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대가리에 대한 발칙한 단상
같은 부위 다른 표현 대가리와 대갈빡 그리고 머리..!!
서기 2022년 10월 6일 오후, 머리도 식힐 겸 겸사겸사 도서관에 들러 오늘 아침 산책에서 담아온 풍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샛노란 풀잎 덩굴이 소나무와 주변의 풍경과 매우 대조적이다. 녀석들은 머지않아 이 산중에 머리를 뉠 것이며 다시 한 해가 지나야 새순을 내놓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겠지..
사진첩을 열어 놓고 보니 오늘자 파일에 두 풍경이 한데 기록되어 있다. 얼마 전에 쪄 먹은 명태(明太, Gadus chalcogrammus, Alaska pollock) 찜.. 그때 댕강 잘려나간 명태 대가리.. 국민생선인 명태는 조림이나 찜 등 다양한 요리로 우리 식탁에 오른다. 명태요리는 건조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 모르시는 분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명태의 여러 명칭에 대해서 머리를 굴려보면 쉽게 대명사들이 등장하기 어려울 듯싶어서 나무위키를 열어 정리해 보니 이러하다.
생태: 말리지도 않고 얼리지도 않은 것. 즉 어떤 가공과정도 거치지 않은 생물 상태를 일컫는다.
북어: 꺼내 말린 것.
코다리: 반쯤 말린 것. 보통 양념을 곁들여 요리해 먹는다. 전문점도 있다. 반건조 생선 + 명태 특유의 식감 때문에 은근 호불호를 탄다. 코다리 냉면이란것도 있는데 비빔냉면에 양념된 코다리를 올린 음식이다. 생각보다 맛있다! 참고로 급식 먹어본 학생들에겐 종종 급식에서 닭강정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코다리로 만든 강정이어서 (양념은 같은 걸로 쓰는 듯해서 괜찮게 나오면 의외로 괜찮게 먹을 만 하다.) 페이크를 시전해주는 요리로 기억되는 모양이다.
동태: 겨울에 잡아서 얼린 것.
황태: 잡아서 얼리고 말리는 것을 반복해서 3개월 이상 눈과 바람을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건조한 것. 황태를 만드는 곳을 덕장이라 부른다. 한국의 덕장은 모두 동해안에 위치하며 용대리 덕장이 가장 유명하다. 본래는 함경남도 원산시[3] 지역이 덕장 중심지였는데 분단 이후 이곳에 덕장들을 만든 것. 그래서 강원도 인제군의 원통리를 넘어가면 죄다 황태집이다.
낙태(落太): 덕장에서 건조할 때 땅에 떨어져 상품 가치가 낮은 황태.
노가리: 어린 놈을 말린 것. 이야기를 잘 하거나 거짓말을 자주 쓰는 사람더러 "노가리 깐다"고 표현하는 동남 방언이 있는데, 이는 명태가 낳는 알의 개수가 어마어마하한 데서 기인한다.
파태: 황태를 만들다가 조직 질감이 잘못된 것. 황태는 살이 부드럽고 결을 따라 쭉쭉 찢어지는데 파태는 그런 거 없이 그냥 거칠다.
흑태(=먹태): 황태를 만들다가 아예 색이 검게 변해버린 것. 요즘은 아예 대량생산을 해서 판다. 그래서 술집같은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무두태: 건조 도중 머리가 떨어져나간 것.
짝태: 1달 동안만 천막을 치고 건조시킨 것. 북한지역과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먹는 방식이며, 황태와는 맛과 식감이 다르다.
깡태: 얼지 않고 말라버리는 바람에 딱딱해진 황태.
백태: 덕장이 지나치게 추워 허옇게 말라버린 황태.
골태: 속살이 부드럽지 않고 딱딱한 황태.
봉태: 내장을 빼지 않고 통마리로 만든 황태.
애태: 새끼 명태.
왜태: 성체지만 크기가 작은 명태.
꺽태: 산란하고 나서 잡힌 명태.
난태: 산란 전에 알을 밴 상태에서 잡힌 암컷 명태.
낚시태: 낚시로 잡은 명태. 망태보다 비싸다.
망태: 그물로 잡은 명태. 그물태라고 부르기도 한다.
막물태: 늦봄 마지막에 잡은 명태.
