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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8. 2019

사뭇 다른 이탈리아 남부 가을 풍경

-강한 바람 몰아치는 아드리아해의 가을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탸의 가을은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를까..?!




글쓴이의 브런치를 열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매일 아침 혹은 저녁에 산책 겸 운동 삼아 바닷가로 나설 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종려나무가 몇 그루 무리를 지어 서 있는 뒤로 바다가 보인다. 위 자료사진 하단 왼쪽은 우리 동네(전혀 낯설지 않은 곳이다)의 바를레타 항구가 있는 곳이며 방파제로 둘러싸인 내항이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수평선 지점에 한 조형물이 위치한 좌우로 방파제가 1킬로미터쯤 길게 펼쳐져 있다. 집을 나서면 대략 5분여 만에 이곳에 도착하고 10분이 채 안 되어 방파제로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방파제 끄트머리까지 왕복한 후 귀가하는 것이다. 




관련 브런치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나의 운동코스는 두 군데이다. 항구 곁에서 대략 5킬로미터로 이어진 해변 모래밭과, 방파제 끄트머리 등주가 서 있는 곳을 왕복하는 코스가 그것이다. 나의 건강관리는 주로 이곳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바를레타에 거처를 옮긴 직후부터 주로 전자의 모래밭을 애용했지만, 11월부터는 주로 방파제 코스를 선호했다.  운동 중에 보다 시선이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아드리아해를 조망하는 게 좋았으며,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또 다른 감흥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코스를 선호한 이유 중에는 넘실 거리는 파도가 한몫 거들었다. 




내 고향은 부산.. 바다와 파도를 처음 보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본 파도는 시인 유치환 님의 노래 '그리움'처럼 내 가슴에 다가왔다. 어쩌면 그 노래가 내 속에 잠재된 또 하나의 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곤 했다. 그렇다면 내 속에서 들끓고 있는 그리움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방파제 위를 걷는 동안 파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가끔씩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는 것. 




그런데 최근 일주일 전후로 내가 선호한 방파제 코스가 자꾸만 나를 멀리했다. 방파제를 쉼 없이 할퀴던 파도같이 날씨가 변덕을 부린 것이다. 어떤 때는 비를 뿌리는가 하면 어떤 때는 파도가 방파제 위를 넘실거렸다. 그런 날은 운동을 하다 말고 귀가해야 했다. 그런데 이 같은 날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시 변덕을 부리더니, 이틀 전에는 종려나무가 휘청거릴 정도로 몹시 사나운 바람이 불었다. 


이날 오후에는 비까지 흠뻑 내렸다. 그리고 잠시 날이 개인 후 방파제를 찾았는데 바람이 몹시 불어댓다. 또 방파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파도는 뭍의 바닥을 온통 뒤집어 놓고 넘실댓다. 뿐만 아니라 바람은 해변의 모래를 휘날리며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거세게 몰아쳤다. 




그리고 파도가 방파제를 넘나드는 바람에 패딩 조끼가 젖어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이맘때 우리나라는 가을의 흔적이 가물가물하고 곧 겨울채비를 해야 하는데,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아드리아해 주변은 태풍을 달고 사는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를 쏙 빼닮았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아드리아해에 면한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는 물난리를 겪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내가 살았던 피렌체의 아르노 강은 강물이 노도같이 넘실대곤 했다. 녀석들을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다행인 것은 바람이 쉼 없이 몰아치며 옷깃을 여미게 해도 영상 15도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귀가한 후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응.. 김장 몇 포기했어..!"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에서 쓰다.


IL VENTO FORTE_BARLETTA
il 17 Novembre, La Mattin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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