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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8. 2022

이탈리아, 매우 특별한 결혼 답례품

-그녀의 그림 선생님 루이지의 특별한 작품

예비 신부 신랑의 행복한 고민, 결혼 답례품은 어떤 게 좋을까..?!

서기 2022년 2월 7일 오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루이지 화실(Bottega di Luigi lanotte)에서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하니의 그림 수업을 지도하고 있는 루이지는 이날 아침 내게 "잠시 짬을 내어 영상을 좀 찍어달라"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잠시 후 아래층에 위치한 다른 화실에 보관 중이던 작품들을 내게 소개했다. 작품들은 2호 크기(25.8 cmX17.9 cm)로 책 한 권 크기(국배판 보다 조금 작은)만 하다. 이 작품들은 하니의 그림 수업 중에 자주 봐 왔던 그림이며 그녀가 그림 수업 중에도 짬짬이 까봘레또(cavaletto, 이젤)에서 작업 중이던 낯익은 작품들이었다. 그때 기록해 두었던 작품들은 주로 이렇게 그려졌다.

작은 까봘레또를 작업용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이프로 물감을 찍어 바르거나 작은 붓으로 그려나갔던 작품들.. 그 작품들이 어느덧 1년 가까운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루이지가 나를 작업실로 데려간 이유 중에는 그동안 당신이 그려낸 작품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계수하고 싶었다. 따라서 종이 상자에 차곡차곡 담긴 작품들과 벽에 걸어둔 작품들을 하나씩 계수를 하며, 얼마나 더 그려야 할지 체크를 하는 것이다.

"루이지.. 작품 수가 전부 얼마나 돼..?"

"네, 전부 205점입니다."

그는 작품을 한 점 한 점씩 세어가며 잎으로 완성될 작품의 수가 몇이나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뜻깊은 자리였다. 그래서 기록을 남기고 싶었는데.. 나는 그가 완성한 작품들을 보며 속으로 즈음이 놀라고 있었다.

"이 작품들은 어디에 쓰려고 그렸는지..?!"

"네, 퓌렌쩨의 한 지인이 결혼을 하는데 답례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문을 받았습니다. 전부 250점..^^"

평소 그가 그리고 있던 작품들의 쓸모가 어디였는지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참 특별한 결혼 답례품..

양상, BARLETTA, BOTTEGA DI LUIGI LANOTTE_매우 특별한 결혼 답례품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수건에 신부와 신랑의 이름을 새기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한편, 결혼 답례품은 진화를 거듭하여 요즘은 점점 더 소형화되고 고급스러워졌다. 결혼 답례품의 종류를 보니 '깨가 쏟아지게 잘 살겠다'는 의미의 깨와 소금을 예쁘게 포장한 것으로부터 타월과 꿀, 핸드워시, 오색 소면과 화장품 등 종류와 가격이 천 차 별 만차 별..

어떤 제품들은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가난한 신부 신랑을 힘들게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기야.. 평생에 딱 한 번.. 어떤 경우의 수도 있겠지만 당신의 결혼을 축하해 준 하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답례품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르네상스를 일군 나라 이탈리아에서는 결혼 답례품이 매우 예술적이며 실용적이고 두 사람을 오래도록 기억해 줄 것 같은 풍경이 루이지로부터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첨부의 사진과 영상은 지난해 7월 1일 거행된 결혼식(처음이자 마지막) 풍경이며, 루이지의 화실로부터 지근거리에 위치한 유서 깊은 교회(Tesoro della Basilica del Santo Sepolcro)에서 결혼식 후 하객들로부터 축하를 받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가 그린 250점의 작품은 곧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로 건너가 선남선녀의 품에 안길 것이며, 당신을 축하해준 하객들의 품에 오롯이 안기게 될 것이다. 생각만으로 행복해지는 풍경이다. 이 작품을 위해 루이지는 지난 1년 동안 땀을 흘려왔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기도해주신 여러분들을 위해.. 참 아름다운 모습을 하니의 그림 선생님으로부터 보게 된 흐뭇한 아침이었다.

영상, Scene di celebrazione del matrimonio in Italia_이탈리아 결혼식 축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