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6. 2022

피렌체 수도원과 장미의 이름 V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여정 <피렌체 수도원과 장미의 이름 IV>을 돌아본다.


    내 속에서 날마다 시시각각 일어났다 사라지는 오만가지 생각과 함께, 늘 공존하는 선과 악의 실체를 구분할 수 있는 잣대.. 중요한 일이었다. 그때 나를 일깨운 것은 헤아릴 수 조차 없는 두꺼운 책(고전)이나 말씀이 아니었다. 너도 나도 다 읽어본 바이블 66권이 아니었다. 유명한 소설가가 쓴 베스트셀러도 아니었다. 가브리엘라가 간파한 세상에 대한 단 한 줄의 명언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훤히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주옥같은 명언을 <예술가의 십계명> 중 첫 째 명에 이렇게 실었다.


"첫째, 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예술가의 십계명 원문_Decálogo del artista


Decálogo del artista

I. Amarás la belleza, que es la sombra de Dios sobre el Universo.

(첫째, 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II. No hay arte ateo. Aunque no ames al Creador, lo afirmarás creando a su semejanza.
III. No darás la belleza como cebo para los sentidos, sino como el natural alimento del alma.
IV. No te será pretexto para la lujuria ni para la vanidad, sino ejercicio divino.
V. No la buscarás en las ferias ni llevarás tu obra a ellas, porque la Belleza es virgen, y la que está en las ferias no es Ella.
VI. Subirá de tu corazón a tu canto y te habrá purificado a ti el primero.
VII. Tu belleza se llamará también misericordia, y consolará el corazón de los hombres.
VIII. Darás tu obra como se da un hijo: restando sangre de tu corazón.
IX. No te será la belleza opio adormecedor, sino vino generoso que te encienda para la acción, pues si dejas de ser hombre o mujer, dejarás de ser artista.
X. De toda creación saldrás con vergüenza, porque fue inferior a tu sueño, e inferior a ese sueño maravilloso de Dios, que es la Naturaleza.

-Gabriela Mistral



하니와 나는 마침내 퓌렌체 수도원이 빤히 바라보이는 언덕 위 절벽 끄트머리에 도착했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요즘 내 조국 대한민국의 소식을 커뮤니티를 통해 열어보는 일이 낯 뜨겁고 분노까지 일게 했다. 그곳에는 선을 가장한 악이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나라의 검찰 공무원이 스스로 지은 죄를 숨기기 위해 천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가 피땀 흘려 세운 민주국가 대한민국.. 역사는 늘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가운데 세상을 빛 가운데 두었다.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이 번갈아가며 사람들을 미혹하는 세상.. 그들 가운데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없는 자(거짓을 일삼고 정직하지 않은 자)라면, 그는 틀림없이 악마 혹은 마귀가 틀림없다. 우리 앞에 등장한 수도원 곁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먼 나라에서 바라본 내 조국 대한민국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디에 있을까


    서기 2022년 2월 5일 주말 저녁(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퓌렌쩨 수도원의 풍경이 담겨있는 사진첩을 열었다. 요즘 글을 쓸 때마다 습관적으로 글을 쓰게 된 날짜를 기록한다. 이런 기록들은 장차 사진첩에 배열된 시간과 장소처럼 우리가 살아왔던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첩만 열었을 뿐인데 과거의 느낌이 오롯이 묻어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 갈수록 희한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IT세상 이전에는 그냥 과거의 한 부분으로 기억에만 남아있을 흔적들이 '찰나의 기록'에 담겨 시제를 잊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퓌렌쩨 수도원과 토스카나 주의 주도 퓌렌쩨의 서쪽에 위치한 갈루쪼(Galluzzo_수탉의 일종을 도시의 이름으로 명명: 아래 첨부의 문장(Galluzzo-Stemma)) 자치단체가 바라보이는 절벽 끄트머리에 도착했다. 뾰족한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언덕 위에 빼곡히 서 있는 작은 도시.. 한 때 퓌렌쩨가 이 도시를 접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갈루쪼의 인구는 대략 22,000명 정도였는데 퓌오렌띠나 주(provincia fiorentina )의 쁘라토(Prato)와 엠뽈리(Empoli)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지역이었다.

