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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25. 2019

마젤란펭귄의 절규와 나의 눈물

#4 아내와 함께한 여행 사진첩


눈물이 메마르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파타고니아에서 만난 마젤란펭귄의 절규


오늘 사진첩을 열자 눈에 띈 사진 한 장은 마젤란펭귄이 절규하는 모습이다. 아내와 함께한 대장정 남미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만난 귀한 장면이다. 이곳은 칠레의 마젤란 해협에 위치한 뿐따 아레나스(Punta Arenas)에서 조금 떨어진 세노 오트 와이(Seno Otway)이다. 널리 알려진 마젤란 펭귄 서식지인데 이곳에서 매우 특별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나는 마젤란펭귄이 허공을 향해 부르짖는 소리가 절규로 들렸다. 절규의 사전적 의미는 '힘을 다해 부르짖는 것'이지만, 좀 더 나아가면 너무 안타깝고 서러우며 그리움이 절정에 다다라 목 놓아 우는 모습이랄까. 나는 그가 왜 절규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인간들이나 동물들이 내뱉는 소리를 참조하면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와 기분이 나쁘거나 상했을 때 내는 소리나 행동이 다르다는 걸 안다. 


사람들은 기분 좋을 때 하하 호호 히히 낄낄 큭큭 거리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조금 전 상황과 전혀 다르다. 잠시 찌질 대다가 종국에는 엉엉 소리를 지르거나 땅을 치며 통곡을 하는 것. 내가 만난 한 마젤란펭귄은 후자의 경우로 들렸다. 너무 슬프거나 나쁜 상황이 자신에게 닥치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태산 같은 것.




마젤란펭귄의 습성


그렇다면 마젤란 펭귄 서식지에서 만난 펭귄 한 마리는 왜 절규하는 것일까. 펭귄 혹은 마젤란펭귄의 생활습성 등을 기록한 자료에 따르면 절규하는 혹은 울부짖는 가여운 녀석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젤란펭귄은 일부일처제로 살아가며 사랑의 결실로 맺은 두 개의 알을 부부가 서로 자리를 바꾸어 가며 양육한다. 부부가 자리를 바꿔가며 동등한 양육에 매달리는 것이다. 


또 펭귄들은 새끼의 연령이나 크기에 관계없이 모두 동등한 양의 먹이를 공급하는 것으로 전한다. 보통은 우열을 판단해 열등한 새끼는 죽게 내버려 두는 것. 그런데 마젤란펭귄의 새끼들은 태어나는 순간 모두 같은 크기를 가진다. 하지만  부화하는 시간대가 다를 때는 어느 정도의 크기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암컷은 나흘 간격으로 약 2개의 알을 낳는데, 첫 번째 새끼는 보통 두 번째 새끼가 부화하기 이틀 전에 나온단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먹이를 공급받는 빈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성장하게 된다. 첫 번째 새끼는 두 번째 태어난 새끼와 무게가 다르지만 부모 펭귄은 여전히 똑같은 양의 먹이를 준다는 것. 먼저 태어났다고 해서 덩치가 조금 더 큰 형제에게 먹이를 더 먹이는 게 아니란 것이다. 


아마도 마젤란펭귄 혹은 여러 종의 펭귄들이 이러한 습성을 가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부모가 서로 자리를 바꾸어 가며 양육에 매달리므로, 암컷 혹은 수컷이 먹이 사냥을 위해 자리를 비우면 둥지에 남은 새끼는 남은 부모가 보살피는 것이다. 



마젤란펭귄을 위협하는 사람들


또 바다로 나가 먹이 사냥을 한 펭귄은 집으로 돌아와 자기가 채집한 먹이를 토해내(역류)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다. 그런데 습성상 일정한 시간이 되면 먹이 사냥을 마치고 귀가를 해야 하는데, 남편 혹은 아내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면 바닷가 땅속 둥지에 남은 펭귄 가족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처음엔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사냥을 나간 한 부모가 빨리 돌라오길 기다렸지만, 시간이 조금 더 경과하면 배고픔보다 그리움이 더할 게 아닌가. 그리고 종국에는 돌아오지 않는 한 부모의 안부가 걱정되어 안타까움이 슬픔과 절망으로 변하게 될 게 분명해 보인다.


몸길이 70cm도 채 안 되는 마젤란펭귄의 삶은 의외로 치열하다. 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이들은 바다 깊이 잠수해 크릴새우나 오징어 등을 잡아먹는다. 뭍에서는 짧은 다리로 기우뚱 거리며 걷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재밌는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바다로 나가는 즉시 어수룩해 보였던 두 날개가 막강한 추진력(프로펠러)을 발휘한다. 상상밖이다. 그리고 뿐따 아레나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식하는 마젤란 펭귄 혹은 다른 종들도 먹이 사냥을 위해 장거리 여행을 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마젤란 해협을 벗어나 서식지에서 멀리 떨어진 아르헨티나 남부 해안까지 진출하는 것. 우리의 상상밖이다. 


