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기 좋은 돌로미티의 계절은 언제쯤일까
무작정 길을 떠나게 만드는 마법의 산골짜기..?!
한국의 공룡능선을 7차례 다녀온 안 청춘의 모습은 우리네 삶과 꼭 닮았다. 연습이 없는 실전의 세상.. 그런데 친퀘 또르리 뿐만 아니라 돌로미티 국립공원의 명소 곳곳을 다니는 동안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됐다. 산중에서 피로에 겹친 두 사람이 주고받던 대화는 어느 순간부터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마법의 시간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랄까.. 이날 아침 그녀와 나는 누군가의 꼬드김 속에 빠져들면서 이렇게 말하며 씩~웃고 말았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 빠쏘 지아우(Passo di Giau) 답사나 다녀올까..?! ^^"
빠쏘 디 지아우.. 그곳은 이탈리아 북부 뵈네토(Veneto) 주 벨루노에 위치한 해발 2236m의 알파인 고갯길(un valico alpino delle Dolomiti)이다. 예전에는 베네찌아 공화국(Repubblica di Venezia)과 오스뜨리아 제국( l'Impero d'Austria)의 경계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꼬르띠나 담빼쬬(Cortina d'Ampezzo)의셀바 데 까도레와 꼴레 산타 루치아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알삐(ALPI, 알프스)의 지형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우리가 이틀 전에 다녀온 친퀘 또르리에서 멀지않은 곳이며, 돌로미티 여행 중에 자주 다녔던 고갯마루에 도착한 시간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이곳을 다시 찾고자 미음을 먹은 것은 지난해 첫눈이 오실 때 남은 기억이 워낙 또렷했다고나 할까.. 그때 빠쏘 디 자아우 고갯마루는 흰눈이 소복이 쌓이기 사작했다.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빠쏘 디 지아우(Passo di Giau)에 첫눈이 내린 풍경.. 큰 봉우리 좌측 중간 꼭대기에 까마 점이 보인다. 그곳이 목적지인 빠쏘 디 누볼라우(Passo di Nuvolau) 산장이 위치한 곳이다. 저곳에서 내려다본 돌로미티는 천국을 연상케 한다. 오늘 포스트에서는 빠쏘 디 지아우 고갯마루의 휴게소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좌측으로 이동하고 있다. 계획에 없던 일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하지만 이날 아침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친퀘 또르리에서 바라본 빠쏘 포르첼라(Passo di Foecella)가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서 추억을 불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다시 첫눈이 오시던 그 언덕(빠쏘 디 지아우)으로 가 보고 싶었다. 돌로미티 여행에서 자주 언급되는 꼬르띠나 담빼쬬는 돌로미티의 동쪽에 위치해 있는 주요 도시이며, 서쪽에는 볼싸노(Bolzano)가 배후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다. 돌로미티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는 중요한 지명이자 베이스캠프에 해당하는 곳이다.
(중략).. 우리가 빠쏘 디 지아우에 도착했을 때도 비는 여전히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고갯마루 휴게소 근처 도로변의 빈자리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고갯마루 근처로 걸어보고 싶었다. 신께서는 늘 이렇게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셨을까..
자동차가 고갯마루에 도착하고 주차를 한 즉시, 우리는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등산화를 챙기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우비가 필요했다. 간단한 점심 도시락과 생수와 비옷과 스틱이 전부였다. 우리는 고갯마루에서 빤히 보이는 암봉 아래까지만 다녀오고 싶었다. 간만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빠쏘 디 지아우로부터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지더니 다시 작은 이슬비로 변하기 시작했다. 고갯마루 곁으로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을 걷는 동안 발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은 우리를 유혹하는 용틀임이었을까..
우리는 이 고갯마루를 몇 번이나 지나쳤는지 매우 친근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저 멀리 돌로미티 산군 너머로 하얀 눈을 머리에 인 덩치 큰 산의 이름이 마르몰라다(La Marmolada)라는 것을 알 때쯤, 우리는 고갯마루를 지나 빠쏘 누볼라우(Passo Nuvolau) 정상을 돌아 초주검이 되어 다시 이곳에 돌아온 것이다.
하니가 가던 길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아이폰에 돌로미티 풀꽃을 담고있다.
