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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5. 2022

발견, 이탈리아 미나리 맛은 어떨까

-대한민국이 원산지인 미나리의 모든 것


찾는 자에게 주시는 것인지..?!


    어느덧 나흘 전의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자연산 '달래'를 발견한 소식을 설날 특집으로 발행한 바 있다. 우리가 이탈리아에 둥지를 튼 이후 처음으로 냉이와 씀바귀 고들빼기를 발견하고 연거푸 달래까지 발견하게 된 것이다. 놀라운 일이자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 연초부터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독자님 한 분이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공종은 <Feb 01. 2022> 이탈리아에서도 달래를 찾으시다니.. 찾는 자에게 주시는 것인지, 정말 대단하시네요. ㅎㅎ 오늘 고국은 설날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날 풍성함 누리십시오.


임인년 새해 이웃분이 빌어주신 복 때문이었을까.. 나흘이 흐른 오늘(4일), 자연산 비에똘라에 이어 냉이와 달래 씀바귀와 고들빼기는 물론, 이탈리아에 미나리(MINARI, 학명: Oenanthe javanica)가 존재한다는 것을 마침내 확인한 것이다. 자칫 지나칠 뻔했던 미나리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 배경을 따라가 본다.



발견, 이탈리아 미나리 맛은 어떨까




    좌측으로 물고기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는 이곳은 하니와 내가 아침산책 겸 운동을 떠나는 곳으로, 집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계단을 내려가서 곧장 직진으로 가면 종려나무 가로수 길 옆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는 두 곳.. 직진을 하던지 삐노 숲 곁 습지로 이어지는 길을 가던지 취사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오늘 오후 촬영된 풍경사진을 눈여겨보면 뭔가 다른 장면이 눈에 띌 것이다. 숲 속에 피어있던 풀꽃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관련 포스트에서 미리 언급한 바 봄이 무르익으면 바를레타 소재 도청에서 트랙터로 모두 갈아엎어 버리는 것이다. 풀꽃 요정들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먼저 그 현장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풀꽃들이 떼창을 부르며 봄날을 만끽하고 있던 풍경(전, PRIMA)






바를레타 소재 도청에서 풀꽃을 모두 갈아엎어버린 풍경(후, DOPO)




풀꽃 요정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것은 오늘 오후의 일이다. 점심을 먹고 하니가 "바닷가로 운동을 하러 가자"라고 하여 나는 볼 일(이탈리아 요리 자료)을 핑계로 뭉기적 거리고 있었다. 따라서 그녀 혼자 집을 나섰으며 얼마 후에 전화기가 울렸다. 그녀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무슨 일일까.. 궁금 궁금?) 전화기 너머에서 온 그녀의 목소리는 의외의 소식이 들려왔다. 


"여기.. 우리가 찾은 달래 있잖아.. 모두 캐 가게 일루와 봐 봐.."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우리가 찾아낸 달래는 주변에서 다시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잘 보존해 두기로 했다. 다 캐어 본들 한 줌 밖에 안 될 텐데.. 씨를 말릴 수 없었다. 그리고 돌아섰는데 그녀로부터 볼멘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래서 왜 그런지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응, 우리 달래 캐던 곳에 트랙터가 풀꽃들을 싹 갈아엎어버렸어. 그래서.."



그녀는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삐노 숲 아래서 자라고 있던 풀꽃 요정들이 어떤 운명을 겪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달래가 위치한 곳은 트랙터로부터 안전지대이니 걱정할 거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런 얼마 후 나는 컴 앞에서 일어나 어느덧 풀꽃 요정들이 처참하게 쓰러진 황량한 들판 앞에 서 있었다.


"얘들아 미안하구나..ㅜ "



불과 사흘 전까지 멀쩡했는데.. 이틀 전에 아이들은 하늘나라로 소풍을 떠난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도 트랙터가 풀꽃 요정을 싹 갈아엎었는데.. 당시 나는 운동을 마치고 풀꽃 요정들이 잘 보이는 오솔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저만치서 먼지를 날리며 풀꽃을 갈아엎는 장면을 영상으로 카메라에 담다가 트랙터 운전자로부터 제지를 당한 바 있다. 그때 이 풀숲이 누가 관리하는지 등에 대해 소상히 알게 됐다. 운전자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내게 사진과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부탁하며 페북 등 SNS에 올라지 말아달라고 했다. 



포스트를 열자마자 등장하는 이 숲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관계자들에게 관리대상일지 모르겠지만, 굳이 농사도 짓지 않는 공터에서 자라고 있는 풀꽃들을 갈아 엎어야 직성이 풀리는지 궁금했다. 일부러 꽃을 심어서 가꾸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나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이것만 빼고 다 마음에 드는데.."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숲이 주목받는 이유 중에는 바를레타에서 꽤 괜찮은 습지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미나리가 자라고 있었다.