일태, 이태, 삼태... 십이태: 어획시기에 따라 부르는 명칭.
(출처: 나무위키)
아마도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명태의 '서로 다른 이름'은 몇 되지 않을 듯싶다. 나 또한 어느 날 명태찜을 해 먹고 남겨둔 명태 대가리 때문에 명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랄까.. 오늘 포스트에서는 명태의 서로 다른 이름은 보너스로 챙기게 되었다.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말려둔 명태 대가리에 대한 발칙한 단상을 몇 자 끼적거리고 싶은 것이다. 명태 대가리.. 왜 사람들은 동물의 머리를 대가리로 부를까.. 그래서 머리와 대가리 혹은 대갈빡 등에 대한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꽤나 재밌는 표현들이 있었다.
국어사전에서 '머리'를 찾아보면 '사람이나 동물의 목 위의 부분 즉 눈, 코, 입 따위가 있는 얼굴을 포함하며 머리털이 있는 부분을 이른다’고 풀이하고 있다. (흠.. 명태나 생선은 머리털이 없군..ㅜ) 그런 반면에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돼지 대가리, 말 대가리, 생선 대가리),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주로 길쭉하게 생긴 물건의 앞이나 윗부분(열차 대가리, 콩나물 대가리, 못 대가리)’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물의 머리를 반드시 대가리로 쓰지 않는 표현도 등장한다. 음식 중에는 소머리 국밥, 돼지머리 고기 등으로 동물에게도 '머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사람들의 머리도 당신이 처한 형편 등에 따라 돌대가리 혹은 새대가리, 잔대가리, 닭대가리 등으로 부르는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의 국격을 심히 떨어뜨리는 녀석들은 무슨 대가리일까..
그런 가운데 사람들에게 '머리'를 사용한다고 해도 썩 나은 표현도 아니다. 이를 테면 안달머리, 인정머리, 주변머리, 주책머리 등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도 있다. 그와 함께 대가리란 표현을 써도 기분좋은 표현이 있다는 거.. 멋대가리, 맛대가리, 재미대가리 등 그 중 명태 대가리는 맛대가리 있는 생선 대갈빡일까.. 사람들의 미각에 따라 어떤 사람들에게는 맛대가리 있는 부위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맛없는 대갈빡으로 불리게 되는 것이랄까..
머리를 속되게 부르는 말인 '대갈빡(명사)'에더 지역에 따라서 다르게 부르고 있다는 것도 재밌다. 특히 전라도 지방에서 여러 형태(?)로 사용되고 있었다. 전라도에서는 대갈빡을 대궁박, 대굴빡, 대그빡, 대글빡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전라남도에서는 대가빡 대갈팍 대강빡 대구빵 대기빡 대빡 대거빡 데이박 대골빡 대궁빡 대구빡.. 전라북도애서는 대그박이라 했다. 아무튼 누군가 당신더러 머리가 아니라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게 되면 시쳇말로 '졸라' 기분 나쁠게 분명하다. 아무튼 명태 대가리 때문에 머리와 대가리 그리고 대갈빡 등에 대해 공부하며 지식을 늘리고 있는 것. (어디 써 먹을 수 있을까..ㅜ)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우리나라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을 비교해 보는 일이 잦았다. 특히 언제인가 귀국을 하게 되면 이탈리아 요리+한국요리를 꼴라보(Collaborazione)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명태 대가리를 푹 고아서 육수를 내는 등 이탈리아 요리에 잘 사용하지 않는 요리를 선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이탈리아서 맛 본 생선 요리는 '생선 킬러'인 나의 입맛에 다가오지 못했다. 희한하게도 맛짜가리 혹은 맛대가리 1도 없는 것. 대체로 양념 맛만 강했지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거나 미미할 정도였다고나 할까..
오늘 아침 산책길에 만난 노오란 이파리들.. 녀석들은 오솔길 곁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머리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어떤 사람들은 인정머리가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당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도 않고 지나치는 싹수 노란 인간머리 쯤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말 못 하는 명태 대가리와 먼길 떠나는 노랑머리의 풀잎.. 너희들 때문에 눈과 입이 호강한 시간들이다. 챠오~~~!
La mia opinione su di te, Mi dispiace_Gadus chalcogrammus
il 06 Dic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