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바를레타에 찾아온 봄소식
우리 한 곳만 바라보며 살자꾸나..?
서기 2022년 2월 20일 오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하니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그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바를레타 항구(Porto di Barletta)를 보호하고 있는 외항 방파제이다. 그곳에 가면 아드리아해의 민낯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두 해 겨울을 이곳 방파제를 들락거렸다. 하니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무시로 드나들던 곳. 아드리아해는 사납게 내게 달려들었다. 얼마나 사나웠는지 당장이라도 나를 바닷속으로 집어삼킬 듯 사납게 굴었다. 외항의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내항으로 들락거릴 정도로 아드리아해는 앙칼질 모습으로 방파제 너머에서 내게 달려들었다. 들었었다.
희한한 일이다. 파도는 나의 마음을 쏙 빼닮았었다. 그렇게 두 해 겨울을 보내는 동안 방파제서 바라보던 아드리아해는 점점 나로부터 멀어졌다. 그리고 종려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는 산책로를 따라 열심히 발도장을 찍으며 아드리아해가 내어주시는 해돋이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한국에서 돌아온 그녀..
잠시 동안 아드리아해를 볼 수 없었다. 그녀의 그림 수업이 바다를 멀리하게 된 이유랄까..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바다를 두고도 자주 들르지 못한 바닷가.. 그동안 아드리아해는 마음을 고쳐 먹었는지..
한밤중에 일어나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에는 방파제서 바라본 아드리아해가 오롯이 남아있었다. 얼마나 착한지 모른다. 순둥순둥.. 바람이 딱 한 점밖에 없는 바다를 그녀와 함께 걸었다. 희한한 바다..
그렇게 앙칼지게 덤벼들던 바다가 이렇게 착하다니.. 어떤 때는 속을 후벼놓는 앙칼진 모습도 좋았다. 그런데 이 눔의 바다가 웰케 착한 거야.. 요즘은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갈지도 모른다. 한두 주가 지나면 다시 타들어간 속이 말갛게 씻길지 아니면 속을 발칵 뒤집어 놓을지..
그때 착하디 착한 이 바다를 닮었으면 좋겠다. 정중동.. 내 속이 타 들어갈 때 바다도 앙칼지게 굴었다. 마구 할퀴었다. 어쩌자고..! 그런 잠시 후 그녀가 등장하자 숨 죽인 아드리아해.. 참 희한한 바다.
* 영상은 전편 바람 한 점뿐인 봄 바다 편으로부터 시작해 보고 또 보고 다시 한번 더 편까지 이어진다. 우리 집으로부터 지근거리에 위치한 바를레타 방파제를 한 바퀴 돌아오는 여정을 담았다.
지난 여정 마지막 장면에 담은 그녀가 목적지를 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목적지는 방파제 끄트머리였으며 그곳에서 아드리아해의 봄 바다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측으로 등대가 서 있고 내항은 잠잠하다. 그녀의 등 뒤로 보이는 뾰족한 건물이 바를레타 두오모이며 바로 곁에 우리 집이 위차 해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바를레타 너머로 해넘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해넘이가 시작되는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내항이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마법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와 해넘이..
매일 반복 돠는 일상이자 태양계의 시계이다.
태초로부터 영원까지.. 단 한차례도 멈추지 않고 운행하는 자연의 법칙..
우리는 그 속에서 지지고 볶고 시시덕 거리고 찌질 대거나 행복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떤 녀석들은 제 잘난 멋에 살아가고 있고.. 나 또한 그런 줄 알았지..
그러고 보면 삶이란 부질없는 일인지 모를 일이야..
그래서 먼저 살다 간 선지자 이사야는 세상의 모습을 이렇게 보셨지..
[8] Secca l'erba, appassisce il fiore, ma la parola del nostro Dio dura sempre. Veramente il popolo è come l'erba.
"풀이 시들어 꽃도 시드나 우리 신의 말씀은 영원하다. 사람들은 정말 풀과 같은 존재이다.(이사야 40:8)"
하루.. 한 날을 머리 위에서 운행하던 태양이 다시 서쪽으로 떨어진다.
내일 아침 다시 아드리아해 너머에서 발그레한 얼굴을 내미시겠지..
"풀이 시들어 꽃도 시드나 우리 신의 말씀은 영원하다. 사람들은 정말 풀과 같은 존재이다."
유한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 무릇 생명들은 모두 다 똑같은 운명을 타고났지..
100년을 산다고 해서 더 달라질 것도 없는 세상..
사랑하고 살아도 부족한 시간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어느 청춘들의 뒷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당신들이 떠나온 동네 바를레타..
대체로 청춘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깔깔대고 좋아하지.. 그렇게 사랑이 익어가는 거지..
그땐 그 모습이 영원할 거 같고 마냥 좋은 거야..
살다 보면 그런 사랑도 태양의 운행과 다르지 않았어.. 풀이 미르면 꽃이 시들듯이 말이다. 풀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날리듯이 말이다. 그런 현상이 지지고 볶고 시시덕 거리고 찌질 대거나 행복해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
하니와 나는 집을 나서는 순건부터 한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었다. 재래식 고기잡이 도구(il Trabucco)가 긴 팔을 아드리아해를 향해 벌리고 있는 풍경 너머 방파제 끄트머리.. 우리의 목적지는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발그레한 신의 그림자..
청춘들은 아주 가끔씩 해돋이와 해넘이를 바라보며 행복해한다. 그리고 다시 서로를 향해 마주 보며 살아간다. 보고 또 보고 다시 한번 더 보고..
안 청춘들은 조금 다르다. 함께 바라보는 목적지 혹은 장소가 따로 있다. 무릇 함께 바라봐야 할 곳은 장차 돌아갈 본향이자,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일이다. 하늘이 내리신 귀하디 귀한 선물..
해넘이가 아름다운 것은 신의 그림자가 깃들었기 때문이며,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 때문 아닌가..
Notizie di primavera arrivate nel sud d'italia_il Mare Adriatico
il 21 Febbr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