퓌렌쩨 주변의 도시 갈루쪼를 일면 살펴보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잘 아는 <신곡, Divina Commedia>의 저자 단테 알레기에리(Dante Alighieri)를 소환하고 싶어서였다.

기록에 따르면 갈루쪼의 위치는 신곡의 빠라디소(nel XVI canto del Paradiso (vv 52-55))를 인용했다. 이렇게..



«Oh quanto fora meglio esser vicine

quelle genti ch’io dico, ed al Galluzzo

ed a Trespiano aver vostro confine»


"오, 가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말하는 사람들, 그리고 갈루쪼..

그리고 뜨레스삐아노 당신들의 경계가 있군요"



기록을 번갈아 번역해 보고 살펴보는 동안, 아름다운 작은 도시의 이름이 갈루쪼라고 기록된 데 대해 어떤 사람들은 '이상한 이름'이라고 말한다. 그 출처가 라틴어로 기록된 고귀한 가족 갈로쪼나 갈로찌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Alcuni attribuiscono l'origine del curioso nome del borgo alla nobile famiglia Galluzzo o Galluzzi )


그런가 하면 퓌렌쩨서 로마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오래된 여관 이름에서 유래했을 거라고 한다. 참 재밌는 주장들이다. 그런데 꼬레아노 1인의 눈에 비친 동화 속의 마을 같은 갈루쪼는 이 도시의 문장에 잘 드러나 있어보이는 것이다. 요즘은 휴대폰이나 자명종이 사람들을 깨우지만 옛날에는 닭의 울음소리가 새벽을 알렸다.


"꼬끼오~~~ 꼭꼭 꼭,,"


닭은 아무 때나 울지 않는다. 그것도 수탉이라야 큰 소리로 울면서 새벽을 알린다.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한 때 우리 집 주변에는 닭장들이 있었고, 횃대에 앉은 수탉이 새벽을 깨우는 것이다. 만약 암탉이 울면 어떻게 될까.. 우리 속담에는 암탉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단다!"



나무위키의 기록은 더 재밌다. 古人有言曰 牝鷄無晨 牝鷄之晨 惟家之索.. 옛사람이 말하길 ˝암탉이 새벽을 알리는 법은 없다. 암탉이 새벽을 알리는 것은 집안이 망한다˝는 것.



우리는 갈루쪼의 아름다운 마을이 잘 조망되는 절벽 끄트머리에서 숲에 둘러싸인 집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머리 아프게 기록을 더듬을 것도 없다. 이렇게 평화로운 마을이라면 사람들은 행복한 꿈을 꿀 것이며, 꿈에 심취한 나머지 늦잠을 자게 될 것이라는 발칙한 상상도 해보는 것이다.


이런 숲 속이라면 수탉이 횃대에 올라설 필요도 없고 그들의 조상들처럼 숲 속의 나뭇가지에서 꼬끼오~~ 하며 마구 울어 댓을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쉽게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었을 것 같다. 토스카나 주에는 북쪽의 포강(Fiume po) 유역처럼 벼농사를 지을 필요도 없다. 그저 구릉지대에 심어둔 올리브 과수원에 겨우 물만 퍼다 나르면 그만일 것이다. 그것도 년 중 한 차례 수확하는 올리브 농사 때문에 수탉들의 성대는 얼마나 아팠을까.. "제발 일어나세요. 꼬끼오~~"하고 울어봤자,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자빠져 자는 것이라고나 할까..


퓌렌쩨 수도원과 장미의 이름을 끼적거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조국 대한민국의 현실에 맞닥뜨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머지않아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질 것이며, 요즘 거의 매일 커뮤니티에서 관련 소식을 눈팅하고 있다.