그곳에 대한민국이 원산지인 미나리가 산다


포스트 부제로 <미나리가 대한민국이 원산지라는 사실 아시나요?>라고 썼다. 나는 우리가 퓌렌쩨서 바를레타로 이사를 온 이후부터 이곳의 습지에 살고 있는 이름 모를 풀이 우리나라의 미나리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크기가 워낙 커서 우리에게 낯익은 미나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오가며 "미나리였으면 참 좋으련만.."하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미나리가 자라고 있는 웅덩이는 맑은 물이 흐르거나 고여있는 습지로 미나리가 서식하기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아침운동을 가면서 잎을 뜯어서 킁킁거리기도 했다.


"분명히 미나리 같은데..(갸우뚱..)"



그게 어느덧 두 해가 흐르고 다시 새 해를 보낸 올해.. 그것도 오늘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최근 이곳 공터에서 봄나물을 캐면서부터, 이탈리아에 서식하는 우리나라의 봄나물을 뒤적거리다가 마침내 확신을 가지고 시식에 들어간 것이다. 



하니는 최초 전화통화 위치로부터 종려나무 숲이 끝나는 지점 이상으로 거리를 넓히고 있었다. 그래서 가까운 바닷가에 들렀다가 달래를 발견한 장소 근처의 습지로 이동했다. 그곳은 이탈리아 뿔리아 주의 자랑거리인 광천수가 바닷가 사구로부터 삐질삐질 삐져나오거나 쉼 없이 흐르는 습지였다. 바닷가로 떠나기 전 파릇하고 싱싱한 잎 하나를 따서 입에 넣었다. (설마 독초는 아니겠지..ㅜ) 마나리 향이 입안 가득히 퍼졌다. 


(얼씨구..ㅋ 이거 장난이 아닌데.. 세상에..!! ^^)



미나리였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하니에게 미나리의 존재를 일부러 감추었다. 놀라게 할 요량이었다. 그랬더니 등에 짊어진 작은 배낭이 볼록하게 변한 모습을 보더니 "또 나물을 캣구나!"라며 이제 그만 캐도 될 텐데 싶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는 즉시 그녀 앞에 미나리를 내 보였다. 놀라는 눈치.. ^^



미나리는 어떤 식물인가(자원 백과)


이탈리아 바를레타에서 만난 미나리의 원산지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미나리의 학명은 'Oenanthe javanica'였다. 과명은 산형과였으며 영문과명은 'Umbelliferae'였다. 미나리는 한국 전역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일본, 만주, 중국, 우수리, 사할린 등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자라는 것이다. 한약 명으로는 수근(水芹)이라 하고 생물학적 특징은 이러했다.



다년생 초본, 높이는 20-50cm; 식물체는 무모, 향기가 남, 지하경은 길게 냄; 잎은 호생, 1∼2회 우상복엽, 정단열편은 난형, 길이 1∼3㎝, 폭 7∼15㎜, 첨두, 불규칙한 거치연, 엽병은 위로 갈수록 짧아짐; 꽃은 7∼9월 백색 개화, 복산형화서, 소화축은 5∼15개, 각각 10∼25개의 꽃이 달림, 소총포편은 선형, 화경보다 약간 김; 열매는 분과, 타원형



미나리의 성분과 이용


서식처는 원야의 습지나 물가였으며, 미나리의 성분은 α-pinene, myrcene, terpinolene, dimethyl phthalate 등이 들어있다고 한다. 식용으로 경엽을 식용하며, 약용(지상부)으로는 이뇨, 해독작용을 한다는 것.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미나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표적인 향채 중의 하나로 알려졌다. 



미나리 요리


옛날부터 봄을 상징하는 채소로 즐겨 식용했는데, 고려 때는 ‘근저’라 하여 미나리김치를 종묘의 제상에도 올렸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식품이다. 미나리는 연한 부분을 나물. 생채. 회. 생즙이나 김치의 중요한 양념으로 식용한다. 굴과 함께 식초로 무친 미나리 생채, 데쳐서 제육이나 편육에 미나리로 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미나리강회, 상추나 쑥 갓쌈에 곁들이는 미나리 잎 쌈, 미나리볶음, 미나리적, 미나리 술과 전골이나 생선류의 탕에는 빠뜨릴 수 없는 비린내를 없애는 향신채이며, 근래에는 마요네즈 소스에도 무쳐 샐러드로도 이용하고 있다. 


미나리의 약효. 효능


뿐만 아니라 3월의 세시음식인 탕평채는 청포묵. 미나리. 돼지고기. 김을 초간장에 무친 맛있는 음식이다. 미나리에는 Isoramnetin, Persicarin 등의 휘발성 정유 성분이 0.66% 들어 있고, 비타민 A·B1·B2·C, α-pinene, Cumarin이 풍부하며 칼륨·마그네슘 등의 무기원소가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미나리는 주로 채소로 이용하나 약초로도 효능이 인정되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미나리가 갈증을 풀어주고, 소변을 편하게 해 주며, 황달. 부인병. 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좋다고 했다. 



