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무화과나무에 깃든 봄의 소리
꼼지락꼼지락 사부작사부작 꼬물꼬물.. 봄이 오시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서기 2023년 3월 26일 휴일 오후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어떤 봄의 요정들이 와 있는지 산책 겸 윤동삼아 다녀왔다. 화창한 날씨.. 사람들이 공원 가득한 가운데 사람들 몰래(?) 꽃을 피우며 떼창을 부르는 풀꽃들이 너무 곱고 예쁘다.
아마도 녀석들이 사람들처럼 말을 한다면 그 어떤 집회 보다 떠들썩할 거 같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그런데 녀석들의 말귀를 알아채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는다. 식물들의 언어를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들의 능력은 몇 되지 않는다고나 할까. 무슨 일이든 무엇이든 머리로 지식으로 이해하려 드는 사람들에게 식물들의 언어는 '개 발에 닭알..' 정도라고 봐야 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삶에 충실할 뿐 식물 따위를 거들떠볼 여유가 없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식물들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감성지수가 뛰어나면 우리네 삶이 보다 풍요로워진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인산세상사는 각박하지만 대자연에 널린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즉시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타적인 행위 혹은 당신 외에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는 행위는 행복의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내 생각이다.
--무화과나무에 깃든 봄의 소리
우리 집 앞 공원을 지나 바닷가로 향하는 언덕 위에 도착하자마자 며칠 전에 봐 두었던 무화과나무를 만났다. 꽤 오래전 바이블을 통독하면서 무화과나무에 대한 생각이 애매하게 변해갔다. 유소년 기를 거치면서 동네 울타리서 자주 봐 왔던 무화과나무가 예수님으로부터 저주를 받았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래서 마태복음 21장 18~22절을 뒤적거려 봤다. 이랬다.
이튿날 아침에 예수께서 성안으로 들어오시다가, 마침 시장하시던 참에 길가에 무화과나무 1그루가 서 있는 것을 보시고 그리로 가셨다. 그러나 잎사귀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 나무를 향하여 "이제부터 너는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하리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무화과나무는 곧 말라버렸다. 제자들이 이것을 보고 놀라서 "무화과나무가 어찌하여 그렇게 당장 말라버렸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면, 이 무화과나무에서 본 일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산더러 '번쩍 들려서 바다에 빠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 또 너희가 기도할 때에 믿고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
바이블에 등장하는 말씀들은 역사와 비유를 담고 있다. 오래 전의 기록들과 성인들의 말씀 속에는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비유하면서 당신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다. 적지 않은 분들이 바이블에 심취했던 나처럼 무화과가 예수님으로부터 저주를 받는 나쁜 식물로 생각할 것이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무화과의 열매를 통해 어떤 일도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사람이 로또 같은 결실(?)을 맺고자 할 때 던지는 메시지라고나 할까..
무화과는 뽕나무과 무화과나무속에 속하는 과일이다. 인류가 재배한 최초의 과일 중 하나이다. 유럽의 지중해 지역과 중동에서 많이 먹는 과일이고, 한국에서도 경기도나 강원도에서는 추워서 자라기 어렵지만, 전라남도, 경상남도 쪽으로 가면 생산철 (9월 전후)에 흔히들 먹는 과일이었다. 이때쯤 남해안 지방에 가면 길거리에 말 그대로 널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나무위키가 소개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에게 친숙한 과일이며 구약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수치심을 느껴 발가벗은 몸을 가렸던 최초의 의복(?)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선악과가 무화과라는 말도 있다.
이름이 무화과인 이유는, 겉으로 봐서는 아무리 찾아도 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화과를 따보면 열매처럼 생겼지만 사실 속의 먹는 부분이 꽃이다. 즉 우리의 눈에 보이는 열매껍질은 사실 꽃받침이며, 내부의 붉은 것이 꽃이다. 무화과의 과즙 또한 엄밀히 말하자면 무화과꽃의 꿀이다. 속에 빽빽한 꽃들에 닿기 위해서는 유일한 입구인 열매 밑동의 밀리미터 단위로 작은 구멍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나비나 벌들은 꿀 따먹을 엄두도 못 내고 무화과와 공생하는 무화과 말벌(좀벌) (Wasp) 들이 속으로 기어들어가 꽃들을 수정시켜 준다. (출처: 나무위키)
봄이 오시는 소리를 천천히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무화과나무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무화과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위 링크된 자료(꼭 한 번 들러 보시기 바란다)를 옮겨놓은 것은 무화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무화과나무에 달라붙어 있는 열매가 곧 꽃이라는 야그이다.
꼼지락꼼지락 사부작사부작 꼬물꼬물.. 꽃의 생김새가 우리가 늘 봐 왔던 것과 전혀 다르다. 형체가 다를 뿐 무화과나무는 꽃을 잉태하고 피우고 있는 것이다. 정말 신기한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가느다란 줄기 끄트머리에 피어나고 있었다.
집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작은 언덕 위에서 자라는 무화과나무.. 녀석의 꼼지락 거림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 언덕에는 양귀비가 무리 지어 떼창으로 봄노래를 부르고 있다.
풀숲에 피어난 꽃 양귀비는 아리아를 부르며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참 좋은 계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공원에 들르니 측광에 비친 고목 한 그루에 봄의 햇살이 충만하다. 부드러운 햇살이 나뭇잎에 닿자마자 간지러 죽겠다는 표정의 나뭇잎 요정들.. 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il suono della primavera che si avvicina_BARLETTA
ll 26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