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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06. 2022

사랑할 때와 식었을 때 필요한 공간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당신과 함께 살고, 당신과 함께 죽기를 원한다.. 이 말 믿어도 될까..?!!


   서기 2022년 6월 5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오늘 아침에 다녀온 사진첩을 정리하고 있다.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참 소중한 시간이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 시간.. 하니와 함께 했던 시간들 뒤돌아보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조금은 특별했다. 그녀와 함께 해돋이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곳은 이른 새벽에 바닷가 언덕으로 나선 커다란 골목길.. 이곳 바를레타 출신 유명 화가 쥬세뻬 데 니트(Giuseppe De Nittis)의 작품 전시회장(미술관)이 있는 곳이다. 그는 19세기(Barletta, 25 febbraio 1846 – Saint-Germain-en-Laye, 21 agosto 1884)에 활동한 예술가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이곳에 영원히 보관될 것이다.



시간은 참 묘한 법이다. 당신이 기억 저편으로 멀어질 즈음, 미술관 담벼락의 석화석은 빗물에 산화되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이다. 시간이 녹아내리는 현장.. 미술관 맞은편 교회의 담벼락에도 같은 현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곳 바를레타서 사는 동안 아침운동을 하면서 눈여겨본 풍경이 있다. 시간이 녹아내린 현장에 비둘기 한 쌍이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노랫말처럼 다정한 비둘기 두 마리.. 오며 가며 녀석들의 동태를 살폈는데 어떤 때는 녀석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약간은 허전했다. 무릇 생명이 살아가는 현장에는 생명이 오롯이 건재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 어느 날 비둘기 한 쌍이 다시 눈에 띈 것이다. 나는 녀석들이 무슨 일 때문에 좁은 틈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지 안다. 비둘기 한 쌍이 사랑한 결과 곧 알을 낳게 될 것이며, 대략 보름 정도 암컷은 알을 품게 될 것이다. 그동안 먹이 사냥은 수컷의 몫이었다. 서울 강남에 살 때 녀석들의 생태를 코 앞에서 관찰한 바 있다. 녀석들의 사랑은 우리 인간들 보나 낫거나 비등한 수준이랄까..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이방인들이 다가와 만져도 꿈쩍도 하지 않고, 새끼와 함께 죽을 각오로 알을 품고 있었다. 뭉클했다.



사랑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부부간의 사랑도 자식에게 무한 베푸는 사랑도.. 그리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어미가 물어다 준 음식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며, 속이 훤히 비치던 맨살에 깃털이 생겨나면 이때부터 사정이 달라진다. 녀석은 겨드랑이가 가렵기(>) 시작하고 엄마 아빠처럼 날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대략 20일이 경과하면 발코니를 박차고 엄마 아빠가 날아간 하늘을 향해 박차를 가한다. 녀석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부터 새끼와 부모의 관계는 끝이다. 아직 정이 남아있는 새끼가 집으로 돌아오면 가차 없이 새끼를 내쫓는다. 독립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 등장한 사랑법은 이토록 가혹할 정도였다. 그러나 한 쌍의 부부는 여전히 당신의 자리를 지키며 늘 동행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우리 인간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싶은 게 오늘 아침에 만난 비둘기 한 쌍의 모습이다.


새들과 사람들이 같을 수는 없어도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조금은 섭섭해할까.. 우리는 사랑할 때와 사랑이 식었을 때 모습이 천 차 별 만차 별이지만 대체로 비슷하다. 죽도록 사랑하다가도 어느 시기가 되면 '개 소 보듯 소 닭 보듯' 하는 것이다. 히히 과연 그럴까.. 그래서 라틴어 명언에 등장한 사랑에 괜한 내용 10개를 소환해 봤다. 아랬다.



라틴어 명언 속 사랑의 풍경 10가지


1. 사랑하는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다.(Amantes sunt amentes)

2. 사랑하면서 동시에 현명하기는 신에게도 어렵다.(Amare et sapere vix deo conceditur)

3. 사랑은 삶의 본질이다.(Amor est vitae essentia)

4. 사랑은 눈물처럼 눈에서 떠올라서 가슴으로 진다.

(Amor, ut lacrima, ab oculo oritur, in pectus cadit)

5. 사랑해본 적 없는 이는 내일 사랑을 하길, 또 사랑해본 적 있는 이도 내일 사랑을 하길.

(cras amet qui nunquam amavit; quique amavit, cras amet)

6. 걱정 말아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당신과 함께 견딜 테니

(Noli metuere, una tecum bona mala tolerabimus)

7.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우리도 사랑에 빠지자.(Omnia vincit amor et nos cedamus amori)

8.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해라.(Si vis amari, ama)

9. 당신과 함께 살고, 당신과 함께 죽기를 원한다.(Tecum vivere amem, tecum obeam libens)

10. 시간이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Tempus fugit, amor manet)





영상, BARLETTA,_비둘기 부부, 사랑할 때와 식었을 때 필요한 공간




이른 새벽, 하니가 비둘기 집 앞 쪽 바닷가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비둘기 한 쌍을 만난 시간은 이곳으로 돌아올 때 남긴 사진과 영상이다.


사랑할 때는 모두 이렇게 말한다. 당신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랑이 식었거니 배신한 몸짓들.. 우리 동네 비둘기 한 쌍의 동태를 유심히 살펴보셨는가.. 비둘기가 아니라 사람을 대입시켜 보면 재밌는 현상이 등장한다. 사랑할 때는 더 좁아터질 데도 없는 한 없이 작은 공간이 나중에는 운동장만 한 드 넓은 공간도 좁아터질 지경이다.  사랑할 때와 사랑이 식었을 때 모습이 이와 같아서 두 녀석이 자리를 고르는 장면을 보면서 씩 웃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방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에 맡긴다. 히히 ^^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Un'alba con Lei
il 05 Giugn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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