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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7. 2022

연중 딱 한 번만 볼 수 있는 명소

-2022, 폭스바겐 하프 마라톤 이모저모 #3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 아래 도시 바를레타.. 생전 듣보잡의 도시가 행운의 도시로 바뀔 때까지..?!!



    서기 2022년 5월 초하루 오전 9시경,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2022 폭스바겐 바를레타 하프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해마다 이곳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 곁에서 개최되는 마라톤 경기로, 이날 하루만 대회 참가자 및 시민들에게 성(城)이 잠시 개방된다. 포스트를 열자마자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 아래 한 여인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이 건축물을 너무 좋아한다. 지금은 성이 쓸모를 잃었지만 한 때 이곳은 바닷물이 출렁거리던 바를레타 성의 해자이다.



이날 행사 취재를 위해 성 뒤편에서 이곳까지 진출해 기록(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이곳 성의 해자는 평소 집 앞 공원을 산책할 때 위에서 보던 풍경으로 늘 카메라가 근질거렸던 곳이다. 뭐.. 그렇다고 특별한 풍경도 없지만 건축물이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바를레타 두오모(Basilica Con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와 너무 잘 어울리는 바를레타 성..



평소에는 평면으로 바라 보이던 두오모를 해자에서 바라보면 더 아름답다. 이날 선수들이 마라톤 출발점을 통고한 후 천천히 해자를  둘러보고 있는 것이다.



조금 전 아치형 다리 뒤에서부터 오락가락 바를레타 성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감상하고 있다.


연중 딱 한 번만 볼 수 있는 명소 바를레타 성의 해자 풍경.. 5월 초하루의 따사로운 풍경이 여름을 닮았다.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생명의 현상들.. 풀꽃들이 성의 돌 틈에서 싹을 틔우고 꽃잎을 내놓았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돌 틈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평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풀꽃들이 임자를 만났다.



하니와 나는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서 이곳 바를레타로 둥지를 옮겼다. 독자님들과 이웃분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스스로 '참 잘했다'는 자랑질.. 히히 ^^



솔직히 말씀드리면 해자 곁 돌 틈바구니에 피어난 풀꽃들처럼 행운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행운에 대해 시큰둥할지도 모르겠다. 잠시 우리가 퓌렌쩨서 이곳 바를레타로 둥지를 옮긴 이유를 설명하면 이해가 되실까..



하니와 나는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서 이곳 바를레타로 둥지를 옮긴 이유는 한 예술가(Luigi lanotte)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루이지는 퓌렌쩨 예술학교를 졸업한 인재로 얼마 전 이곳 바를레타에 새로운 화실(L'OFFICINA DEL'ARTE)을 열었다. 



루이지를 만난 장소는 퓌렌쩨의 재래시장 산타 암브로지오(Mercato di Sant’Ambrogio) 근처였는데, 당시 루이지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물감으로 그리는 초상화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다른 화가들의 케리커쳐 그림과 매우 달랐다. 그와 함께 루이지는 길 옆 계단에 작품들을 펼쳐놓고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때 시장을 다녀오던 하니에게 루이지의 작품이 눈에 띈 것이다. 



그녀는 즉석에서 루이지의 화풍에 매료되면서 그로부터 그림 수업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묻게 됐다. 그리고 메일을 주고받은 어느 날 다시 루이지를 만나면서 우리의 운명도 바뀌기 시작했다. 루이지에게 그림을 배우려면 루이지가 사는 바를레타로 가야만 했다. 바를레타.. 생전 듣보잡의 이 도시는 그 즉시 너무도 생경한 나머지 자그마한 바닷가 어촌 정도로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의 행보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하니가 잠시 한국을 다녀오는 시각 나는 루이지와 함께 바를레타를 돌아보기로 했다. 우리가 살 집을 구하는 등 열흘 동안 낯선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계약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이 도시를 입체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집 앞 지근거리에 바를레타 성과 두오모가 위치해 있었으며 참한 공원이 예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 만난 집 앞의 두 명소가 바를레타 두오모였으며 바를레타 성이었다. 



서기 2022년 5월 6일 오후(현지시각), 일주일에 세 번씩 이어지는 그녀의 그림 수업을 마치고 노트북을 열었다.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지 어느덧 4년째에 접어든다. 그러니까 지난 3년 동인 바를레타 성의 해자를 둘러본 것은 두 번이다. 폭스바겐 주최 하프 마라톤을 처음 취재한 곳은 두오모 앞이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바를레타 성 해자 뒤편에서 대회가 개최된 것이다. 



그동안 관련 포스트에서 자주 언급했지만, 우리가 이곳에 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바를레타는 작지만 매력 넘치는 도시였다. 나는 이 도시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즉시 '아드리아해의 진주'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구도시 전체가 대리석으로 지어진 것이다. 이탈리아에 살기 시작하면서 혹은 그 이전에도 이런 도시를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도시의 역사를 알아가던 중에 이탈리아 반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사실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점점 더 이 도시는 이방인에게 낯선 도시가 아니라 고향처럼 포근하게 여겨지는 것이랄까.. 루이지와 함께 이 도시에서 알게 된 지인들이 너무 착하고 정직하며 보수적이고 매우 활동적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솔직하고 정직한 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하니를 기분 좋게 만드는 건 그림 수업뿐만 아니었다. 



이탈리아서도 뿔리아 주는 농축산물의 왕국이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맛보게 된 뿔리아 산 올리브유는 조금 부풀리면 물처럼 마시고 있다. 아마도 그 맛을 느껴보지 못한 분들은 긴가민가할 것이다. 그리고 차고 넘치는 과일과 야채.. 가격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올해는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 아래의 도시 우리 동네 바를레타서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을 것 같았던 봄나물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런 횡재..!



하프 마라톤 취재를 끝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원에 들러 해자를 내려다보니 꼴찌들의 달음박질이 한창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자 하니와 함께 산책을 나오면 가끔씩 우물 속 들여다보듯 하는 감춰진(?) 풍경..


그럴 리가 없다.. 그러나 어느 날 하니와 내가 루이지를 만나지 못했다면 바를레타의 존재감은 영영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행운은 그런 거 같다. 억만금을 가진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 만족하는 것. 평범이 비범이라는 것을 알 때쯤 당신의 주변에는 행운 가득한 일상이 다가오지 않을까..



어느 날.. 단 한 번의 기회로 찾아든 행운을 붙든 결과 그녀의 평생소원이 종이 위에서 일취월장하고 있다.



그런 한편, 그녀는 가끔씩 한숨 소리 섞인 아쉬움을 토로하곤 한다. 


"음.. 10년만 더 젊었으면..ㅜ"



어느덧 서기 2022년 5월 6일 오후 시간이 볕에 말라가고 있다.



Volkswagen 

Barletta 

Half marathon 2022. 

il Primo Maggio, BARLETTA


il 06 Magg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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