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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26. 2023

계묘년 시작은 도서관에서

-우리를 맞이한 새로운 세상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새하얀 눈이 펑펑 오시던 날 이웃에 마실을 다니며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어지럽게 널려있던 동내 풍경이 솜이불을 한 겹 두 겹 껴입고 깊은 겨울을 맞이하는 것이다. 솜이불.. 우리들의 유소년 기는 솜이불을 둘러싼 이불홑청이 유난히도 곱고 친숙했다. 거기에 어머니와 할머니가 한 팀을 이루어 다듬이질을 하는 날.. 뒷마당 한편에는 이불 홑청이 빨랫줄 위에서 악동들을 끌어모으곤 했자..



아이들의 마음이란 새하얀 풍경에 황칠을 늘어놓는 것. 이불홑청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면 세상은 온통 새하얀 세상.. 그러다 엄니에게 들키면 호통이 떨어진다. 그렇게 잘 말려진 이불홑청은 다시 다듬이 돌 위에서 콩닥콩닥 소리를 내며 곱게 펴지던 시절..



이웃에 마실을 가면서 떠오른 짧은 단상과 얼음판 위에서 넘어져 엉덩장아를 찧던 오래된 추억들..



계묘년 시작은 도서관에서

-우리를 맞이한 새로운 세상



   서기 2023년 1월 26일 오전 도사관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눈발이 흩날린다. 먼저 내렸던 함박눈이 양달에서 다 녹은 줄 알았지만 응달에는 여전히 소복이 쌓여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빙판길을 만들고 있다.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기는 동안 송구영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타박타박 걸음을 옮겼다.



사자성어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는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한다는 뜻을 지닌 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나..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 송구영신이 된 줄 안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그리고 얼어붙은 눈들이 엉덩방아를 찧게 만들며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기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세상에는 제 아무리 지혜가 출중하고 명성이 자자한 사람일지라도 전혀 뜻밖의 일에 봉착하며 시련을 겪기도 한다. 세상만사 모두 뜻대로 되는 법이 없다고나 할까.. 그래서 선조님들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명언을 남긴 것일까.. 어떤 때는 이런 면언을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큰일을 앞두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에(盡人事) 하늘에 결과를 맡기고 기다린다(待天命)는 매우 겸손한 표현이자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행운이 함께 해야 된다는 것이다.  하니와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며 그때가 한 해 전 서기 2022년 7월 22일이었다. 이날은 5년 만에 이탈리아서 대한민국으로 귀국한 날이다.



몇 가지 숙제(?) 때문일까.. 보통은 이런 날이 매우 감개무량했을 것이나 의외로 무덤덤했다. 이탈리아에 사는 동안 해결하지 못한 일과 코 앞에 닥친 일들이 하루하루를 더디게 만들거나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됐다. 전혀  예기치 않은 일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었다.



그런 일들이 지난 연휴가 끝나는 날 눈 녹듯이 사라지고 무거운 짐을 벗은 듯 홀가분했다. 귀국 직후부터 대략 6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밀린 숙제를 마친 날이 불과 이틀 전이며 우리는 다시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해묵은 숙제를 마치던 진정한 송구영신의 말을 맞이한 시간이 설연휴 끄트머리에 찾아든 것이다. 하늘의 도움이 있었으며 진인사대천명과 운칠기삼의 겸손과 행운이 함께 찾아든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어 두었던 이탈리아 입성을 위해 하나둘씩 보따리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짐은 물론 새로운 꿈을 꾸게 된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야금야금 우리를 침탈한 얄궂은 시간들..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가면 그동안 꿈꾸어 왔던 새로운 꿈들 조차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때 하늘의 감동이 있지 않을까.. 도서관에 들러 여러 책자의 제목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다. 조용한 공간에서 지혜를 더해가는 남녀노소.. 그분들과 가정에 하늘의 복이 차고 넘치시길 두 손 모은다. 아울러 이웃분들에게 모처럼 안부를 전해드린다.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자세한 이야기는 소설이 되거나 다큐로 거듭날 예정이다. 많은 응원 바란다.



E' iniziato nel 2023(계묘년), in biblioteca_Un nuovo mondo
il 26 Gennaio 2023,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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