지난 여정 <돌로미티, 미쳐야 가능한 일> 편에서 이렇게 썼다. 서기 2022년 2월 27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다음 여정을 이어간다. 지금 이곳은 추적추적 봄비가 오신다. 이틀 동안 추적추적 오시는 비.. 사진첩을 열어놓고 보니 하니가 쪼그려 앉아 아이폰을 풀숲으로 향하고 있다. 그곳에는 풀꽃들이 그녀는 물론 나를 따라다녔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여행자를 올려다보는 금강초롱을 닮은 돌로미티의 풀꽃들.. 이곳 돌로미티는 풀꽃들의 천국이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오시고 있지만 돌로미티 지역(ALPI)은 비가 오시지 않는다. 돌로미티에 봄이 오시려면 꽤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곳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는 절기상 겨울이지만 아드리아해 바닷가에는 일찌감치 봄의 요정들이 떼창을 부르고 있다.
돌로미티에서 풀꽃을 보는 등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기 위해서는 6월경이라야 한다. 이때부터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고 풀꽃들의 봄노래 리허설이 막 시작되는 것이다. 침고로 돌로미티의 월별 온도 표시가 된 자료를 살펴봤다.
Temperature e clima delle Dolomiti(돌로미티 지역 온도 분포도)
위 월별 온도 분포도를 설명하면 맨 좌측은 1월(Gennaio)부터 12월(Dicembre)까지 순서대로 써놓았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6월(Giugno)부터 9월(Settembre)까지이다. 붉은색과 분홍색으로 표시된 곳에 최고온도(Mediatemperatura Massima)와 최저온도(Mediatemperatura Minima)를 표시해 두었다. 시간은 대략 정오경이다.
우리가 체험한 바에 따르면 최고온도와 최저온도 사이의 값(온도)이 돌로미티의 온도였다. 예컨대 7~8월경 돌로미티 산속의 체감온도는 18~20도씨 정도였다. 이때 계곡에서 발을 담그거나 멱을 감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른 아침이나 저녁답에는 기온차가 10도씨 정도 차이가 났다. 차박이나 야영을 할 때 썰렁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기온차는 일정하지 않았다. 작년의 경우 우리가 돌로미티에서 예정보다 빨리 철수한 이유는 온도 때문이었다. 8월의 돌로미티는 늦가을 혹은 초겨울의 포근한 날을 닮었다고나 할까.. 아침 최저 기온이 영상 4도씨로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썰렁했다. 우리는 차박 혹은 야영을 하려도 마음먹었기 때문에 안 청춘 최악의 날씨였던 것이다. 이런 날.. 하니에게 이렇게 제안을 했던 것이다.
"우리 빠쏘 디 지아우(Passo di Giau) 답사나 다녀올까..?! ^^"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다가 풀꽃 앞에 쪼그려 앉은 곳에 피어난 돌로미티 금강초롱.. 녀석들의 머리에는 아직도 빗물에 젖어있을 정도였다. 조금 전 비구름이 개이면서 싱싱한 자태를 야행자에게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최초의 목적지였던 빠쏘 디 지아우 고갯마루에 보이던 봉우리 곁을 지나고 있었다. 마음에 준비도 없이 먼길을 나선 것이다.
돌로미티에서는 늘 이런 식이었다. 목적지를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어 곯아떨어지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멀쩡 해지는 것이다. 목적지에서 돌아올 때는 "한 며칠 쉬었다가 다른 데로 가자"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러다가 날만 새면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하다가.. 물 좋고 공기 좋은 장소가 베푼 축복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나 저제나 언제나 돌로미티로 떠날 생각을 가슴 속에 품고 있다고나 할까..
이틀 동안 추적추적 부슬 보슬 비가 오시는 날 돌로미티에 두고 온 자식이 있는 것처럼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언제쯤 갈 수 있을까를 계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정으로 뒤적거려본 돌로미티의 온도 분포에 따라 여행의 적기는 7월로 잡고 있는 것이다. 그게 어느덧 코 앞에 다가왔다.
불과 5개월 후가 되면, 우리는 천상의 나라 돌로미티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게 며칠이 되었든 간에.. 그때 돌로미티는 눈이 다 녹고 풀꽃들이 자지러지며 봄노래를 떼창으로 부르게 될 것이다. 그곳은 돌로미티에 남겨둔 그리움이 솔솔 풍기며 봄 향기가 늦게까지 그윽이 진동을 하는 곳이다.
하니와 나는 최초의 약속을 어기고 마침내 빠쏘 디 누볼라우로 가는 길에 접어들면서 그저 앞만 보고 걸어야 했다. 우리 앞에 길게 그어진 산길은 생각보다 길고 멀었다. 이때부터 입고 온 우의를 배낭에 챙겨 넣고, 안 청춘의 고난의 길이 시작되고 있었다. 누군가 등 위에서 떠미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그래서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한 법이지..!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Verso Passo Nuvolau
il 27 Febbr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