장거리 먹이사냥에서 가장 큰 복병은 인간 세상에서 버린 오물들이다. 우리 인간들이 이들의 생태환경을 더럽히거나 어종을 남획한 나머지 펭귄들의 먹이는 점차 줄어들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하는 것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펭귄들의 수가 점차 줄어든 이유 중에 인간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그나마 어종 남획은 용서할 만(?)하다. 폐선박 혹은 좌초된 선박들로부터 유출된 기름띠는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펭귄의 개체가 줄어드는 이유 중에는 우리 인간들이 포함되었다는 건 반성할 일 아닌가. 그래서 유전적으로 이런 상황을 너무도 잘 아는 뭍의 펭귄 가족들은 배고픔보다 더 간절한 게 돌아오지 않는 아내 혹은 남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언제쯤 절규해 봤는가


목 놓아 꺼이꺼이 우는 녀석을 보는 순간 돌아가신 부모님이 단박에 오버랩됐다. 생애 통틀어서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만큼 울어본 기억이 없다. 나를 낳아 주시고 애지중지 길러주신 부모님이 유명을 달리하고, 묘지에서 하관식을 진행할 때는 물론 그 전후에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펭귄의 절규는 비교가 되지 않는 대성통곡이었다. 이런 현상은 나뿐만 아니라 형제자매들도 그랬고 이웃의 어른분들 혹은 가까운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했을 때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희한했다. 어디서 샘솟는지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손수건이 흥건히 젖었는데도 여전히 눈물이 주룩주룩 볼을 타고 흐르는 것.


이 같은 경험은 딱 두 번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하늘나라로 떠났을 때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본 크고 작은 죽음 앞에서 눈시울을 적신 것.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사진첩을 다시 열어 펭귄의 절규를 목격하면서 '나는 언제쯤 절규해 봤는지' 잠시 뒤돌아 봤다. 그리고 우리 몸이 견디지 못할 만큼 큰 고통이 다가왔을 때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생각하며 자료를 살펴봤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기록되어 있었다. 이런 걸 '눈물의 미학'이라고 할까.




눈물의 미학


사람들이 왜 우는지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그러나 우는 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눈물은 눈을 보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몸속에 있는 노폐물을 바깥으로 배출하는 기능까지 담당한다고 한다. 또 눈물의 종류도 여럿 있어서 이를 몇 가지로 분류했다. 


예컨대 프거나 기쁠 때 나오는 눈물은 정서적 눈물이라 하고, 눈을 따갑게 만드는 자극적인 물질로 인한 눈물은 자극적 눈물로 불렀다. 양파 껍질을 벗길 때 나타난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눈을 보호하기 위해 조금씩 분비하는 생리적 눈물도 있어서 성분이나 역할이 조금씩 차이 나는 것. 그리고 전문가들은 정서적인 눈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잘 우는 사람이 오래 산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울고 싶을 때 실컷 울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아 분비되는 카테콜라민이 눈물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



위 링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이 박사는 카테콜라민(catecholamine_카테콜아민(CA)은 교감신경자극 전달물질(交感神經刺戟傳達物質)로 부신 수질(副腎髓質)-교감신경계 기능(交感神經系機能)을 고찰하는 중요한 지표이다.이 몸 안에 쌓이면 소화기 질환은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근경색과 동맥경화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는 잘 울기 때문이라며 미네소타 주 소재 알츠하이머 치료연구센터의 빌 프레이 박사가 주장하기도 했다. 아무튼 자료를 살려보면 눈물은 우리 인체의 건강에 매우 유익한 현상이므로 눈물이 메마른 사람들은 참고해 두시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흠..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찌질대는 건 볼썽사나운 일이지 아마도..ㅜ)



그러니까 눈물은 우리 신체를 건강하게 보호할 뿐만 아니라 고통을 덜기 위한 기막힌 현상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눈물의 사회적 기능을 빠뜨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듣다. 이른바 '눈물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누군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싶은 것. 


평소 정이 없거나 못돼먹은 사람으로 치부되는 건 아닐까. 이런 현상은 형식적으로 조문을 하는 장례식장에서 도드라진다. 조의금 봉투만 건네고 인사만 꾸벅하면 끝이다. 눈물이 메마른 세상.. 그 세상 저편 머나먼 곳, 바람이 매서운 바닷가에서 한 마젤란펭귄이 꺼이꺼이 절규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아래 짧은 영상은 마젤란 펭귄이 절규하는 장면이므로 참고하시기 바란다.


SENO OTWAY_PUNTA ARENAS CILE
Spheniscus magellanicus PATAGON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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