그곳에는 즉시 체포되어 학교(?)로 가야 할 한 녀석이 우리 국민들을 기망하며 사기질을 늘어놓고 있었다. 거기에 합세한 국민의 짐.. 나는 이 녀석들이 집안(나라)을 망치는 암탉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공무원이 '자기가 지은 죄를 면하기 위해' 정치판으로 뛰어든 희한한 세상.. 퓌렌쩨 수도원이 위치한 갈루쪼의 문장이 묘하게 겹치는 것이다.


"꼬끼오~~~ 꼬오끼오~~~!!"



새벽을 깨우는 수탉의 울음소리.. 깊은 잠에 빠져든 선량한 사람을 깨우는 죽비와 같은 소리.. 단테는 퓌렌쩨서 죽을 때까지 혹은 죽은 후에도 베아뜨리체를 사랑하며 <신곡>을 썼다. 평생 단 두 번만 만났을 뿐인데 사랑에 빠져든 것을 보면 '사랑하면서 동시에 현명하기는 신에게도 어렵다(Amare et sapere vix deo conceditur)'는 라틴어 명언이 옮은 것일까..


영화 <장미의 이름>에서 죽어간 수도사들의 면면을 보면 보통사람들과 달랐다. 비록 설정해 둔 것이지만 개연성이 다분한 것들.. 우리네 삶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딱 한 번 주어지는 인생에서 우리가 어떤 꿈을 꾸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



폐쇄된 공간과 열린 공간.. 닫힌 생각과 열린 생각..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세상에서 성공은 무엇이며 실패는 또 무엇인가.. 수도사들이 기나긴 묵상을 통해 세상을 구원해 보려고 노력해 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만, 그들의 기도로 인해 세상은 수탉을 필요로 했을까..



하니와 함께 벼랑 끝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한낮의 태양이 수도원 머리 위를 비추고 있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허기를 채울 맛난 점심을 먹을 시간..



살다 보니 일상이 다 그저 그렇고 그런 것.. 새로운 꿈을 꾼다면, 그곳은 수탉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이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 아닐까.. 여행자에게는 호기심이 충족되어야 하겠지만, 일상에서는 매우 일상적인 일이 너무도 중요하다. 거짓과 나쁜 짓을 일삼는 자들에게 먹히지 않으려면 늘 깨어있어야 한다. 늘 깨어 있어야 도둑과 강도가 들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누군지 정확히 분별하게 될 것이다.



Vangelo secondo Marco(마가복음 13: 36~37)


perché non giunga all'improvviso, trovandovi addormentati [36]

Quello che dico a voi, lo dico a tutti: Vegliate! [37]


그가 갑자기 돌아와서, 너희가 자고 있는 것을 보지 않게 하라.(마가 13:36)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모두에게 하는 말이다. 항상 깨어 있어라!(마가 13:37)



우리는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지름길이 보이지 않었다. 세상일도 그러하겠지..


하니가 이곳 바를레타서 그림 수업을 받고 있는 동안 어린 선생님으로부터 늘 지적당하는 일이 있다.


"Hanna.. Piano! Piano..!!"


하니의 그림 선생님이 자주 사용하는 말은 "차근차근히.."였다. 조급합이 앞선 그녀에게 왕도를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게 될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은 왕이 아니라 수탉 같은 존재이자 머슴이라는 것을 수 도 없이 학습해 왔다. 말 안 듣고 거짓말을 일삼고 타인의 물질을 탐하는 뺀질뺀질한 녀석이 머슴의 자격은 없을 것.



나는 살아오는 동안 사람을 보는 눈높이가 생겼다. 어떤 사람이 일꾼이 되어야 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정의하며 퓌렌쩨 수도원과 장미의 이름을 마무리한다. 내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이다.



"정직해야 한다..!!"


il Nostro viaggio in Italia con mia moglie_Certosa di Firenze
il 05 Febbr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이전 15화 누구를 위해 종을 때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