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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04. 2022

매우 특별한 우리 동네 반찬가게

-아드리아해 사구(砂丘) 작은 보고서 V


살다 살다 이런 일 처음 겪어보니..?!!



    서기 2022년 3월 3일 정오를 넘은 시각(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사흘 동안 비가 오락가락하시더니 함박눈까지 흩뿌리더니 기어코 마침내 종국에는 따스한 볕을 내보이는 것이다. 비가 오시는 것도 좋게 말하면 분위기 있는 풍경이지만, 쏟을 때 화끈하게 퍼붓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런데 이 눔의 이탈리아 남부의 겨울은 이렇듯 비가 오락가락하시면서 봄을 시샘하는 것이랄까.. 하니와 나는 모처럼 그림 수업이 없는 길일(?)을 택하여 바닷가로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구도시를 가로질러 아드리아해가 저만치 보이는 바닷가 언덕 위에 도착하니 사흘 동안 적지 않은 변화가 눈에 띄었다. 



엉겅퀴의 키가 크게 자랐으며 딱 한 송이만 피어있던 꽃양귀비가 여러 송이로 새빨갛게 피어있었다. 녀석들을 보자마자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기분이 너무 좋은 것이다. 



우리는 집을 나설 때부터 커피를 보온병에 담고 간식으로 먹을 과일 몇 조각과 호주머니 칼과 비닐봉지를 준비해 작은 보따리에 담아 등에 짊어졌다. 그리하여 하니와 내가 점찍어둔 매우 특별한 우리 동네 반찬가게(?)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눈치를 채셨는가.. 



그곳은 올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났던 봄나물을 발견한 아드리아해 사구의 한 곳이었다. 언덕 위에 서니 풀꽃은 풀론 풀숲이 새파랗게 변했다. 누가 봐도 봄이 완연한 아름다운 풍경.. 우리는 우리만의 반찬가게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국내외 뉴스 속 테러리스트 푸틴과 거짓말쟁이 써결이.. 오래전 어른들이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한쪽에서는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테러를 저지르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녀석들이 지은 죄과를 세탁해 보기 위해 국민들을 무한 속이고 있다. 두 녀석과 같은 패거리들도 살아남고 싶을까.. 우리도 먹고살아야 했다. 어느덧 바닷가 산책로에 접어들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 곳곳에서는 민들레 속 풀꽃들을 만날 수 있다. 한 녀석은 차도 곁에서 자라고 있다. 그의 이름은 손츄스 오레라세우스(Sonchus Oleraceus ).. 아드리아해가 실어 나른 바람과 먼지 같은 모래 알갱이가 녀석들의 터전이 됐다. 시내는 물론 어느 곳에서 나 잘 자라는 생명력이 끈질긴 녀석이자 우리 몸에 유익한 성분을 제공하는 불로초라 할 수 있다. 올해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만든 하늘의 선물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하니와 나는 평소 산책 겸 운동을 하러 갈 때 종려나무 가로수길을 따라 걷지만 반찬가게로 이동할 때는 맞은편으로 걷게 된다. 약간은 불편하지만 우리가 그려놓은 봄나물 지도가 근처에 있는 것이다. 그녀 뒤로 앙증맞은 풀꽃이 자지러진다.



나는 이런 풍경이 너무도 좋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지천에 널린 봄날..



녀석들은 눈이 마주치는 즉시 말을 건다.


"(와글와글)와~ 아더찌다아~ 뚝모님 하고 어디가 떼요? ㅋ"



녀석들이 혀 짧은 소리를 외치며 떠드는 동안 우리는 사구 한쪽에 마련된 반찬가게에 도착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들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녀석들도 맞장구쳤다.


"응, 반찬가게 가는 길이란다. 씩~^^"

"에~ 아더찌 거지잇말.. 요긴 반찬가게 같은 거 없는뎅.ㅋ"



하긴 녀석들이 나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식물과 호모 사피엔스 후손의 만남..



그렇지만 그들과 나의 이심전심은 너무 잘 통한다. 어쩌면 녀석들이 내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녀석들을 만나는 순간부터 영감이 광천수처럼 솟구치니 말이다. 한 사흘 비와 눈이 오신 바를레타 사구는 촉촉이 젖어있었다. 빗물이 고이면서 곳곳에 물웅덩이를 만들면서 전에 못 보던 풍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반찬가게는 이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하니는 내가 숨겨둔 반찬은 잘 모른다. 꼭꼭 숨겨져 있다.



바닷가 언덕 위에서 산책로로 이동하면서 나 혼자 밖에 모르는 반찬가게가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흘 동안 오신 봄비가 광천수가 흐르는 작은 도랑과 습지를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갈대숲에도 봄이 깃들고 있었다. 어제와 오늘..



우리는 늘 이렇게 임무교대를 하며 해님과 달님에게 길들여져 왔다.



우리는 그런 과정을 세월이라 말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다시 나누고 있다. 바를레타 사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풀꽃들과 갈대는 물론 황금빛 알갱이들과 은구슬들이 스쳐 지나간 자리.. 그곳에 봄이 오롯이 깃든 것이다.


