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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24. 2022

산중에서 까꿍 놀이

-아무도 몰래 피고 지는 풀꽃-


아가야 까꿍~~~!!



아침 산책길.. 내가 쪼그려 앉아 녀석을 보자마자 녀석은 까르르 웃는다. 오솔길 옆 사람들이 쳐다 봐주지 않는 곳에 둥지를 튼 녀석은 봄부터 지금까지 홀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제각각.. 생김새도 다르고 여자 사람 남자 사람 늙은 사람 젊은 사람 어쩌다 어린이 한 둘.. 그렇게 세월이 지나는 동안 가을 소슬바람이 찾아들었다. 가끔씩 다람쥐가 솔숲에서 까치가 지금은 벌레소리가 찌르륵찌르륵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론 벌레들의 이름을 알 수가 없다. 유명 무명.. 나도 그중 하나 이름 모를 풀꽃이라.. 그런 어느 날 이탈리아서 온 백발의 아저씨가 내게 까꿍 하며 카메라를 들이댄다. 글쎄다. 누군가 나를 보고 아가야 까꿍 하고 귀여워하는데 나는 왜 까르르 웃음이 날까.. 좋아 죽겠어 히히 




산중에서 까꿍 놀이


   서기 2022년 9월 24일 정오경, 날씨가 너무 좋은 가을날 아침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즐겁다. 이유가 있다. 도서관에서 볼 일도 볼 겸 포스트 소재를 준비하면서 씨익~~혼자 웃게 된다. 누군가 이런 모습을 발견하면 "바보 아냐?" 하고 속으로 궁시렁거릴지도 모르겠다. 포스트 표지 사진 아래 사진 한 장은 <까꿍>이란 제목으로 끼적거렸던 글이자 등장하는 인물은 나 그리고 풀꽃, 두 사람(?)이다. 


사노라면 관심을 두는 곳이 서로 다르다. 유년기 때는 세상만사가 우주 저편 하늘에 박힌 별들처럼 호기심이 마구 당기는가 하면 세상을 하나둘씩 알게 되고 대가리(?)가 커지면서 관심의 대상도 바뀌게 된다. 그리하여 청년기를 지나 중년 노년.. 지천명의 터널과 이순의 고갯마루를 넘으면 그제사 발아래 풀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냥 눈으로 보는 풀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게 되는 풀꽃이자, 어느덧 풀꽃은 물론 식물들이나 뭇 동물들 조차 의인화를 하면서 인간과 동등한 수준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시중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짐승으로 진화하는 인면수심의 두 인간도 존재한다. 참 가관이자 슬픈 일이자 웃픈 일이라고 사람들이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의 타고나 성정에 따라 분류를 하고 그중에 '바보'라며 수군거리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생긴 아제 개그 중에는 정말 그럴듯한 이야기가 사람들을 웃기게 한 적 있다. 이를 테면 바보 놀이..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오래전 가난했던 시절이자 온 산이 헐벗었을 때 '식목일'이라는 날이 있었다. 6.25 동란을 겪으며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고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전봇대는 물론 산기슭 등지에 '불조심' 간판이나 포스트를 붙이고 주의를 환기시켰던 것이다. 그와 함께 국민학교(초등학교) 등 학교에서 표어를 모집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요즘 보기 드문 일이 불과 50년 전까지 이어졌다고나 할까.. 그 세대가 어느덧 세월의 바람을 맞으며 머리가 백발이 된 것이다. 그때 유행했던 불조심 표어는 불조심, 산불조심, 자나 깨나 불조심.. 그러나 문맹의 두 사람은 아직 한글을 깨치지 못하여 웃픈 아재 개그를 만들었다. 이랬다.



문맹의 두 사람이 길을 걷고 있었다. 한 녀석은 형아한테 전봇대에 붙어있는 불조심 표어를 알 수 없어서 "형아 전봇대에 쓰인 글자가 뭔지 알아?"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형아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 녀석아 그걸 몰라? 요건 '전봇대'란다. 전. 봇 대.. 알찌?!"하고 길을 떠나게 됐다. 그런데 산기슭 오솔길을 따라 걷는데 저만치 앞에 전봇대가 다시 등장했다. 그래서 아우가 다시 형아한테  "형아 전봇대에 쓰인 글자가 뭔지 알아?"라고 물었다. 처음 만났던 전봇대와 다른 글씨였기 때문이다. 전봇대 표어에는 '산불조심'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래서 형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응.. 저건 말이다. 또 전봇대란다. 또. 전. 봇. 대.. 알찌?" 하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우는 형아가 너무 똑똑하다며 신기해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전봇대가 다시 등장했다. 그곳에도 표어가 등장했는데.. 아우는 속으로 "이런 걸 어떻게 알아맞힐끼?" 싶은 생각을 하며 같은 방법으로 되물었다. 그랬더니 형아는 기발하게 알아(?) 맞혔다. 형아는 손가락으로 한 글자씩 호명하며 "오나가나 전봇대.. 오. 나. 가. 나. 전. 봇. 대.."라고 말하며 스스로 기분이 좋았는지 깔깔 거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우는 속으로 "형아가 쵝오!!"라고 생각하며 룰루랄라 까치발을 내딛으며 형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는 야그.. 흐흐 



아가야 또 까꿍~~~ 히히

이 포스트의 제목은 <산중에서 까꿍 놀이> 그리고 부제는 <-아무도 몰래 피고 지는 풀꽃>이다. 한 때 헐벗었던 민둥산에 식목을 하여 자란 나무들이 전국의 산을 빼곡하고 울창하게 만들면서 대한민국이 금수강산이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숲 속의 하늘을 가리고 있다. 그래서 몇 해 전만 해도 오솔길 옆에 줄줄이 피고 지던 풀꽃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녀석들도 "하늘을 봐야 별을 별을 딸게 아닌가" 싶은 생각들.. 그래서 아침산책 중에 만난 녀석이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인간들 뿐만 아니라 무릇 세상의 생명들은 귀하디 귀한 법이다.



우리도 그렇고 풀꽃들이나 육축들도 누구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세상은 모두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으로 충만해 있다. 조석으로 쌀쌀해진 날씨.. 아가는 "또 까꿍" 소리를 들으며 행복했겠지.. 다음에는 "오나 가나 까꿍"을 만날 차례다. 히히 



Il fiore d'erba che ho incontrato nella passeggiata mattuTina

il 24 Sett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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