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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9. 2022

봄비 오시면 보석으로 변하는 도시

-비에 젖어 더 아름다운 우리 동네 풍경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서기 2022년 4월 28일 저녁 자정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시각(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내 조국 대한민국의 날씨를 열어보니 비 소식이 있다. 봄비.. 나는 그 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도전의 도시(La Disfida di Barletta)' 바를레타가 봄비에 흠뻑 젖어있는 풍경의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는 것이다. 봄비가 오시면 보석으로 변하는 아름다운 도시 바를레타.. 



포스트에 등장하는 풍경은 하니와 함께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골목으로 바를레타의 정체성(La Disfida di Barletta i)이 깃든 곳이다. 그녀는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서, 이곳 도전의 도시 바를레타로 이사를 왔다. 평생소원이었던 '그림 그리기' 때문이었다.



이미 독자분과 이웃분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우리네 삶의 흔적이다. 어느 날 풰렌쩨서 한 예술가루이지(Luigi lanotte)를 만나면서 우리네 삶의 궤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랄까..



어느 날부터 하니의 그림 선생님이 된 루이지의 화실로 가려면, 이 도시의 정체성이 깃든 라 깐띠나 댈라 스퓌다(La Cantina della sfida) 앞을 지나쳐야 했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비에 흠뻑 젖어있는 깐띠나 댈라 스퓌다는 한 때 여관이었다. 무역상들 혹은 이곳을 점령했던 프랑스인들과 스페인 사람들이 현지인들과 뒤섞여 술잔을 기울이던 곳. 



어느 날 이곳에서 프랑스인들이 바를레타 사람들을 얕잡아 보는 말투로 시비가 붙고 이후 13인의 기사들이 결투를 하게 된다. 그때가 서기 1503년 2월 13일이었으며 바를레타인이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이때부터 '바를레타의 도전'이라는 용맹한 수식어가 붙으며 어느덧 518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500년이 더 넘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도시 바를레타.. 



퓌렌쩨서 살다가 이곳으로 이사를 올 때만 해도 그저 아드리아해에 위치한 작은 어촌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4년째 살고 있는 동안 처음 생각은 도전의 도시에 대한 무례함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다음 하니의 그림 수업을 위해 이곳을 오락가락하면서 정이 들대로 들었다.



한국에 봄비가 오신다는 소식을 접하며 맨 먼저 들추어 본 바를레타의 비에 흠뻑 젖은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 마음을 대신해 준다고나 할까. 그때 생각난 노래가 배따라기 님이 부른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가사는 이랬지..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배따라기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 

그댄 바람소리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바람 불면 바람 속에 걸어요. 

외로운 내 가슴에 남몰래 다가와 

사랑을 심어놓고 떠나 간 그 사람이 

나는요 정말 미워하지 않아요. 

그댄 낙엽 지면 무슨 생각하나요. 

나는요 둘이 걷던 솔밭길 홀로 걸어요




우리 집 앞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에는 솔밭길이 있지만, 구도시 중심에는 솔밭길 대신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여관 터가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해가 바뀌고 3월과 4월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뿔리아 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찾는 곳도 구도시 중심에 위치한 깐띠나 델라 스퓌다.. 



봄비가 오시면 보석으로 변하는 구도시(Centro storico) 전체는 대리석으로 건설됐다. 맨 처음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는 "낙후된 어촌이려니.." 하고 생각한 도시의 실상은 십자군 전쟁의 주요 통로이자 무역의 중심지였으며, 그 유명힌 안니발레(Annibale) 장군의 깐네 전투(Battaglia di Canne)가 펼져진 깐네 평원(LA BATTAGLIA DI CANNE (216a.c.)) 지근거리(30km)에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잠시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라는 노래를 열어본 이유는 다름 아니다. 봄비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봄비에 대한 단상이 수두록 한 것도 다 그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봄비 소식을 들으며 우리가 자주 거닐던 풍경이 그리울 때가 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어느 날 한국으로 귀국할 일이 생기고.. 그때 봄비가 아니라 가을비라 할지라도 촉촉이 젖은 대지 혹은 도시를 볼 때마다 많이 그리울 풍경이 깐띠나 델라 스퓌다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평생의 소원을 담아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서 살면서 소원을 성취하고, 다시 하니의 평생소원을 이루게 된 도전의 도시.. 봄비뿐만 아니라 가을비까지 그 어떤 비라도 내리시면 떠올리게 될 풍경이 비에 촉촉이 젖어있다.


봄비 오시면 보석으로 변하는 도전의 도시..



구도시에 새까만 대리석이 포장된 곳은 부자들이 살았던 곳이란다.



봄비가 오시는 도전의 도시 중심에 깔려있는 새까만 대리석..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풍경이다.



Una vista tranquilla di Barletta bagnata dalla pioggia
il 28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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