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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7. 2022

바람이 머물다 간 그 바닷가

-아드리아해가 전한 행복한 봄의 메시지


철이 들면서부터 멀어져 간 아름다운 말 몇 가지..?!



    서기 2022년 1월 16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바닷가 풍경을 기록해 둔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포스트에 등장하는 사진과 영상은 이틀 전에 기록된 것으로 아드리아해를 낀 아름다운 도시 바를레타의 풍경이다. 우리가 이곳에 살면서 뻔질나게 드나든 곳으로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이날 바닷가 산책에 이어 봄나물을 채집한 후 바닷가에 들러 파도소리를 듣고 싶었다. 



바닷가 종려나무 숲길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바닷가 저 멀리 바를레타 항구가 보이고 조금 전에 출항한 상선 한 척이 수평선 쪽으로 사라지고 있는 풍경이다. 바람은 쉼 없이 아드리아해의 파도를 뭍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탁 트인 바다 술렁대는 파도 소리와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이다처럼 가슴이 탁 트인다. 



한동안 지근거리에 위치한 바닷가를 찾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 하니의 그림 수업을 핑계로 당분간 바닷가 산책은 물론 아침운동을 생략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도 한몫 거들었다. 가능하면 사람들을 적게 드물게 만나는 게 상책이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딴 데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에 우기 때가 되면 바람이 많이 불고 비까지 보슬보슬 부슬부슬 추적추적 주룩주룩.. 도시가 온통 비에 젖어있는 날이 많아진다. 이런 날씨는 타고난 저질체력의 하니에게는 독이 된다. 파타고니아를 다녀오고 돌로미티를 무난히 돌파한 그녀의 면역력은 자칭 타칭 바닥권이다. 그래서 아예 바닷가를 거들떠보지도 않게 됐다. 


그녀를 하루빨리 바닷가로 데려오라는 신호였을까.. 일주일에 세 번 화실로 가는 길에 먼발치에서 바라본 아드리아해는 사납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냥 울부짖는 게 아니라 게거품을 물고 바닷가 모래밭을 넘실댔다. 



하늘은 우중충 하고 빗방울은 추적추적.. 전설의 바다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했었다.



이틀 전, 그런 바다가 보고 싶었다. 우리가 이곳에 둥지를 튼 후 하니는 두 해 겨울을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서 지냈다. 무리한 결정이 따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가 건강하게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창궐한 코로나가 그녀를 떠민 것이랄까.. 



그녀가 두 해 동안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나는 바를레타의 우리 집을 지키고 있었다. 말 잘 듣는 강쥐처럼 착하게 인내심을 다해.. 여왕님의 무사 귀환을 빌며 <연가>를 불러가며 가슴에 텅 빈자리를 채우려고 애를 썼다. 철이 들면서 가슴에서 지워진 그리움 내지 사랑이 그때쯤 느리게 아주 느리게 느린 안단테로 내 가슴에 싹트고 있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바닷가는 바람이 불어댔다. 그냥 불어댄 것이 아니라 사납게 바닷가를 할퀴며 달려들었다.



"파도야 파도야 어쩌란 말인가..?!"



사랑과 그리움은 사랑하는 누이처럼 닮았다. 사랑하지 않으면 그리움도 없다. 



그리움이 사무친 곳에 사랑은 또 얼마나 당신을 아프게 했을까.. 그게 별리로 등극한 바닷가.. 그 바닷가에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 바람이 머물다 간 그 바닷가.. 



영상, LA SPIAGGIA DELLA BARLETTA 2022_바람이 머물다간 그 바닷가




무진장 길어 보이는 청춘의 터널을 지나고.. 어느 날 안 청춘의 가도에 들어서면 시간은 아드리아해의 전설보다 더 빠르고 냉정하다. 나는 이날 바닷가를 꽤 오랫동안 서성거렸으며 또 거닐었다. 한 해 전만 해도 그녀는 이역만리 먼 동방의 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휴대폰 너머로 당신의 안부를 전해주었다. 나는 그 안부를 가슴에 안고 비에 젖어 찬기운이 도는 고도의 한 침실에서 머리를 뉘었지.. 



그러나 임인년 새해부터는 그런 날을 기억에서 지우게 됐다. 바닷가를 서성이다 집으로 돌아가면 그녀가 배시시 환한 표정을 지으며 "어디 갔다 온 거야..?!"라며 뻔한 질문으로 나를 맞이하겠지.. 노인들은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야"라며 혀를 차며 내뱉던 말씀이 이때만큼은 틀림없다. 사랑은 다 그런 거지..히히 



바람 부는 바닷가.. 바람이 머물다 간 그 바닷가에는 조가비와 고동들이 지천에 널렸다.



녀석들의 속이 텅 빌 때까지 기다린 시간들은 또 얼마나 될까.. 해님이 황금빛 가루를.. 달님이 은빛 고운 가루를 아드리아해에 퍼부으며 달래고 달랜 시린 가슴들.. 고독을 베개 삼아 머리를 뉘었던 녀석들이 바닷가에 널브러져 있다. 빈 껍질.. 그래 너희들은 남길 껍질이라도 있구나..!



Un felice messaggio primaverile trasmesso dal mare Adriatico
il 16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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