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 사구(砂丘)의 작은 보고서 X
그저 바라만 봤는데 속이 다 시원했다..!!
서기 2022년 3월 19일 오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바람이 몹씨도 불었다. 점심을 먹은 후 하니과 산책 겸 바람을 쐬러 가자고 했는데.. 그야먈로 바람 쐬는 정도가 아니라 마스크를 눌러쓰고 옷깃을 여며야 했다. 목도리까지 꽁꽁 싸 메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바람이다. 종려나무 가지가 바람에 나부끼며 쉭쉭 거리는가 하면, 산책로 곁에서도 게거품을 문 아드리아해까지 쉬쉬 소리를 질렀다.
집으로 돌아갈까..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모처럼 성깔을 부리는 바다 가까이로 가 보고 싶었다. 지난 한 주간은 기분을 상하게 한 조국의 소식 때문에 약간은 우울했다. 그리고 게거품을 입에 잔뜩 문 아드리아해.. 속이 시원했다. 희한한 일이다. 아드리아 해서 불어온 바람이 마음에 달라붙은 얄궂은 찌꺼기를 말갛게 씻기웠다고나 할까..
종려나무 가로수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한 사내가 윈드서핑 차림의 옷을 갈아입는 것을 목격하고 "춥지 않으냐"라고 물었다, 그는 대뜸 "우리는 이런 날이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윈드서퍼였다. 그러니까 '바람이 불어 더 좋은 날'이라고 했다. 바닷가에는 바람 때문에 인적이 거의 끊겼지만, 바다를 지키는(?)는 사람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바람과 함께 기분 좋게 놀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발걸음은 청춘들이 바다 위에서 바람을 타고 하늘로 점프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 장면들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구름 낀 날씨지만 오후의 강렬한 자외선 때문인지 뷰파인더가 잘 보이지 않아 대략적으로 찍었더니 영상은 수평을 잃었다. 나 또한 평상심을 잃고 청춘들의 활기찬 윈드서핑에 빠져든 것이다.
윈드서퍼는 "우리는 살아있다!"며 내가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그럼 난 뭥미..?! ㅜ 아무튼 집으로 돌아와 부경대학교의 체육학 석사학위논문에 실린 <윈드서퍼의 플레이닝 시 풋스트랩 위치와 경기력에 따른 하지 근활성도 비교분석 연구>를 살펴보며, 그 가운데 실린 윈드서핑의 역사를 살펴봤다.
윈드서핑의 역사
윈드서핑의 초기 기록에 따르면 바람과 파도에 능숙했던 폴리네시아 섬사람들이 수직 세일에 고정된 단단한 보드를 타고 똑바로 서서 섬 근처 바 다를 여행했다고 한다. 이후 보급을 위해 본격적으로 윈드서핑의 디자인과 구축을 시작한 것은 1948년 뉴먼 다비(Newman Darby)와 1958년 피터 칠 버스(Peter Chilvers)이며, 지금의 모습은 1964년 짐 드레이크(Jim Drake)와 포일 슈바이처(Hoyle Schweitzer)의 바람을 동력으로 추진하는 수상스키라 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Encyclopedia Wikipedia, 2021).
수상스키는 이내 서핑보드(surfing board)로 변경되었고, 요트의 추진원리를 적용하여 바람을 동력으로 추진하도록 하도록 고심한 끝에 세일을 직접 조절하고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한 유니버설 조인트와 세일 전체를 둘러 힘과 방향 조절을 위 한 붐 그리고 세일이 물에 빠졌을 때 효율적으로 들어 올리는 업홀라인 (uphaul line)을 발명하게 되었다(Feletti, 2017).
1970년 윈드서핑이 정식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출범과 동시에 북미를 시작으로 1980년대에 걸쳐 세계 적으로 사랑받으며(Encyclopædia Britannica, 2021), 스포츠 역사상 최단 시 간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하계 올림픽 채택 이후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 올림픽에서는 여자 종목이 추가되었고 (조찬호, 2015), 금메달 2개가 걸린 비중 있는 종목이며(World Sailing, 2021), 아시안게임에는 금메달 3개가 걸려있다.
