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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2. 2019

비노 비앙꼬로 맛을 낸 흰 살 생선

-담백한 흰 살 생선 올리브유 조림 후편

혼자만의 생각일까..?!! 



자화자찬을 한 담백한 흰 살 생선 갈리넬라(꼬치오) 올리브유 조림은 이미 관련 브런치에 소개해 드렸다.  이랬다. 


싱싱해 보였다. 녀석들은 이곳에서 가까운 아드리아해 출신이었다. 이들의 이름은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꼬치오(라 갈리넬라)와 모르모라였다. 꼬치오는 1킬로그램당 3유로씩 9유로에 구입했고, 모르모라는 덤으로 주겠다며 1킬로그램에 1유로로 전부 10유로에 구입했다. 묵직했다. 아직 식전이었으므로 집으로 돌아오는 즉시, 꼬치오 세 마리와 모르모라 네 마리를 즉시 요리해 아점으로 먹을 참이었다.


그게 불과 이틀 전이었다. 따라서 아점으로 먹고 남은 갈리넬라를 잠시 냉동실에서 차갑게 한 다음 냉장실로 옮겨 숙성으로 이어졌다. 이틀간 냉장실과 냉동실을 오간 녀석들은 여전히 싱싱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생선들은 포획할 당시 즉시 급랭을 시키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질되게 마련이다. 



이 같은 상태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생선의 배를 갈라 내장의 냄새를 맡아보면 단박에 안다. 녀석들의 위에 남아있던 음식들과 피가 응고된 후 서서히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갈리넬라의 내장을 살펴보니 구입한 첫날과 조금은 달라진 냄새를 풍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의 아가미 색깔은 선홍색으로 매우 싱싱해 보였다. 또 내장(위)을 열어보니 손가락만 한 작은 물고기들이 잡혀먹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입이 유난히 큰 해저의 포식자 갈리넬라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녀석들을 잡아먹을 차례.. 


이틀 전에 먹고 남은 스물댓 마리 전부 비늘을 벗겨내고 내장을 깨끗이 제거하고 흐르는 물로 다시 잘 헹궜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난번 요리 때 사용하지 않던 식 재료 일부를 첨가해 조림에 들어갔다. 위 자료사진과 영상 여섯 장에 그 모습이 담아져 있다. 이날 조리된 갈레리나는 꽤 많은 양으로 한 번 요리해 두면 이틀은 족히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양이다. (맨 처음 만나는 자료사진)




지금은 혼밥용으로 만드는 요리이기 때문에 누구를 초대해 나누어 먹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살점이 풍부한 갈레리나는 대개 대가리를 잘라버리고 포를 떠서 요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어두일미의 진실에 따라 조림을 할 때 생선 대가리를 절대 함부로 버리는 일이 없다. 육즙을 다 우려내고 조림이 끝나고 난 다음 버리면 버릴까. 몸통과 함께 끓이면 분명히 색다른 고소한 맛이 날 수밖에 없다. 


이날 나는 먼저 몸통을 먹고 나중에 대가리에 남아있는 볼때기 살과 눈퉁이 살을 쪽쪽 다 빨아먹었다. 내가 만든 요리를 앞에 두고 "정말 맛있다"는 자화자찬을 해 가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날 사용된 식 재료와 리체타는 어땟을까. 확인 들어간다.




비노 비앙꼬로 맛을 낸 흰 살 생선 갈레리나


사진과 영상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이날은 매운 홍고추와 비노 비앙꼬를 사용한 게 먼저번 리체타와 다른 점이다. 혹시라도 남아있을 잡내를 제거하는 동시에 비노 비앙꼬의 풍미를 홍고추와 함께 생선에 포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리가 끝난 다음에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루꼴라(La Rucola)를 곁들였다. 


루꼴라는 이탈리아 요리의 인살라따에 매우 자주 오르는 중요한 식재료로 쓴맛이 일품이다. 그냥 쓴 게 아니라 녀석들이 자란 토양을 흠뻑 취한 나머지 미네랄 향기를 강하게 풍기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맛을 내는 신비의 향초(Erba)이다. 



이날 조리는 잘 손질된 생선을 깊은 프라이팬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센 불에서 팬을 달구기 시작한다. 팬이 뜨겁게 달구어지면 준비해 둔 비노 비앙꼬 한 컵 분량을 투입하고(치익~) 곧바로 뚜껑을 덮는다. 그리고 대략 5분 정도가 경과한 후에 반 컵 분량의 물과 소금(자료 사진에서 확인되는 양)을 넣고 홍초를 투입한다. 그런 다음 다시 뚜껑을 덮고 한소끔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낮추어 뭉근하게 쪄내는 방법이다. 


결과물을 보면 팬 바닥에 자작하게 깔린 육즙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팬 속에서 비노 비앙꼬와 물과 올리브유와 홍초와 소금이 산화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환원 과정에는 갈리넬라 몸속으로 성분 전체가 스며든 것이다. 따라서 불을 끄고 나면 뚜껑을 열지 말고 최소한 5분만 기다린 후 접시에 올려야 보다 양질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식탁 위에 오른 요리는 손으로 뜯어먹어도 좋고, 젓가락으로 먹어도 좋다. 나는 후자의 경우를 택했다. 이때 고기 한 점씩 먹을 때마다 루꼴라 잎을 함께 먹으면 기막힌 맛을 내는데 여기에 홍초를 잘게 뜯어서 입에 넣으면 굳이 고춧가루를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리는 양념의 수가 배가 될수록, 향신료의 첨가가 많아질수록 식 재료 본연의 맛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거.. 꼭 숙지해 두시기 바란다. 요리 대가로부터 전수받은 '나만의 요리'는 이렇게 탄생한다. 끝!!



-이탈리아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GALLINELLA AL VAPORE CON OLIO D'OLIVA
il 21 Nov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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