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오지 강원도 부연동 계곡에서
세월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입맛..!!
서기 2022년 6월 9일 아침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오래된 강원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포스트를 열면 맨 먼저 만나게 되는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스러운 풍경.. 녀석은 모닥불로 잘 달구어진 바위 위에서 지글짝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다. 녀석의 이름은 임연수.. 사람 이름을 닮았다. 임연수는 이면수라고도 한다. 학명은 'Pleurogrammus azonus JORDAN et METZ'이다.
몸은 비교적 길고 옆으로 납작(側扁)하며, 머리는 작다. 모양이 쥐노래미와 비슷하나 꼬리자루가 가늘고 꼬리지느러미가 깊게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 것이 다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녀석이 어느 날 하니와 함께 다녀온 강원도의 오지 부연동 마을의 계곡에서 고소한 맛을 통째로 내주고 있는 것이다. 그 현장은 이러했다.
부연동의 어느 펜션에서 묵을 때 기분전환도 할 겸 계곡 옆에서 야영을 했다. 요즘은 여러모로 제약이 많이 따르지만 당시만 해도 계곡 가까이 다가가 물놀이를 즐기는 등 계곡에서 피서를 할 수 있었다. 계곡물은 얼마나 맑고 찬 지 발을 담그면 금세 몸이 오그라들 정도였다.
우리가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 곳은 계곡의 여울목..
근처에 돌을 쌓아 놓고 주변의 마른 꼬챙이 등을 주워 불을 피웠다. 요즘 한국에서는 심심찮게 산불이 발생하여 숲을 태우는 등 막대한 재산 피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그냥 오래된 풍경 정도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계곡의 텐트에서 조금 떨어진 물가에 아궁이를 만들어 놓고 납작한 돌을 데우고 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면서 임연수 특유의 냄새가 훈연되고 있는 맛깔난 풍경..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바다가 가깝고 아드리아 해서 잡히는 생선은 물론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레아노 2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현지인들이 왜 그런가.. 싶은 반응을 보이면 좔좔좔.. 설명을 늘어놓게 된다. 그때 표정은 뻘쭘 그 자체..
그러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게 한 두 번이 아니어서 그런지 대한민국의 해산물이라면 세계 최고라는데 무조건 동의한다. 그러면서 "당신의 나라에 꼭 가 보고 싶다"는 반응을 하게 된다. 그럴 수만 있디면 얼마나 좋을까.. 하니의 그림 선생님 루이지(Luigi lanotte)도 다르지 않다.
그는 한국 음식 중에 우리가 제공한 김밥이나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입만 열면 김밥과 김치 타령을 한다. 그리고 생선을 좋아하는 그는 짬만 나면 한국산 해산물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일은 그때마다 한국산 해산물을 설명하는 나의 입 속에 가득한 침을 발견하게 된다. 세월이 제 아무리 흘러도 입맛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때 기억해낸 녀석이 부연동 계곡에서 구워 먹었던 임연수란 녀석이다. 사진첩을 열어놓자마자 등장하는 노롯하게 잘 구운 임연수 구이..
아마도 국내에 계신 분들이라 할지라도 임연수 구이의 비주얼을 보는 순간부터 침을 잴잴 흘리게 될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임연수 구이 맛을 본 사람은 시쳇말로 "속이 뒤집어질 판"이 아닐까..
맑은 계곡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는 부연동 골짜기에서 구워 먹은 임연수..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풍경이 우리나라 해산물이다.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해산물을 보유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특히 우리가 가진 풍부한 해산물 자원은 이탈리아 요리가 제 아무리 맛깔난 요리를 선 보인다고 해도 따라올 수 없는 고유의 맛을 가지고 있다. 일단 해산물의 맛이 고소하며 향기는 일부러 행신초를 두른 것 같다. 거기에 각각의 개체들이 내뿜는 맛깔난 맛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현대 이탈리아 요리가 추구하는 맛의 트렌드는 자연의 맛이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내게 하는 요리법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임연수의 경우 여러 가지 양념을 뒤범벅하면 어떨까.. 두 말이 필요 없다. 그때부터 임연수는 사라지고 양념 맛이 입안을 도배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느 날 부연동 계곡에서 구워 먹은 임연수는 본래의 맛과 개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최고의 요리라고나 할까.. 임연수 구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고추냉이 간장 몇 방울만으로 입안을 천국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 쫄깃 쪼올깃.. 흠 고문이 시작된다.ㅜ
세월이 꽤 많이 흘렀다. 그때 기록해 둔 사진첩이 이탈리아까지 따라오지 못했을지라도 누군가 임연수 구이..라고 말하는 즉시 강원도의 오지 부연동 마을의 계곡을 떠올렸을 것이다. 참 좋은 나라.. 내 조국 금수강산 대한민국.. 그곳에 시절이 하 수상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제아무리 부와 권세를 탐해도 종국에는 입맛 하나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때 부연동 계곡과 비슷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해산물 구이를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입맛 다시 보자..!! ^^
L'estate delle profonde valli della Corea_Buyeon-Dong Gangwon-do
il 09 Giugn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