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바를레타에 찾아온 봄소식
먼 나라 이탈리아서 바닷물에 절인 배추로 김치를 담갔다.
저 멀리 등대와 배 한 척이 접안에 있는 부두가 보이는 풍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내항의 모습이다. 우측 수평선 위로 길게 뻗어있는 시설물은 바를레타 내항을 보호하고 있는 방파제이다. 그곳에 두 팔을 벌린 듯 손(?)을 내밀고 있는 시설물은 재래식 고기잡이 도구인 일 뜨라부꼬(il Trabucco di Barletta)이다. 바다로 그물을 내려 일정 시간 동안 담가두었다가 건져 올리는 재래식 어구인 것이다.
지난 2월 17일 오후,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으로부터 지근거리에 위치한 바닷가로 배추 다섯 포기를 손수레에 싣고 나갔다. 배추를 바닷물에 절여 김치를 담글 요량이었다. 이탈라아서 처음 시도해 보는 바닷물에 배추를 절이는 시험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좀 더 먼 곳으로 이동하여 배추를 절이고 싶었지만, 사정상 집에서 가까운 바닷가를 선택했다. 현재 위치는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에서 가까운 것으로 한 때 성의 해자로 바닷물이 들락거리던 장소이다. 하니와 나는 이곳에서 자연산 냉이를 대량 발견한 곳이기도 했다.
이곳 바다의 지형은 수심이 얕고 밀가루 같은 개펄이 많은 곳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느껴지는 곳이다. 아드리아해 연안에 흔치 않은 개펄이 우리 동네 바닷가에 있는 것이다. 그곳에 맛조개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이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이 썰물 때 개펄에서 잡은 맛조개를 구경하고 신기해했던 적도 있다.
아무튼 그 바닷가에서 배추 다섯 포기를 쪼개어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절이기 시작한 것이다. 파도가 철썩이며 배추가 바닷물에 젖기 시작하면서 개펄의 미세한 조각들이 배추에 스며들었다. 녀석들은 집에서 잘 헹구야 할 것이다. 개펄이 배춧잎에 스며들면 미네랄 맛이 더 강할까..
바닷가에서 대략 1시간 정도 바닷물에 절인 배추는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고 바닷물로 채웠다. 그리고 장바구니용 작은 수레에 싣고 집으로 돌아와 하니에게 인계를 했다. 녀석들은 곧 작은 들통에 옮겨져 대략 3시간 동안 바닷물에 절여지기 시작했다. 하니가 나중에 투덜거리며 말했다. 개펄을 헹구어 내느라 애먹었다는 것.
그런데 바닷물에 절인 배추로 담근 김치 겉절이는 상상 이상의 맛을 드러냈다. 절여진 배춧잎 만으로도 훌륭한 배추 샐러드로 손색이 없었다. 달콤한 배추에 깃든 미네랄 맛이 진동을 하는 것이다. 어느덧 바닷물에 절인 배추 겉절이 맛을 본지 사흘의 시간이 지났다. 오늘 아침(현지시각)에 잡곡밥에 곁들인 배추 겉절이 맛은 환상적이었다. 우리가 늘 먹어왔던 배추 겉절이 맛에 아드리아해의 향기가 깃든 것이다.
이런 김치 맛을 누가 알리오.. 작은 통에 김치를 담아 그녀의 그림 선생님 루이지에게 선물했더니 입이 귀에 걸렸다. 루이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김치와 김밥이었다. 한 때는 김밥에 열광했지만 지금은 김치 맛을 보면서 탄식을 넘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들고 찬사를 늘어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자주 나누어 먹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 배추를 구입하기 어려운 것이다. 단골가게에 주문해 두면 한동안 기다려야 했으므로 루이지 몫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랄까..
오늘 아침 자료를 정리하면서 열어본 한국의 관련 소식에서 김장철에 청정 바닷물로 절인 배추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바닷물 절임 배추의 가격은 20kg 한 상자(7∼8포기) 당 4만 5천 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절임 배추는 충남 태안의 청정 바닷물을 이용하여 전통 방식대로 배추 숨을 죽이고 하루에서 이틀간 절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영양소 파괴가 거의 없고 아삭한 식감도 오래 유지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일반 소금으로 배추를 절이면 소금에 따라 김치가 짜거나 쓴 맛이 나는 반면, 바닷물 절임 배추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간이 골고루 스며 김치 맛이 좋고 입맛에 따라 양념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는 것.
이탈리아서 바닷물에 절여본 배추는 1~2일이 소요되지 않았다. 거의 반나절만에 배추 겉절이가 완성된 것이다. 좀 더 연구해 봐야겠다. 긴 시간 동안 절임 배추와 단시간에 절임 배추,, 어쩌면 소금의 염도에 따라 절임의 시간과 농도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여 바닷물(海水)에 대해 알아봤다. 우리가 늘 대하는 바다지만 바닷물의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궁금했던 바닷물의 염도는 첨부해둔 자료사진처럼 세계의 바다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났다. 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인 바닷물의 염도가 3.1%(100ml 기준)에서 3.8% 사이이지만 전 세계의 바닷물의 염도가 고르다는 뜻은 아니다. 강하구에서나 녹는 빙하 가까이에서 흘러나온 민물과 섞이는 곳에서 바닷물은 실질적으로 염도가 떨어질 수 있다."라고 말한다.
또 바닷물은 염도 외에 비중과 빛깔 온도 투명도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바닷물의 성분을 보니 산소(85.84%) 수소(10.82) 염소(1.94) 나트륨(1.08) 마그네슘(0.1292) 황(0.091) 칼슘(0.04) 칼륨(0.04) 브로민(Bromine , 0.0067) 탄소(0.0028)가 포함되어있었다.
먼 나라 이탈리아 남부에서 배추 구하기도 힘들지만 김치를 우리 입맛에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구입한 배추를 바닷물에 절여본 결과 기막힌 멋을 내고 있었다. 평생 김치를 먹고 살아온 나 혹은 우리에게 김치 맛은 숨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자료를 들추어 보며 맛있는 김치의 맛을 찾아가는 것이다.
한국에 계신 분들도 기화가 닿으면 청정한 바닷물 등을 말통에 담아와서 배추를 절여보시기 바란다. 매우 간단한 과정 한 번만으로 평소에 맛보지 못했던 김치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다른 방법으로 김치를 담가볼 작정이다.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아기다리고기다리.. ^^
Notizie di primavera arrivate nel sud d'italia_il Mare Adriatico
il 19 Febbr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