근래에는 혈압을 내리는 약효도 인정되어 고혈압 환자가 즐겨 찾는 식품이며, 심장병. 류머티즘. 신경통. 식욕증진 등에 효과가 있고, 심한 땀띠에는 즙을 바르면 낫는다고 한다. 아울러 미나리는 비타민 C가 풍부해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으며,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어 활성산소를 없애주고 세포의 산화를 억제시키며, 바이러스와 세균을 저항할 수 있는 면역체계 강화에 도움을 한다. 코로나 시대에 눈여겨봐야 할 식재료이다. 또한 망막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타민A 성분이 미나리에는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한다. 따라서 시력이 저하되는 분들이 섭취하면 아주 좋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안구건조증, 백내장 등의 안구질환에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형태 및 생리


미나리는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털은 없으나 줄기는 밑으로 가지가 갈라져 옆으로 퍼지며, 원줄기에 능각이 있고 마디에서 뿌리를 내어 번식한다. 잎은 2회 깃꼴 모양으로 갈라지며, 작은 잎은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여름에는 원줄기가 곧바로 서고, 곁가지 끝에 복산 꽃차례를 내어 흰색 또는 엷은 분홍색의 꽃을 피운다. 열매는 타원형의 분리 열매이며, 익으면 2개로 나뉘어 씨가 떨어져 물의 흐름에 의해 퍼진다. 우리나라 전역의 습지 및 물가에서 난다. 우리 동네 바를레타에서 만난 미나리의 형태가 낯익었음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달라 망설인 바 있다.



우리 동네에서 자라고 있었던 자연산 미나리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곳까지 오게 된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 미나리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로 물가 혹은 습지에서 자라는데 광천수가 쉼 없이 흐르는 바닷가 사구는 녀석들이 살아가는데 최적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미나리와 유년기


미나리를 한 줌 커오면서 "나는 참 행운아"라는 생각을 했다. 자연산 미나리를 먼 나라 이탈리아서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유년기 때의 추억이 끊이지 않았다. 배 고향은 부산.. 설날이나 추석이 오면 할머니 손을 잡고 동래 온천장으로 목욕을 갔다. 서면 로터리에서 가까운 북성 극장 혹은 태화극장(요즘도 있는지..) 앞에서 전차를 탔다. 지하철이 아니라 60년대 말까지 운행한(1968년 폐쇄) 전차였다. 



당시 할머니와 함께 전차를 타고 동래까지 가는 동안 연산동에는 미나리꽝(미나리를 심는 논)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미나리꽝은 명절만 되면 만나는 특별한 풍경이었다. 서기 1960년대부터 서기 2022년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진풍경과 격동의 시기들.. 



대한민국의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내가 어느 날 이탈리아서 미나리꽝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것이다. 미나리의 성분 등을 참조하면 불로초와 별로 다를 바 없이 좋은 식재료이다. 그런 한편 할머니와 온천장에서 일어났던 해프님은 더 재밌다. 할머니와 함께 난생처음으로 여탕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때 어떤 아주머니가 소리를 질렀던 일을 아직도 기억해 내고 있다.


"할머니, 아이들이 다 컸는데 여탕에 데려오면 어떡해요..! ㅜ"



미나리를 데치면서 미나리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었더니 입이 귀에 걸린다. 내가 다시 말했다.


"난.. 난 말이다 그날 여탕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거든.. 씩~"



여기서 사실대로 말해도 누가 믿어주겠는가.. 그렇지만 한 가지 뚜렷한 사실은 아직도 기억해 내고 있다.


"핫 뜨거!! 할머니 미오!! 흑흑.. (목욕탕 물이) 안 뜨겁다더니.. 쩔쩔 끓어요. 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비에똘라와 미나리가 펄펄 끓는 물에 단박에 데쳐지며 하니가 요리 솜씨를 발휘했다. 대략 3분 정도 데쳐진 미나리를 먹기 좋게 썰어 볼에 담고 찧은 마늘과 간장 조금 그리고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넣고 레몬즙을 몇 방울 떨어뜨렸다. 서로 다르게 요리된 비에똘라와 미나리 발사믹 식초 무침..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탈리아서 발견된 미나리는 우리 앞에서 폭풍 흡입되는 동안 인증숏을 남기지 못했다. 그리고 볼이 다 비워가던 시점에 겨우 생각해내고 인증숏 한 컷을 남겼다. 



영화 <미나리>에서.. 미나리의 모습은 조국을 떠나 먼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무 데나 어느 곳에서나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미나리도 그랬지.. 미나리의 원산자가 대한민국이라는 것도 너무 흔한 나머지 잊고 살았을까.. 적당한 수분과 물만 있으면 아무 데나 뿌리를 내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하늘의 일은 참으로 신묘막측하다. 찾는 자에게 값없이 내주신다.


Notizie di primavera arrivate nel sud d'italia_Buona notizia della BARLETTA
il 04 Febbr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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