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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2. 2022

돌로미티, 품에 안긴 미지의 세상

-돌로미티 리푸지오 누볼라우 걸어서 가는 길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하면 언제인가 끝을 보게 되는 법이다.


    우리는 마침내 돌로미티의 명소 리푸지오 누볼라우(Rifugio Nuvolau지근거리에 위치한 리푸지오 아뵈라우(Rifugio Averau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아 속이 뻥 뚫어버렸다. 그곳은 이틀 전에 다녀왔던 친쾌 또르리(Le Cinque Torri)가 미니어처처럼 작아 보였다. 불과 이틀 전에 걸어서 가 봤던 비경을 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천상의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빨간 우의를 입고 저만치 앞서 걷는 하니의 머리 위로 리푸지오 아붸라우 쉼터가 보인다. 우리가 곧 만나게 될 장소이며 저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우리가 이틀 전에 올려다보았던 봉우리가 리푸지오 누볼라우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이틀 후 빠소 디 지아우(Passo di Giau)로부터 트레킹을 감행해 이곳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때 만난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만난 후 우리 품에 안긴 미지의 세상으로 가는 여정을 둘러본다.



돌로미티, 품에 안긴 미지의 세상




지난 여정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마침내 목적지인 리푸지오 누볼라우(Rifugio Nuvolau) 산장 바로 아래 위치한 리푸지오 아뵈라우 (Rifugio Averau) 산장에 다가섰다. 그녀의 옷차림이 세 번째 바뀌었다. 목적지로 이동할 때까지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앞만 보며 부지런히 걸었다. 우리가 얼굴을 마주쳤을 때는 아뵈라우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제야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때 만난 마지막 장면..



살아가면 갈수록 수수께끼 같은 그녀의 속내를 이렇게 썼지..



"그녀의 결정은 앞 뒤 가리지 않는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반드시 해내고 마는 성격이다. 어쩌면 산중에 피어난 풀꽃 요정들도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형편대로 살아가며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삶.. 사람들의 만남도 그러했을까.."



우리가 빠쏘 지아우 고갯마루 근처에 위치한 승강장에서 승강기에 몸을 실었으면 가뿐하게 목적지에 도착했을 것이다. 안개에 휩싸인 목적지 근처를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승강가.. 대단한 유혹이다.



    서기 2022년 4월 초하루(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새롭게 마련된 루이지의 화실(L'OFFICINA DEL ARTE)에서 하니의 두 번째 그림 수업이 진행됐다. 주제는 램브란트의 자화상이다. 정밀 소묘가 요구되는 작품은 불과 두 번에 걸쳐 작품 대부분이 완성됐다. 곁에서 지켜보던 나는 물론 루이지의 칭찬은 수업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매우 정교한 작품을 해낸 성취감..



우리는 마침내 목적지인 리푸지오 누볼라우(Rifugio Nuvolau) 산장 바로 아래 위치한 리푸지오 아뵈라우 (Rifugio Averau) 산장에 다가섰다.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방한복으로 갈아입는 등 목적지로 이동할 때까지 그녀의 옷차림이 네 번째 바뀌었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앞만 보며 부지런히 걸었다. 우리가 얼굴을 마주쳤을 때는 리푸지오 아뵈라우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제야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화실에서 만난 풍경과 흡사했다. 수업시간은 3시간.. 조금도 쉬는 법이 없다.


우리가 정상 부근에 도착했을 때 오던 길을 돌아보니 트래커들이 줄지어 따라오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지름길을 가로질러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안 청춘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 처지에 맞는 보폭을 유지해야 했다. 그녀의 얼굴을 환하게 만든 성취감처럼 우리네 삶은 왕도가 없는 법이다.



그녀의 그림 수업 중에 늘 지적받는 것도 왕도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루이지는 "차근차근히.."라는 입 버릇이 생겼다. 보다 더 빨리 작품을 완성해 보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반칙(?)을 하게 되는 것이랄까..



그녀의 작품이 일취월장 나아지고 있는 데는 당신이 살아오면서 스스로 만든 옳지 못한 습관이 점점 더 없어지면서부터였다. 나부터라도 그러하고 누군들 그러하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 그림 수업 도중에 루이지의 극찬이 이어졌다. 그는 "마치 램브란트가 되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치켜세우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분 좋은 날..



이때 열어본 돌로미티의 풍경 속에는 왕도를 찾아 떠난 사람들과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간 토끼와 거북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걸음걸이가 상대적으로 느린 우리와 반대의 경우에 있는 사람 등 세상은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비 오시는 날 아침, 우비를 준비하고 빠쏘 지아우까지 나들이를 하자고 떠난 두 사람..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당장이라도 뒤돌아 가고 싶어야 될 것 같은 체력이 어느덧 가뿐해지면서 다시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리푸지오 아뵈라우 쉼터에 도착한 즉시 사람들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맘마미아!..) 비스듬히 경사진 암벽을 따라 오르는 사람들이 향하고 있는 곳이 목적지인 리푸지오 누볼라우였다. 



그리고 사방이 탁 트인 곳을 내려다 보니, 그제야 이틀 전에 다녀온 친퀘 또르리가 그곳에 우뚝 서있었다.



신세계.. 무릉도원.. 천상의 나라.. 등등 그 어떤 미사여구가 필요치 않은 세상..



우리는 이때부터 발아래에 펼쳐지고 있는 비경에 한눈을 팔며 야영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행복해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샘솟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그녀와 대화 속에 자주 묻어나는 말이 있다. 돌로미티.. 돌로미티.. 어쩌면 죽기 전에 돌로미티의 산골짜기에 작은 집을 마련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다시 넉넉한 미지의 세상에 안기고 싶은 것이다. 그때가 속히 올 필요가 있을까.. 천천히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이 손짓을 한다. <계속>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Verso Rifugio Nuvolau 
il 02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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