마침내 내가 점찍어둔 반찬가게 앞에 도착했다. 작은 물웅덩이를 지나 왼쪽으로 돌아가면 그곳에 도랑이 나타날 것이다. 나 또한 봄나물 등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별 볼일 없는 물웅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세상일은 참 묘한 법이다. 누구는 이런 상황을 신묘막측이라 부른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은 지천에 널려있고, 봄이 오시면 대자연에 널린 게 반찬가게였다. 주인이 없는 진정한 무인 상점..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였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도 그러했지.. 먼저 본 사람이 임자였으며 먼저 만난 사람의 가슴에서 환희가 샘솟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 사진의 세계가 그러하다.



사흘 동안 비가 왔으며 그 빗줄기를 타고 함박눈이 오셨지.. 그때 잠이나 퍼질러 자고 있었으면 금세 녹아버리고 말았을 것. 사람들 중에는 "눈 오시는 풍경 한 번 마주쳤다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생각을 하는 분도 더러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잘은 몰라도 그런 사람들은 당신을 세상에 보낸 하늘나라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은 아닐는지.. 누군가 나를 보낸 이유가 있을 것이며, 세상을 마음껏 탐닉할 딱 한 번의 기회를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탐닉의 세계는 당신을 이 땅에 보낸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마침내 꼭꼭 숨겨둔 무인 상점인 반찬가게에 도착했다. 물웅덩이에 새파란 잎을 내놓은 게 무엇인지 단박에 알 것이다. 나는 지근거리(집에서부터 대략 2.5km)에 위치한 매우 특별한 반찬가게에 대해 무심했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이렇게 귀한 보물이 있는 줄 꿈엔들 알았으리오..



보면 볼수록 뷰파인더가 행복해지는 이 식물의 이름은 미. 나. 리.. MINARI..!!



유년기 때부터 봐 왔던 미나리는 내 조국 대한민국이 원산지라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봄이 오시면 찔레꽃과 진달래꽃을 따 먹던 생각과 함께 새콤달콤 초고추장에 무침으로 먹었던 향긋한 미나리..



마나리의 재발견이 먼 나라 이탈리아 남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점찍어둔 마니리깡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릇파릇한 미나리 새싹이 돋아 오르고 있었는데 어린 녀석들 모두 잠수하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적지 않은 풍경을 만났지만 물에 잠겨 더 아름답고 특별해 보이는 미나리..



미나리는 맛과 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체내에 쌓인 독성과 중금속을 배출시켜준다고 한다. 그러니까 간 건강에도 도움을 주면서 피로 해소에 효과를 보인다는 것. 뿐만 이니라 섬유질이 풍부해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며 변비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혈관을 맑게 정화시켜주어 혈압을 낮추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경감시켜주기도 한단다. 약성이 풍부한 제철 채소 미나리..



녀석들과 친하게 지내면 천년은 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히히 ^^



그러나 무엇이든 입으로만 먹는 습관에 길들여지면 인 돼지..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은 마음으로 먹는 거란다.



그러니까 오늘 오후에 만난 무인 상점의 미나리는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이랄까..



하늘나라는 신묘막측한 마법의 나라..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비를 뿌리고 함박눈까지 퍼부으시더니 미나리깡에 신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꼬물꼬물.. 깊은 잠에 빠져있던 감성의 아이가 눈을 비비며 드러낸 뽀얀 얼굴..



하니와 함께 장보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맑고 투명한 광천수에 머리를 박고 자라는 미나리 한 움큼을 캐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즉시 요리에 들어갔다.


미나리 요리는 하니의 몫이며 나는 미나리와 함께 장 봐온 비에톨라(Le Bietole)를 데쳤다.



미나리는 펄펄 끓는 물에 대략 1분간 살짝 데쳤다. 



살짝 데친 미나리를 카메라에 담고 한 줄기를 입에 넣어보니 아싹아싹 향긋 향긋..ㅜ



하니가 찧어둔 마늘과 그 귀한 깨소금과 최고의 맛과 향을 자랑하는 뿔리아 주 특산품 올리브유와 조미간장과 함께 발사믹 식초를 넣고 조물조물.. 



그리고 한 줌 집어 방금 쪄낸 잡곡밥 위에 올렸다. 쫄깃거리며 차지고 고소한 쌀밥과 미나리 무침..



제발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생전 이렇게 맛있는 미나리 무침을 먹어본 적이었다. 그래서 걸신들린 모양으로 폭풍 흡입.. 


발사믹 식초로 무쳐낸 미나리 무침 위에 계란을 올렸다. 고소한 맛이 더해진 것이다. 그냥 버리기엔 아까운 끓는 물.. 계란은 미나리와 비에똘라 데친 물에 넣어 반숙으로 익혔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요즘 우리는 봄나물에 걸신들린 사람들이나 다름없다. 한국에 있을 때도 봄나물을 이렇게 즐겨 먹었을 때가 흔치 않았다. 아니 없었다. 봄이 오시면 두릅나물에 푹 빠져 살았던 행복한 기억들.. 먼 나라 이탈리아에서 만난 우리 입맛에 맞는 봄나물이 생기를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요즘 밥을 먹으면서 생긴 입버릇이 있다. 하니는 그때마다 흡족해한다.


"넘넘 마이쪄..!! ㅜ"


Notizie di primavera arrivate nel sud d'italia_il Mare Adriatico
il 03 Marz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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