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파타고니아, 일주일간의 천국 여행
우리가 만난 그곳 꽃동네 새동네..!!
서기 2022년 2월 7일 아침(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컴에 로그인을 하고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에는 조금 전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의 호숫가를 다녀온 흔적이 뚜렷이 남았다. 하늘은 푸르고 티끌 한 점 없는 마을.. 초초(Lupinus_현지 사람들은 '초초'라 부른다)가 무리 지어 떼창을 부르는 곳.
숙소 앞의 길은 파타고니아 남쪽으로 이어지는 까르레떼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의 모습이며, 멀리 눈을 하얗게 머리에 인 산은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 호수(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를 내려다 보고 있는 그랄 국립공원(Reserva Nacional Lago Gral. Carrera)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장차 여행기를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심심할 시간도 여가도 없는 천국을 쏙 빼닮은 여행지에서 1주일의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묵었던 민박집에는 미혼의 두 여성이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여성은 뿌에르또 몬뜨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다. 그런 그녀가 이곳에서 여행자를 맞이하며 여행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몇 되지 않았다. 그래서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에서 살지 그랬느냐"라고 물었더니 그녀는 "이곳이 더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 속에는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싫어하는 표정이 묻어있었다.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region Los Lagos)의 주도 뿌에르또 몬뜨는 2008년 기준 22,5000명이 살고 있는 도시였으며, 우리는 몬뜨를 여러 차례 방문한 적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그리고 다시 11년 전쯤.. 시내 중심에는 적당히 붐빌 정도였지만, 우리나라(서울) 기준으로 볼 때 몬뜨는 작은 도시에 지나지 않았으며 조용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곳을 대도시로 여기고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 것이다. 빠따고니아를 여행한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보다 더 큰 도시에서 보다 더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래서 남부 빠따고니아로 깊숙이 여행하면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학생들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며 대체로 보다 큰 도시로 유학을 보내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숙소를 지키는(?) 또 한 여성은 고도비만으로 거동이 매우 불편해 보였지만, 성격은 얼마나 활달한지 하니와 나를 친부모 혹은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그녀는 우리가 이곳 뜨랑퀼로에 머무는 동안 1인당 숙박비용을 우리 돈 5천 원.. 그러니까 우리는 하루 숙박비 1만 원을 지불하고 1주일을 머물렀던 것이다.
배낭여행자의 천국이자 여행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빠따고니아에서 하루 숙박비 1만 원이면, 텐트와 코펠과 버너 등을 지참한 여행자들의 눈높이에서는 호텔처럼 생각할까.. 서너 칸의 방이 달린 민박집 규모에 비해 꽤 큰 주방에는 커다란 들통과 오븐이 눈에 띄었다. 들통은 장작을 때는 난로 위에서 자글자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고아지면서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이다. 이곳 뜨랑퀼로는 도시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야채와 과일 그리고 고기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쌌다. 그러나 작은 마울에 푸줏간이 하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방목된 소를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그곳에서 이곳 사람들이 먹지 않는(무슨 이유일까..) 소꼬리(rabo de vaca)를 구입해 곰탕을 해 먹은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Puerto rio tranquillo)란 조용한 항. 포구란 뜻으로 '조용한 마을'로 불러야 마침맞은 곳이다.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가까운 빙하로 떠나기 전 몸을 추스리기 딱 좋은 곳. 우리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호숫가나 숙소 근처 혹은 뒷산으로 싸돌아 다녔다.
그때 숙소 근처로 싸돌아 다니면서 남긴 기록들..
그 기록들이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덧 11년의 세월을 계수하고 있다. 사진첩 속에서 겨울잠 자듯 오랫동안 발효를 거듭한 풍경들이 주인의 부름을 받고 등장한 것이다.
나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찌든 몸과 마음을 대자연에 모두 털어버리는 의식을 감행했다. 파타고니아의 맑고 고우며 향기로운 공기로 마음껏 샤워를 한 것이다. 빠따고니아가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풍경들..
그 가운데는 우리의 먹거리를 챙겨준 주방의 고소한 향기와 미혼의 두 여인들의 모습이 벽에 걸린 액자처럼 오롯이 묻어나 있었다. 지금쯤 결혼을 했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이 땅에 살아가는 여인들의 삶을 고려하면 아이 한 둘만 낳고 대자연 속에서 살아갈 것으로 생각된다. 인구수에 비해 땅이 턱 없이 넑고 길며 아름답고 청정한 나라..
나는 유아교육을 전공한 그녀가 왜 이곳 고향으로 돌아와 살고 있는지 이해를 하고도 남는다.
그녀는 도회지가 주는 풍요로움 보다 대자연이 값없이 부어주는 아름다움에 더 매료되었을 것이다.
참 지혜로운 여성.. 도회지에서 공부하느라 빼앗긴 시간들이 장차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란 보장이 있을까.. 있다면 그 행복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 둥에 대해 깨달은 현명한 한 여성이 살고 있는 곳은 천국이었다.
하나와 함께 머문 1주일의 시간은 평생의 시간과 맞먹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아침에 일어나 사진첩을 열어본 다음 편집을 해 놓고 다시 그녀의 그림 수업이 끝난 다음 다시 포스트를 열었다. 그때 노트북 곁으로 지나던 그녀가 한 마디 던졌다.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챙겨 온 보물이 뭐야..?!"
나는 즉시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응, 사진이지 뭐긴 뭐야..! ^^"
여행을 통해 남는 것은 사진이자 추억이 전부이다. 이들은 무형의 자산으로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물건(?)이자 재산이다. 우리가 만난 그곳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가 꽃동네 새동네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알 수 없는 곳. 마음에 담아 두고 애간장을 태우던 시절은 모두 다 지나갔다.
IT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천국을 쏙 뺘 닮은 마을에서 살아갈 수는 없지만, 노트북을 열면 그곳에서 즉시 천국을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여행을 떠나시거덜랑.. 찍고 또 찍어서 두고두고 음미해 보시기 바란다. 소꼬리 곰탕보다 더 진국으로 가슴을 적실 것이다. 도회지로 나가 공부한 그녀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를 단박에 알 것 같다.
Il Nostro viaggio di una settimana in paradiso_Puerto Río Tranquilo
il 07 Febbr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