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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0. 2019

담백한 흰 살 생선 올리브유 조림

-아드리아해 향기 품은 흰 살 생선 꼬치오 요리

생선 요리, 어떻게 하면 보다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을까..?


오늘 오전(현지 시각) 글쓴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재래시장에 들렀다. 관련 브런치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이곳은 야채와 과일은 물론 갓 잡아온 생선들이 매우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곳이다. 야채와 과일의 경우 1유로짜리 동전 하나만 지녀도 제철 식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차마 믿기지 않는 곳. 그곳에서 흥정도 하지 않고 어물전 앞에서 구경을 하고 섰는데 상인이 내게 말을 걸며 생선(Coccio (gallinella) e Mormora del Adriatico)을 싼 값에 주겠다고 했다. 


싱싱해 보였다. 녀석들은 이곳에서 가까운 아드리아해 출신이었다. 이들의 이름은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꼬치오(라 갈리넬라)와 모르모라였다. 꼬치오는 1킬로그램당 3유로씩 9유로에 구입했고, 모르모라는 덤으로 주겠다며 1킬로그램에 1유로로 전부 10유로에 구입했다. 묵직했다. 아직 식전이었으므로 집으로 돌아오는 즉시, 꼬치오 세 마리와 모르모라 네 마리를 즉시 요리해 아점으로 먹을 참이었다.




위 자료사진이 아드리아해의 향기를 품은 흰살생선 꼬치오 요리의 비주얼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꼬치오를 요리할 때 주로 생선의 대가리를 잘라버렸다.(어른들은 동물들의 특정 부위를 일컬을 때 사람과 구별하여 사용했다. 예컨데 생선은 아무개 대가리로, 닭은 닭대가리로, 새는 새 대가리로 동물들의 이름 뒤에 대가리란 말을 즐겨 사용하곤 했다. 다만, 우리 인류에게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었던 소는 예외였다. 소마리 국밥이 그것이다. 이하 생략) 그리고 토마토 등을 이용해 쪄내거나 그릴에 굽거나 포를 떠서 요리에 사용하곤 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식 재료들은 포모도로는 물론 꾸르구마, 스깔로뇨, 알리오, 쁘레째몰로 등을 필요로 한다. 소금 후추는 단골이다. 이렇게 조리한 음식들은 첨가한 식 재료에 걸맞은 향기를 품고 식탁에 올라 먹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그런 반면에 이를 준비하는 주부 혹은 요리사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필요로 한다. 생선의 대가리를 잘라내고 뼈를 발라내고 지느러미를 잘라내는 등 절차를 통해 요리 만들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절차를 익히 잘 아시는 분들은 요리에 질려버릴 것이다.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안 먹었으면 안 먹지.. 난 안 해!!"라고 손사래를 흔들 것. 따라서 요리사를 둔 집안은 요리로 가득할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의 현상을 겪기도 하는 것이다. 그 시간에 잠을 자던지 라면을 끓여먹는 해프닝이 연출되는 것이다. 


나는 이 같은 절차 때문만이 아니라, 요리학교에서 배운 요리 철학과 평소 습관 등으로 절차를 대폭 줄인 요리법을 사용한다. 아점으로 먹은 흰 살 생선 꼬치오 요리가 그런 셈이다. 글을 읽어내려오는 동안 위로부터 사진 몇 장 및 영상을 보게 될 것이다. 맨 위 팬 위에 올려둔 생선들은 꼬치오와 모르모라를 잘 손질해 팬에 올려둔 모습이다. 생선 대가리는 물론 지느러미 전체를 살렸다. 내장과 비늘만 깨끗이 손질했을 뿐이다.





담백한 흰 살 생선 올리브유 조림


녀석들을 팬 위에 가지런히 올려두기 직전 팬 위에 올리브유를 자작하게 둘렀다. 그리고 생선 한 마리당 한 꼬집 정도의 소금을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이용해 살살 비벼가며 흩뿌리고 (흰) 후추를 뿌렸다. 양념은 이게 전부이다. 그다음 뚜껑을 덮고 센 불에서 익히기 시작한다. 이 같은 절차는 대략 3분에서 5분 내로 이루어지는데 팬 속에서 자글자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증기를 뿜어대는 즉시 약불에서 조리기 시작한다. 


주지하다시피 팬 속에 물을 첨가했다는 언급은 없다. 그리고 오븐을 사용하지 않았다. 프라이팬 하나면 충분하다. 첨부해 둔 참고용 영상 속에 바글거리는 건 물의 조합이 아니라 생선에서 배어 나온 육즙과 올리브유가 전부이다. 잠시 뚜껑을 열어 촬영을 했을 뿐 약불에서 익어가는 팬 속의 모습은 이러하다. 처음에는 육즙이 많은 듯 보이지만, 대략 10분에서 15분이 경과하면 육즙은 살사 디 뻬쉐(Salsa di Pesce)로 변하게 된다. 




올리브유와 생선이 산화 과정을 통해 기막히게 어우러진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팬 뚜껑을 자주 열어보지 말라는 것. 팬 속에 산소가 자주 유입되면 산화 과정에 문제가 생기고, 요리가 완료된 시점의 환원 과정에 맛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중간에 한두 번 정도 생선의 익힘 정도를 확인했다면 육즙이 줄어들었을 때부터 팬 앞에 서서 초읽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불을 끄고 대략 5분 정도 그대로 둔다. 그동안 팬 속에는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고, 살사 디 뻬쉐가 환원 과정을 조용히 거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소금, 후추 그리고 올리브유만 사용한 흰 살 생선 요리는 비린내는 물론 잡내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젓가락(손으로 먹으면 더 맛있을 걸..^^)으로 한 점 한 점 뜯어 입으로 들어가는 즉시 입안은 온통 아드리아해의 향기로 가득 퍼지게 된다. 



그리고 살점은 접시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살사에 찍어먹으면 생선 본연의 맛을 배가 시키게 되는 것이다. 만약 양념을 뒤범벅했다면 결코 생선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하고 빈틈을 양념이 채울 것이다. 이때 바게트 빵을 살사에 찍어먹으면 시쳇말로 죽인다. 이날 나는 일곱 마리의 생선 가운데 꼬치오 세 마리와 비노 비앙꼬 한 잔만으로 아점을 끝냈다. 그리고 이날 저녁 남은 모르모라 네 마리(위 자료사진)를 저녁 식탁에 올렸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COCCIO AL VAPORE CON OLIO D'OLIVA
il 19 Nov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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