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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5. 2023

엘찰텐, 멀고 먼 피츠로이 가는 길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28


미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도 있다!!


   서기 2023년 3월 25일 아침나절,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명소 엘찰텐(El Chalten)의 피츠로이(Fitz Roy)를 열어보고 있다. 먼 데서 봐도 한눈에 바라보이는 명산 피츠로이는 여행자로 하여금 "어서 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인 산이다. 피츠로이의 뾰족한 암봉을 보는 순간 지남철처럼 끌어당기는 곳.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딱 한 번이라도 다녀와야 하는 곳이랄까..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 두 번째 만난 피츠로이는 청춘이라면 모를까 지천명을 넘은 안 청춘들에게는 꽤 무리한 트래킹 코스가 아닐 수 없다. 하니와 함께 도전한 이 코스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우리 또래의 여행자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이른 새벽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숙소를 나선 우리는 숙소에서 만든 샌드위치 두 개와 생수에 의지하여 길을 나섰는데 돌아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까마득했다. 우리기 산행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왔던 때인데 당시에 소요된 시간은 대략 19시간이었다. 



어둠 속 이른 새벽에 설악동을 출발해 다시 돌아온 설악동의 밤은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어둠 속에서 강행군.. 



천불동 계곡의 귀면암을 지날 때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둠이 짙어 밤마저 졸고 자빠졌다고나 할까..



엘찰텐 뒷산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피츠로이 암봉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였다.



그런데 언덕을 너머 숲길을 지나면서부터 암봉만 오락가락.. 도무지 길이 좁혀지지 않았지.



먼 곳에서 바라본 피츠로이는 만년설을 두르고 여행자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었지만 다리는 천근만근..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 시간이 19시간 소요되었다면 피츠로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그 보다 조금 덜했다.



나목들이 나뒹구는 언덕에서 휴식을 취할 때도 피츠로이는 여전히 손을 흔들며 "어소 오라"고 한다.



초행길의 피츠로이 트래킹..



먼발치서만 봤던 피츠로이 품에 안기기 위해 작정을 한 하니.. 무작정 길을 나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애당초 엘찰텐 뒷산에서 남미일주 당시 우리가 섰던 장소를 다시 가 보고 싶었지만 그녀의 마음이 바뀌었다.


먼 길을 가려면 먼저 도시락부터 챙기고 이동 중에 먹을 간식까지 챙겨야 하지만 턱 없이 부족한 도시락(?)은 숙소에서 만든 어설픈 샌드위치 두 개가 전부였다. 그래서 하니에게 "다음 날 다시 가자"라고 말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그녀가 마음을 온통 앗아간 피츠로이..



자료사진에서 보이는 피츠로이 암봉 바로 아래까지 가야 하며 오솔길을 따라 그저 앞만 바라보고 걷고 또 걸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피츠로이를 등반하는 트레커들은 봉우리 아래 캠핑장에서 1박을 하는 등 충분한 준비를 한 다음에 봉우리 아래까지 등반을 했다.



한 번에 다녀오기란 조금은 무리가 따르는 산행..



다행히도 피츠로이로 가는 길은 멀었지만 엘찰텐의 뒷산을 넘으면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나지막한 오솔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 만난 풍경들이 <아침햇살에 비친 목신의 뽀얀 속살> 편부터 이어지고 있다.



요즘처럼 휴대폰에 내장된 카메라의 성능이 뛰어났다면 카메라 장비를 가져가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 중에 늘 동행하는 묵직한 카메라와 렌즈들..



나는 엘찰텐이 값 없이 제공하는 신의 그림자에 심취해 있고 하니의 발걸음은 피츠로이에 미쳐있는 듯..



우리는 아침햇살을 마주하며 부지런히 걷고 또 걸었다.



어딘가에 홀리든지 미쳐야 가능한 피츠로이행 오솔길..



다시금 생각해 봐도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트래킹이 하루종일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간밤에 메신저를 열어보니 한국에 머물고 있는 하니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그녀는 여전히 아침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애막골 양지바른 곳에는 진달래가 피고 았었다.



포스트를 편집하고 있던 시간이었으며 불현듯 당신이 그리웠다.



내 앞에는 피츠로이가 당신 앞에는 진달래가..



우리는 서로 다른 공간 속에서 그리워하고 있는 것일까.. 멀고 먼 피츠로이 가는 길에 동행한 그녀가 자꾸만 눈에 밟히는 아침나절이다. 이곳 바를레타의 아침은 화창하다 못해 눈부시다.


La strada per FitzRoy, Patagonia El Chalten ARGENTINA
il 25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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