넘이가 시작되고 마감하는 것처럼 물의 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의 순환.. 작은 입자의 물방울이 증발하고 모여 구름을 이루고, 구름은 다시 비나 눈을 만드는 등의 절차를 거쳐.. 작은 천과 강을 만들어 바다 혹은 호수로 물을 내려 보내는 것이다.
이런 순환은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익히 학습한 내용들이다. 세상 만물 모두는 이런 대자연의 순환 작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행성에 살고 있는 여러 생물들 중 유독 인간만이 자연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호모 사피엔스 후손 1인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 자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물주는 삼라만상을 만들어 놓고 최후에 남자 사람 아담을 만들고 다시 여자 사람 이브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여자 사람은 조물주 최후의 산물이자 남자 사람에게는 큰 선물이었지.. 무시로 잘난 체 하는 남자 사람 곁에 여자 사람을 둔 이유는 저마다 타고난 성정 등에 따라 모습을 달리할 것이다.
그러나 여자 사람이 없었을 때 남자 사람이 한 행위를 참조하면, 조물주에게도 작아 보이지만 큰 실수를 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신묘막측한 대자연을 자신의 처지나 필요에 따라 '지 맘대로' 가지고 놀아난 결과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인류문화사가 시작된 이래 우주에 흩어진 수 조개의 행성들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 행성에서만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 등에 대해 의문을 품지 말아야 할 텐데.. 사람들은 그러하지 않다. 그 결과.. 의문을 품은 즉시 조물주에 대한 적대행위가 시작되고, 그때부터 사악함이 도둑처럼 당신의 마음속 깊이 들어차게 될 것이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덜어낸 자리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되는 이치랄까..
우리가 라구나 또레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온갖 바람의 땅에서 비와 바람에 고초를 겪은 나무들과 풀숲은, 우리 속에 머물던 전혀 쓸데없는 찌꺼기들을 말갛게 씻겨주고 있었다. 무념무상..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자연이 선물한 행복이 지극하다는데 동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엘 찰텐(El Chalten) 곳곳에 흔적을 남겼으며, 그때 값없이 받은 은혜와 감동 때문에 머리를 이곳에 뉘고 싶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이 유언 아닌 유언을 남기게 되었다.
" 나 죽거든 곱게 화장하여 이 산중에 뿌려 주..!!"
우리가 발을 디뎠던 라구나 또레는 영겁의 세월 동안 쉼 없이 빙하를 흘려보내고 물웅덩이를 만들었으며, 물웅덩이에 고였던 빙하가 녹은 물은 피츠로이 강(Rio Fitz Roy)이 되어 엘 찰텐을 휘감고 돌아 비에드마 호수(Lago Viedma)로 천천히 흘러들어 갔다. 그 호수에 다다른 물은 다시 비가 되고 눈이 되어 피츠로이 영봉을 적실 것이며, 우리가 뉜 머리 위로 맑고 고우며 향기로운 향기를 선물할 테지..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LAGUNA TORRE PATAGONIA ARGENTINA
il 16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