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1. 2022

이탈리아서 야생 달래 발견하다

-우리 동네 바를레타에 찾아온 봄소식 희소식


달래 봤다~~ 이탈리아에 달래 향기 솔솔..!!


    서기 2022년 1월 31일 저녁나절(한국은 설날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Barletta)에서 기분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한다. 지난 주말(28일)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바닷가 사구에서 이탈리아서 보기 드문 야생 달래를 발견했다. 달래가 발견된 장소에는 마른 풀숲이 무성한 곳으로 사람들의 출입이 뜸한 습지 주변이었다. 

이날 달래를 발견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하니와 함께 냉이와 자연산 비에똘라(Bietola)를 캐러 갔다가 풀숲에서 우연히 냉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런 행운은 산삼을 캐는 심마니들이 산삼을 발견하고 삼 세 번 외쳤다는 "심봤다~".. 가 잘 어울릴 듯하다. 그러나 나는 큰 소리로 하니를 불렀다. 이탈리아서 발견한 달래.. 그 현장으로 가본다.



우리 집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바닷가 언덕 위에 서면 아드리아해 곁으로 습지가 있다. 습지 곁으로 5백 년도 더 된 종려나무 가로수 길이 길게 늘어서 있다. 종려나무 가로수 길은 대략 2.5km에 해당한다. 가로수 길을 따라 도로가 길게 이어지고 있고, 종려나무 너머로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가 펼쳐진 곳. 우리가 산책 겸 아침운동을 하는 곳이다.



이곳은 이탈리아를 장화에 비교했을 때 '장화 뒤꿈치' 아래에 해당하는 곳으로, 바닷가 옆으로 길게 사구(砂丘)가 형성되어 있다. 사구에는 각종 야채들을 재배하고 있지만 이곳 습지는 바를레타가 속한(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 도(道, Prefettura)가 관리하는 공유지이다. 


따라서 이곳 습지는 따로 농사를 짓지 않고 숲(Pino)을 조성해 두었다. 삐노는 원산지가 한국인 소나무를 말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가로수로 심고 있는 나무의 한 종을 가리켜 삐노라 부른다. 요즘 그 숲에는 풀꽃들이 자지러진다. 이런 풍경은 본격적인 봄이 연출될 때 모두 갈아 엎게 되고, 그때까지 두 꼬레아노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랄까.. 



"하니~~~ 이것 봐 달래야 달래..!!"


그녀가 저만치서 봄나물을 다 캐고 보따리를 정리하고 있을 즈음 뒤따라 가던 내 앞에 눈에 익숙한 풍경이 나타난 것이다. 나는 즉석에서 잎을 뜯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달래 향이 솔솔.. 그리고 호주머니 칼로 마른 풀숲을 해치고 땅을 파서 뿌리를 확인해 봤다. 달래가 틀림없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그리고 이탈리아에 살기 시작하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달래가 내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살고 있는 뿔리아 주에는 신선하고 싱싱한 과일과 야채가 차고 넘치는 곳이었지만, 단 한차례도 자연산 달래는 물론 달래를 구경하지 못했다. 달래를 확인한 즉시 그녀를 불러 달래를 확인시켜 주자 그녀는 대뜸 "전부 다 캐..!! ^^"라며 좋아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달래를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으며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달래가 어떤 경로 등을 통해 이곳에 서식하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만약 달래가 이곳 사구 곳곳에서 발견되면 문제(?)가 없지만 오로지 이곳 한 곳에서 발견된다면 달래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주변을 좀 더 둘러보니 달래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나는 한 줌만 캐 내고 흙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이탈리아에 서식하고 있는 달래가 어떤 경로를 통해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싵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짬짬이 뒤지기 시작한 달래의 출처는 산삼을 만나는 일 보다 더 귀하고 더뎠다. 이탈리아에서는 달래를 찾을 수 없었다. 그 대신 달래의 학명(Allium monanthum)을 확인하고, 다시 추적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며 사흘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리고 학명으로 검색된 그곳에 우리말 표기로 달래(dallae)라고 적힌 것을 확인했다. 학명 알리움 모난툼달래로 표기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우리나라의 음식문화가 소개되고 있었는데 달래무침을 삼겹살과 함께 먹는 것과 된장국과 불고기에 곁들여 먹는 내용이 소개됐다. 뿐만 이니라 북한에서는 김치로 담는다는 소개가 있었다. 반가웠다. 달래는 주로 한국과 일본 및 중국 동북부 등지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달래가 어떻게 이탈리아까지 날아왔는지 알 수가 없다. 