윈드서핑의 개념
윈드서핑은 요트(sailing)와 서핑(surfing)이 결합된 해양스포츠로 평평한 보드(board)에 요트의 세일(sail)을 연결하여 바람을 동력으로 추진하는 해양 스포츠이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유니버셜 조인트를 사용하므로 인해 요 트와 다르게 세일을 광범위하게 움직일 수 있으며 세일의 양방향을 둘러 마 스트에 고정된 붐은 손잡이 역할을 하며 직접적으로 세일을 조절할 수 있게 돕는다(Encyclopædia Britannica, 2021; Feletti, 2017)
윈드서핑의 추진원리
윈드서핑은 요트의 추진원리를 적용해 바람을 거슬러 오르기 때문에 기 본적인 추진원리는 요트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요트 종목의 추진원리는 바람의 힘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돛단배와 같지만 바람을 거슬러 오른다는 점에서 성능이 훨씬 뛰어나며 바람을 거슬러 나아갈 수 있게 됨으로써 스포 츠가 될 수 있었다. 세일은 비행기 날개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러 한 구조상의 이유로 세일 주위에 공기 속도는 볼록한 면에서 빠르고 오목한 면에서 느리게 흐르게 된다.
공기 속도는 빠른 부분에서 압력이 낮 아지고 느린 부분에서 압력이 높아지게 되는데 압력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 하며 압력의 차이는 윈드서핑을 추진시키는 총합력을 발생시키고 이러한 원리를 양력(lift, 베르누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총합력은 전진력과 횡압력으로 분산되지만 보드 중앙 물밑에서 횡압을 방지시켜주는 센터 보드(center board)와 스케그(skeg)에 의해 상쇄되기 때문에 전진력만 남아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부터 좌우 45도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대한요트협회, 2020).
이러한 원리를 기반으로 오목한 세일 면의 총 압력 중심점을 풍압 중심(center of effort, CE)이라 하며, 센터보드와 스케그와 같은 횡압 방지장치의 저항력의 중심점을 수중횡저항 중심(center of lateral resistance, CLR)이라고 하는데, 풍압 중심과 수중횡저항 중심의 위치에 따 라 바람이 불어오는 정면 방향을 제외하고 어떤 방향으로도 범주가 가능하다 (대한요트협회, 2020; 조찬호, 2015).
풍압 중심과 수중횡저항 중심이 일치하 게 될 경우 바람이 부는 방향에 대해 직각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풍압중심 이 수중횡저항 중심보다 뒤에 있을 경우 바람을 거슬러 오르는 방향(up wind)으로 나아갈 수 있고, 풍압 중심이 수중횡 저항 중심보다 앞에 있을 경 우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down wind) 나아갈 수 있게 된다(이충일, 2007; 그 림 2). 진로의 조정은 세일을 기울이는 것(sail trim)으로 가능하다.
윈드서핑의 플레이닝(Planing)
플레이닝은 바람 속도가 10노트(시속 약 19km)를 넘을 때 보드를 빠른 속도로 활주 시키는 방법으로(Feletti, 2017), 풍속에 비례하여 속도가 증가하며, 7~9노트의 바람에서 펌핑을 통해 추진력을 얻어 사용되기도 한다. 일 반 세일링보다 바람을 거슬러 오르는 각은 좋지 않으나 중급자 기준 시속 60~70km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Kristen et al., 2007), 최대 기록은 100km에 이른다(조찬호, 2015).
10노트 이상의 강한 바람에서 세일의 오목한 면에 머무르는 바람은 강한 힘으로 전진력을 방해한다. 따라서 오목한 깊이를 줄이고 세일의 리치(leech)를 개방하여 바람의 흐름을 빠르게 순환시킴으로써 저항을 줄이고 속력을 높이게 된다. 더불어 센터보드를 제거하여 스케그만을 이용해 횡압을 방지하게 되므로 추진하는 방향은 총합력에 가까워지고, 센터보드를 사용해 바람을 거 슬러 오르는 것보다 각이 감소하게 된다.
풍속이 강할수록 세일의 무게가 증가하게 되고 장시간 동안 자세를 유지하고 지탱하기 위해 하네스와 풋스트랩 과 같은 보조장비를 사용하게 되며, 하네스는 붐에 고정된 하네스 라인과 연결하여 체중을 이용해 세일의 조절을 돕고, 풋스트랩은 체중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드를 직접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상체를 뒤쪽으로 기울이는 동안 사용된다(Feletti, 2017; International Windsurfing Association, 2021)
자료를 정리하면서 살펴본 윈드서핑의 내용을 참조하면 원리를 간단해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스포츠를 즐기려면 보다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그저 눈요기만으로 즐거웠던 봄나들이.. 관심이 있는 분들은 첨부의 자료(PDF)를 열어 참고해 보시기 바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요즘 아드리아해 사구로 나가면 비닐봉지 한 개와 호주머니 칼을 지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자연산 봄나물을 채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날도 파릇파릇 싱싱한 봄나물을 한 움큼 뜯어와 나물을 무쳤다. 한 때 몸으로 때운(?) 청춘기를 지나면 이렇게 착해지는 법일까.. 한 윈드서퍼의 묻지도 않은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우리는 살아있어요..!"
" 그럼 난 뭥미..?!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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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19 Marz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