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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5. 2019

어느 주부가 남긴 최고의 작품들

-사진 찍다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

브런치를 열자마자 눈에 띄는 사진 한 장의 느낌.. 어때요?


딱 일주일 전 이맘때 우리는 피렌체의 한 공원(Parco di Villa il Ventaglio)을 다녀왔다. 그곳은 피렌체에서 오래 살아왔던 시민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명소였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대저택이 작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것. 커다란 대문을 들어서면 큼직한 정원과 연못이 장관을 펼치는데 개인 소유가 맞나 싶을 정도로 크기와 조화로움에 압도당한다. 아내와 나는 이런 풍경 앞에 서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탈리아인들 참 대단해.. 얼마나 세심한지 무엇 하나 그저 대충 하는 법이 없어.."



그때마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내 조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수평으로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예건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렇게 하는데 우리는 이렇게 하지 하며 비근한 예까지 늘어놓는 것. 사흘(?)이 멀다 하지 않고 멀쩡한 보도블록을 바꾸는 공사를 하는가 하면, 또 멀쩡해 보이는 아파트 조차 재건축을 한다며 허물어 버린다. 뿐만 아니라 반 백 년도 더 된 조경수까지 한순간에 싹둑 잘라버리는 일은 어제오늘 일 아니다.    



그게 다 시민들을 위하는 일이라나 뭐라나. 자기 재산 자기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수 십 년 동안 혹은 백 년 넘게 한 군데서 머리 박고 산 고목들은 왜 싹둑 잘라버리는지.. 나는 그때마다 울분을 터뜨렸다. 그리고 건설업자와 시공자인 건축주들은 물론 관련 공무원과 정치인들까지 싸잡아 비판하고 나서는 것. 그게 다 돈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걸 모르는 사람들 있나.. 그리하여 조국 대한민국이 하루라도 빨리 선진국으로 진입하기를 학수고대하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빠르꼬 디 빌라 일 벤딸리오를 방문하는 길에 공원에서 가까운 길 옆의 작은 아파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내는  베란다에 기다랗게 펼쳐놓은 화분들을 올려다보며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식어 몇 마디가 더 포함됐다. 이랬다.


"이탈리아 주부들 참 대단해.. 얼마나 세심한지 무엇 하나 그저 대충 하는 법이 없어.. 또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피렌체에 둥지를 튼 후 살펴본 이탈리아 혹은 이탈리아 시민들의 모습은 이들 스스로 오래도록 몸에 밴 문화적 습관들이 자연스럽게 생활에 묻어난 것이라고 정리했다. 우리 같으면 쉽게 뽑아버릴 풀 한 포기조차도 이들은 함부로 취급하지 않고 주변과 비교해 보며 자연스럽게 놓아두는 것. 결코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었다.(물론 우리가 볼 때 잘못하는 것도 적지 않아요.^^) 그런 한편 선진국 시민들이 되려면 우리가 배우고 실천해야 될 게 너무 많아 보였다. 그렇다면 선진국(先進國, developed country)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일까. 이랬다.




선진국(先進國, developed country)은 고도의 산업 및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를 가리키는 용어로 그로 인해 국민의 발달 수준이나 삶의 질이 높은 국가들이 해당한다.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모호한 경향이 있으나 몇몇 기준이 되는 지표나 분류에 의해 파악해 볼 수 있으며 그 가운데 경제 발달 여부가 주된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1인당 GDP 가 높은 국가는 선진국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나라의 1인당 GDP 가 높더라도 고도로 발달한 산업이 없고 인프라가 부족한 자원 부국 등은 선진국이 아니다. 다른 경제적 기준으로는 산업화가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지구의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남반구개발도상국과의 문제를 남북문제라고도 한다. 선진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국제 통화 기금  2015년 GDP 기준으로 2015년 총 명목 GDP의 60.8 % 와 PPP GDP 42.9% 를 차지한다. [2] 2015년 총 명목 GDP 및 PPP GDP 모두 1조 달러 이상 10개 선진국은 대한민국, 독일, 미국, 스페인,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이다. 


위의 표를 살펴보고 있노라면 선진국의 조건에서 내 조국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 같아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에서 느끼는 문화적 열등감 등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차이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민족적 과제로 남은 듯 아쉬움 가득하다.





남의 집 담벼락 아래에서 올려다본 화분들을 통해 이탈리아인들의 삶의 단편을 보는 것은 물론 주부들의 섬세한 손길을 통해 느껴지는 건 예술이었다. 장인의 손길을 거친 작품이었다. 화분들은 주인의 손길에 얼마나 탐스럽고 자연스럽게 잘 가꾸어졌는지, 유명 작가의 미학(美學, Estetica)이 깃든 작품을 전시해 듯해 한동안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셔터를 눌러댄 것. 그리고 돌아서며 마지막 셔터를 누르는 순간 어디선가 꾸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 뭐해요..!"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잘 분간이 안 됐다. 누군가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을 거라고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게 길을 걷다가 우연히 눈에 띈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셔터를 누른 게 무슨 큰 잘못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나와 상관없는 일일 거라 생각하고 셔터를 한 두 차례 더 눌렀다. 그때 다시 한 여성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뭐하냐니까요..!!"


#1_경고음이 포착된 직후 남긴 첫 번째 샷 


사방을 둘러봐도 여전히 보이는 건 화분들뿐이었는데 목소리는 더 가깝게 크게 들렸다. 화가 난 모양이었다.


#2_경고음이 포착된 직후 남긴 두 번째 샷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누군가 나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사람들의 모습이 안 보이는데.. 또 내가 무슨 나쁜 짓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런데 조금 전까지 뷰파인더 시선에 없었던 한 여성이 창문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땐 이미 세 번쩨 샷을 날린 직후였다. 


"사진 찍지 마세요..!"


#3_경고음이 포착된 직후 남긴 세 번째 샷


그리고 공원을 둘러보고 귀가한 직후 필름(?)을 열어보며 씩 웃고 말았다. 아마도 그녀는 웬 남자 사람이 그녀를 향해 사진을 찍는 줄 착각했던 모양이었다. 따라서 당연히 초상권에 대한 항의가 이어졌을 것. 사진 속에는 (희미하게)한 여성이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한 남자 사람을 창가에서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혼자 궁시렁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4_공원에서 돌아오면서 (담벼락에 바싹 기대어) 남긴 마지막 샷


"ㅋ 지랄도 풍년이라더니.. 기껏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더니.. 작품 하고는 전혀 딴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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