달래의 종(種, Species), 속(屬, Genus), (科, Family), 목(目, Order), (綱, Class), (門, Phylum, Division), (界, Kingdom)에 따르면 식물계, 비짜루 목, 수선화과, 부추아과, 부추 속, 달래종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만난 달래는 우리나라에서 봄철에 흔히 만날 수 있는 달래와 조금은 달랐다. 잎의 색깔이 약간 회색빛이 돌고 길었으며, 지면에 매우 단단하게 박혀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잘 다듬고 하니가 양념장으로 만들었을 때 약간은 질긴 편이어서 식감은 떨어졌다. 그러나 달래 향기는 진동을 했다. 이곳 바닷가에서 발견되는 야생 수선화가 같은 과(科)라고 하므로, 야생 수선화가 발견된 장소 근처를 좀 더 탐사를 해 봐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탈리아서 처음 발견한 달래는 심마니들이 산삼을 캘 때 '심봤다'를 외치며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고 하므로, 속 마음은 그저 덩실덩실.. 달래를 점지해준 이탈리아 아드리아해 신께 감사드린다. 


자연산 야생 비에똘라(Bietola)가 바닷가 공터에서 자라고 있었다.


달래는 이맘때 봄을 알리는 전령사답게 우리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봄나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달래를 산에서 자라는 마늘이라는 뜻에서 '산산(山蒜)'이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웅녀(熊女)가 먹었다는 마늘의 정체가 달래라는 설이 있고, 달래의 톡 쏘는 맛과 향긋한 향이 겨우내 찌들었던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한다. 


단군신화에서 사용된 한자 ‘蒜’은 마늘, 부추, 달래, 파 등의 음식을 뜻하고, 마늘이 한반도에 전파된 시기는 기원전 2~4세기 경이라 하므로, 단군신화 속 웅녀가 먹었다는 마늘의 실체가 달래였다는 추측이 가능했을까.. 웅녀는 환웅(하늘의 신 환인(桓因)의 아들로 지상에 내려온 천손(天孫))의 아내이자 단군의 어머니였다. 요즘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무속인들과 다른, 우리의 뿌리가 달래로부터 발현되고 있는 것. 참 재밌는 일이다.



세월 참 빠르다. 이날 풀숲에서 달래를 다듬는 하니의 손을 보니 주름이 가득하다. 봄나물을 캐러 바닷가로 나서면서 유독 눈에 띄기 시작한 주름.. 이맘때 자연에서 자라는 봄나물이 몸에 좋단다. 특히 달래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 비타민A와 비타민C, 베타카로틴, 엽산, 칼슘과 칼륨, 알리신 등이 풍부하다고 한다. 또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이 영양소들은 항노화 작용과 신진대사 활성화, 피로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하므로 하니에게 안성맞춤인 것 같다. 



한국은 설날.. 설이 지나고 본격적인 봄바람이 불어대면 지천에 널린 봄나물을 잘 챙겨 드시기 바란다. 불로초가 따로 없다. 이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봄나물 한 보따리에 야생 비에똘라와 씀바귀 등을 마저 채웠다. 100년은 더 살고 싶어서.. 씩~^^


Notizie di primavera arrivate nel sud d'italia_Buona notizia della BARLETTA
il 31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Allium monanthum_Corea(수선화과 부추아과 부추 속의 여러해살이풀)


Called dallae (달래) in Korean, Korean wild chives are used in Korean herbal cooking alongside other san-namul (mountain vegetables) such as deodeokangelica-treegondre and Siberian onion. Having a similar flavor profile to Tree onion, Korean wild chives can be eaten raw or blanched as a namul (seasoned herbal vegetable dish), pickled as a jangajji, or pan-fried to make buchimgae (pancake). As a herb, Korean wild chives make a good last minute addition to doenjang-jjigae (soybean paste stew) and other jjigae (stews). Soy sauce based dips are often flavored with Korean wild chives. In North Korearadish water kimchi flavored with Korean wild chives is a popular spring banchan (side di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