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6. 2022

남미의 스위스 바릴로체의 달밤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5


행운이 찾아오시던 날..?!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 이곳은 사람들이 '남미의 스위'라 부르는 산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라는 곳이다. 북부 파타고니아에 위치한 이곳은 칠레와 국경을 사이에 둔 안데스 산맥의 동쪽 지역 아르헨티나에 위치해 있다. 남미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면 반드시(?) 다녀와야 할 곳으로 주변 경관이 매우 뛰어난 곳이다. 하니와 나는 한 번 가 보기로 힘든 이곳을 두 번씩이나 다녀왔다. 


한 번은 남미 일주 배낭여행에서 만났으며, 또 한 번은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다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Santiago del Cile)로 돌아가던 중에 들렀다. 바릴로체를 유명하게 만드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도시를 감싸고 있는 나우엘 우아피 (Lago Nahuel Huapi) 호수가 아닌가 싶다. 


호수와 아름다운 도시와 안데스 산맥 등이 한데 어우러져 기막힌 장관을 연출하는 곳. 남미 여행이 그리워질 때쯤이면 다시 열어보는 사진첩 속에 오롯이 남아있는 추억들.. 그 가운데 우리에게 행운을 선물한 여행의 추억도 있다.



남미의 스위스 바릴로체의 달밤




    서기 2022년 4월 5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어느 날 하니와 나는 고층 아파트의 창가에 앉아 바릴로체에 깃든 밤을 즐기고 있었다. 동화 속의 풍경을 그대로 닮은 아름다운 도시 곁으로 바다처럼 펼쳐진 호수의 이름은 나우엘 우아피(Parco nazionale Nahuel Huapi).. 



어느덧 20년에 가까운 세월 저편에 처음 다녀왔던 추억들이 가물가물.. 그리고 다시 이곳에 들렀을 때도 당시의 추억을 더듬고 있다. 지금은 운행이 중지된 유람선 모데스타 빅토리아(MODESTA VICTORIA)호를 타고 아라야네스 숲 공원(Parque NacionaL Los Arrayanes)까지 이동하면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남게 될 것이다. 참고로 구글 검색창에 <나우엘 우아피 유람선>이라 쓰고 앤터키를 누르는 즉시 그동안 글쓴이의 포스팅이 와르르 쏟아질 것이다. (흠.. 자랑질이군.. 후훗)



아무튼 우리가 전망 좋은 곳에서 바릴로체의 야경을 볼 수 있었던 데는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남부 파타고니아에서 여행을 끝마치고 아르헨티나의 그 유명한 40번 국도 루따 꾸아란따(Ruta 40, viaggio in moto sulla più lunga strada Argentina) 도로를 타고 북상을 거듭한 끝에 바릴로체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숙소를 찾던 중 자료사진에 보이는 바릴로체 주 광장 시계탑 근처에서 이름 모를 한 남성을 만나게 됐다. 그는 우리의 행색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괜찮으시다면 우리 집에 머물면 어떻겠는가.."하고 물었다. 그래서 "민박집주인이신가요?"하고 물었더니 "아닙니다. 그냥 저희 집 아파트가 비어있어서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궁금했다. 그래서 하니에게 짐보따리를 잠시 지키게 하고 그를 따라 바릴로체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아파트로 함께 가 봤다. 그곳은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방 한 칸짜리에 주방과 거실과 샤워실이 마련된 약간 낡은 듯한 호텔을 닮았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마음에 드세요? ^^"라며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래서 그 즉시 "좋아요. OK!!"라고 말하며 즉시 흥정에 들어갔다. 전망 좋은 이 아파트 내부에 남아있는 주방용 집기 다수는 비어있었으나 가스레인지와 밥을 지을 수 있는 집기 소수가 있었다. 배낭여행자에게는 특급호텔과 다름없는 곳. 



그는 "며칠이나 묵으실 계획 이세효?"하고 물었다. 그래서 얼렁뚱땅 "대략 1주일 정도.."라고 말하며 "하루 밤에 얼마 드리면 되겠어요?"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뭉기적 거리더니 "1인당 만원(우리 돈)만 주세요"라며 아파트 열쇠를 내밀었다. 


그리고 "문제가 있거나 집을 비우실 때는 경비실에 열쇠를 맡기시면 됩니다"라고 친절하게 말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하니가 기다리고 있는 시내 중심의 시계탑 근처로 달려갔다. 참 희한한 일이다. 우리는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다수의 행운이 따라다녔는데 그중 하나가 여헹 끄트머리까지 따라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둥실 보름달이 떠오른 어느 날 밤 창밖을 훤히 비추고 있는 달님과 황금빛 가득한 동화의 나라를 음미하며 망중한을 달래고 있는 것이다. 바릴로체 시내 풍경이 한눈에 조망되는 높이는 단박에 짐작이 갈 것이다. 약간 비스듬한 낮은 언덕 위에 지어진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본 바릴로체의 달밤..



사진첩을 열 때마다 현장에 가 있는 느낌이 단박에 든다. 



생각해 보나 마나 배낭 여행자 앞에 등장한 황홀한 전망대..



우리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바릴로체 곳곳에 발도장을 찍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행운은 지독하게(?) 따라다녔다.



그때가 언제인가..?!!



세월 참 빠르다. 어느덧 11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동안 우리는 이탈리아의 퓌렌쩨와 사르데냐를 꿈꾸고 있었다.



우리말에 "고기도 먹어본 자가 더 잘 먹는다"라고 했던가..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으로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고 이때부터는 스페인어 대신 이탈리아어를 사용하게 됐다. 그저 행운이 떠미는 대로 코피를 쏟아가며 이탈리아어와 이탈리아 요리 공부에 매진했다. 그곳도 늦깎이에..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야심한 시각에 다시 열어본 사진첩 속에 둥근달이 두둥실..



좋은 사진이 아니라 참 귀한 사진 여러 장이 노트북에 등장했다.



여행자들이 쉽게 건지지 못하는 풍경을 내 집처럼 지낸 아파트 창가에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휘영청한 달님에 가려 빛을 보진 못했지만 나우엘 우아피 호수 위에서 수많은 별들이 창가가 앉아있는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해가 뉘엿거리는 저녁답에서부터 늦은 밤까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날이 밝으면 창가에 앉아 동화책을 쏙 빼닮은 풍경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새로운 날.. 새로운 아침.. 우리가 사는 동안 행운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늘에 감사드린다.


Il Paesaggio della Patagonia affascina a prima vista_Bariloche Argentina
il 06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돌로미티, 품에 안긴 미지의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