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30. 2022

해돋이, 아드리아해 최고의 선물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하늘은 가끔씩.. 아니 거의 모든 일을 당신 마음대로 결정하신다!!


   서기 2022년 5월 29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이틀 전(28일)에 다녀온 아침운동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하니의 그림 수업이 있는 날을 제외하면 짬짬이 이어지는 아침운동을 통해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곤 하는 것이다. 이날은 아침운동 동선을 기록해 두고 싶어서 사진과 영상으로 집에서 출발하여 목적지(반환점)까지 돌아오는 과정을 담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런 기록들은 다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날은 전혀 뜻밖의 하늘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현장을 천천히 따라가 본다.



뷔아 까부르(VIA CAVOUR)


가로등 불빛 때문에 황금빛 찬란한 도로로 변한 이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 중심의 도로이며 뷔아 까부르 혹은 꼬르소 까부르(Corso Cavour))라고 부른다. 바를레타 중심을 가로지르는 도로 주변에는 대리석으로 지은 건축물들이 줄지어있다. 19세기.. 그러니까 대략 1800년대 초에서부터 말까지 지어진 오래된 건축물들이다. 이날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촬영됐다.



깐띠나 델라 스퓌다(Cantina della Sfida)


관련 포스트에서 자주 언급된 곳으로 바를레타의 정체성은 이곳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가로등 불빛에 황금빛으로 변한 도로 좌측에 깐띠나 델라 스퓌다(여관)가 자리 잡고 있다. 벨로노의 집(casa di Veleno)이라 불리우는 이 역사적인 여관은 "Cantina della Sfida"라고 부른다. 역사에 따르면 당시 이곳을 지배한 오늘날 스페인(당시 바를레타인)이 프랑스인들을 물리친 장소로 유명하다. 당시,  1503년 2월 18일부터 현재까지 바를레타의 자랑스러운 정체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518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니의 화실이 옮겨지기 전까지 매주 세 차례 이 길을 오갔다.



Palazzo della Marra - Pinacoteca De Nittis 

e Parrocchia Santa Maria della Vittoria (Chiesa San Pasquale)


하니가 앞서 걷는 도로 양쪽으로 석벽들이 녹아내린 듯한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좌측에는 바를레타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 주셉뻬 데 니티스를 기념하는 미술관 빨라쪼 델라 마르라가 위치해 있다. 미술관은 그의 아내 레온띠네 그루뵐레 (Léontine Gruvelle)가 바를레타에 가증한 것으로, 이 도시에 찾아온 관광객들이라면 꼭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차차 소개해 드리기로 한다. 그리고 우측 담벼락(석회암 덩어리로 건축)에 가로등 불빛이 내리쬐는 이곳은 산 빠스꾸알레 교회(La chiesa di San Pasquale)로 바를레타의 역사 중심(1500년)에 있는 교회로 고대에는 산타 마리아 델라 뷔또리아(Santa Maria della Vittoria)라고 불렀다. 자료사진 위로 파란색이 보인다. 이 골목길을 나서면 아드리아해 바닷가 언덕이 등장하며 바닷가로 산책이나 운동을 나갈 때 늘 이곳을 지나간다.



조금 전 두 건축물 사이를 빠져나와 바닷가 언덕길을 걷고 있다. 인적이 끊긴 도로 위로 가로등 불빛이 졸고 자빠진 가운데 조금만 더 걸으면 우측 언덕 아래로 내려가게 될 것이다.



바닷가 언덕 아래로 내려가기 직전에 바라본 산책로가 어둠 속에 숨겼고, 하니가 계단을 따라 바닷가로 향한다. 포스트 끄트머리에 다시 이곳의 풍경이 등장할 것이다. 요즘 이곳 습지 주변에는 개구리들의 짝짓기 울음소리가 한창이다. 개구락 개에구락 개구리악 개구리.. 개구리란 이름이 녀석들의 울음소리로 지어진 것 같다. 우리나라 개구리울음소리와 조금은 낯선 이탈리아 개구리들..



바닷가 산책로에 들어서면 산책로 우측으로 아드리아해의 해돋이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해님은 아직 면경 뒤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는 중이다. 매일 아침 토닥토닥 화장을 고치는 해님..



바닷가 산책로는 수령 500년도 더 된 종려나무 가로수길이 길게(2.5km) 이어지고 있다. 요즘 우리가 걷는 반환점은 가로수길 끄트머리이며 자료사진으로부터 대략 500m 전방에서 가로수길이 끝난다.



이날 가로수길이 끝난 반환점에서 해님이 화장을 끝마치고 얼굴을 내밀 시간이었다. 그런데..



해님은 또 무슨 꽃단장을 하고 있었던지 무대 위로 등장할 시간에도 꼼지락 거리셨다. 꼼지락꼼지락..



시간을 보니 해님이 얼굴을 내밀 시간이 지나고 아드리아해 수평선 위로 발그레 발그레..



하니는 맨손체조를 끝으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섰다. 걸음이 경쾌하고 씩씩해졌다. 그녀의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선은 바닷가로 향하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이닐 해님은 무대 뒤에서 얼굴을 보여주는 대신 당신이 꼼지락 거리면 만든 황홀한 비단결을 바람에 실려 보내고 있었다. 얼굴 대신 당신이 두른 비단결이 아드리아해 하늘 위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하늘이 내리신 최고의 선물..



해님은 얼굴 대신 도포자락 혹은 치맛자락을 날리며 우리를 배웅하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신께서는 이른 새벽에 당신을 찾아 나선 우리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매일 똑같은 밥과 반찬을 먹는다면.. 가끔씩 짜장면이나 스파게티도 생각날 법하다.



그걸 모르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아드리아해 수평선 위로 눈을 떼려야 뗄 수도 없다.



저만치 앞서 하니가 오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다.



이날은 물론 당분간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에 하니의 뒷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이른 새벽 뷔아 까부르를 깨우고 도시를 가로질러 바닷가로 떠난 우리..



어쩌면 이런 풍경이 이 도시의 화가가 남긴 미술관(Palazzo della Marra - Pinacoteca De Nittis) 보다 더 낫지 않을까..



우리가 새벽을 일깨웠던 바닷가 언덕길이 가까워지면서 해님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히히.. 어땠나요. 나..이쁘징..ㅋ"



"이뿌고 말고요. 오늘은 얼굴을 못 보는 줄 알았잖아요.ㅜ"



이른 새벽부터 해 뜨는 데까지..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데까지.. 해 뜨는 데부터 해 지는 데까지.. 늘 동행하는 해님과 달님..



달님이 잠시 자취를 감춘 그곳에서 해님이 화려한 장삼자락을 휘날리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물든 이른 새벽의 뷔아 까부르((VIA CAVOUR)).. 아드리아해가 준 최고의 선물, 환상의 시간이 마무리되고 다시 평범하지만 매우 특별한 하루가 시작된다. 인간이 계획하고 하늘이 간섭하는 하루.. 그 시작과 끄트머리를 알 수 있다면 더 행복할까.. 아드리아해 바닷속에 감추어진 판도라의 상자에서 삐져나온 한 조각의 나풀거림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영상, BARLETTA, L'ALBA SULL'ADRIATICO_해돋이, 아드리아해 최고의 선물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Un'alba con Lei
il 29 Magg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해님에게 소원을 말해봐_하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