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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8. 2023

우도, 섬 속의 섬 비양도의 야영

-환상의 섬 우도 긴 잠에서 깨어나다


사람들이 멀쩡한 집 놔두고 왜 불편한 야영을 하는 것일까..?!!


   서기 2023년 4월 18일 이른 새벽(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섬 속의 섬 비양도의 야영 풍경을 열어보고 있다. 제주도에는 두 개의 비양도가 있다. 표지 사진에 등장한 풍경은 우도에서 육로로 연결된 곳으로 하고수동해변이 위치한 우도 북동쪽에서 150m 정도를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우도를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름난 곳을 찾는데 비해 이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다. 마치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듯한 외로운 섬 비양도.. 그 현장을 만나보기 전에 <돌로미티서 만난 여우 이야기> 편에 소개해 드린.. 이탈리아 북부 알삐(ALPI, 알프스)의 명소 돌로미티에서 야영을 하며 트래킹 했던 장면을 소환해 보기로 한다. 

Foto da https://www.unifimagazine.it/(돌로미티 여우 사진 출처)


비몽사몽간에 처음 만난 재밌는 돌로미티 여우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돌로미티 여우를 만난 때는 우리가 돌로미티의 명소 친퀘 또르리를 다녀온 직후였으며 한밤중이었다. 이날 우리는 친퀘 또르리를 다녀온 직후 꼬르띠나 담빼쬬에 들러 장을 봐 왔다. 



시내서 주전부리와 쇠고기와 뷔노 로쏘(Vino rosso, 적포도주)를 챙겨 다시 빠쏘 디 퐐싸레고 근처에 위치한 친퀘 또르리 주차장으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였다. 그곳은 옥수 같은 맑은 물이 쉼 없이 흐르는 계곡으로 야영에 제격이었다. 장을 보고 돌아온 직후부터 쇠고기 요리에 들어갔다. 점심을 챙겨 먹을 요량이었다. 쇠고기 요리는 뷔노 로쏘와 조미간장에 조린 조림으로 흰쌀밥과 함께 먹으면 기막힌 맛을 낸다. 



그런데 이 요리 과정을 숲 속에서 돌로미티 여우가 훔쳐보고 있었을까.. 이날 저녁 비몽사몽간에 돌로미티의 여우를 만나 실랑이를 벌이게 된 것이다. 여우 같은 녀석.. 아니 틀림없이 여우였던 녀석은 기다란 꼬리에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나와 눈이 맞닥 뜨렷다. 마치 생떽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어린 왕자의 출현과 흡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 쇠고기 한 점만 주세요..!"



비몽사몽간에 나를 깨운 건 들릴락 말락 한 미세한 소리였다.


"달.. 그.. 닥.. 사.. 부.. 작..!(들릴락 말락..)"


나는 자동차 옆에서 야영을 하고 있었고 하니는 차박을 하고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 낀 날씨로 사방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깜깜했다. 야영 텐트는 자동차 바로 곁에 쳐 두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단박에 자동차 문을 열 수 있는 위치였다. 나는 잠결에 귀를 기울여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서 소리가 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하며 텐트를 열어젖혔다. (지익~: 지퍼여는 소리 자체 효과음)


분명히 누군가 가까이에 있는 인기척이라 판단하고 확인에 들어간 것이다. 텐트를 열어젖히자마자 속으로 흠칫 놀라고 말았다. 텐트에서 1m도 떨어지지 않은 지근거리(바로 곁)에 여우 한 마리가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머리카락이 쭈뼛했다. 나는 그 즉시 짧고 단호하게 그러나 소리를 낮추어 이렇게 말했다.


"저리 가..!"



녀석은 들은 체 만 체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저리 가"라며 손짓을 했다. 그랬더니 녀석이 주춤하면서 한 걸음 물러서는 듯했다. 산중에서 만난 야생동물치고는 착했다. 아님 무엇에 매우 집착한 듯한 표정.. 그리고 뭉기적 거리며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녀석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서 서성거린 것일까.. 


비몽사몽간에 다시 한번 더 손짓을 한 후 텐트를 걸어 잠갔다.(지익~) 만약 달빛이 훤하게 비추었다면 텐트 밖 녀석의 실루엣이 나타났을 정도로 녀석은 여전히 지근거리에 있었다. 


텐트의 지퍼 틈새로 보니 녀석은 여전히 나 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도망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녀석을 못 본채 하고 다시 머리를 뉘었다. 

이때부터 녀석이 자꾸만 신경 쓰이는 것이다. 다시 비몽사몽간에 들릴락 말락 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달.. 그.. 닥.. 사.. 부.. 작..!(들릴락 말락.. 들릴락 말락..)"


나는 누운 채로 다시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지근거리에 있다고 해도 발자국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는데 들릴락 말락 사부작 거리는 소리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그제야 소리의 출처를 알아냈다. 녀석이 노리는 건 쇠고기 조림이었을 것이다. 쇠고기 조림이 산중에 기막힌 냄새를 풍겼을 것이며, 녀석은 어둠이 오시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조림이 든 팬에 뚜껑을 질 덮고 자동차 아래에 둔 것이다. 당시 산중의 날씨는 냉장고보다 썰렁했으므로 야외에 보관하는 게 더 나았다. 또 혹시나 산짐승들이 달려들 걸 고려해서 자동차 하부와 팬 높이를 적절하게 조절해 두었던 것이다. 누군가 엎드려 손으로 뚜껑을 열지 않으면 불가능할 정도로 잘 꼬불쳐 두었다.  (이하 생략 나머지는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란다)



우도, 섬 속의 섬 비양도의 야영

-환상의 섬 우도 긴 잠에서 깨어나다



섬 속의 섬 우도의 비양도에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



이들이 챙겨 온 야영 장비는 백패킹(배낭)이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야영을 제대로 즐기는 이른바 캠핑족의 모습이다. 야영에 필요한 장비 모두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기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MTB까지 갖추었다.



이들이 야영을 즐기는 모습은 야영을 해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살고 있었던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 며칠 푹 쉬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그들은 야영을 계획할 때부터 설레었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야영을 계획할 때 바닷가 혹은 깊은 산속의 오지를 찾게 된다. 그곳은 전망이 좋은 곳이자 조용하고 산림이 울창한 숲 등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그런데 우도의 섬 속의 섬 비양도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야영지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우도에서 150m 정도 되는 다리(?) 아닌 다리를 건너오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진정한 한국의 파타고니아라고나 할까..



화산이 만든 오름으로부터 뜯겨 나간 암반 위에는 풀꽃들이 자지러지고 갯메꽃이 흐드러지게 핀 곳이다.



우도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라면 몰라도 이곳에서 백패킹(1박 이상의 야영을 위해 야영에 필요한 배낭 등을 챙겨 떠나는 여행)을 하려면.. 예컨대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뱅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고 다시 우도로 이동한 다음 걸어서 섬 속의 섬 비양도까지 이동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했을 때 비양도에 도착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백팩킹을 하려면 모든 장비가 경량화되어있어 이동이 편리(?)하지만 식량 때문에 겨우 한 이틀 정도면 보따리를 싸야 한다. ㄱ래서 차박을 선택한 사람들은 야영지에서 며칠 푹 쉬고 싶은 사람들..



서두에 돌로미티의 야영지에서 만난 여우 이야기와 돌로미티의 명소 친퀘 또르리(Cinque Torri)를 일면 살펴봤다. 보통 사람들은 다섯 개의 봉우리 혹은 탑까지 이동하기 위해 승강기(Ascensore)를 이용하게 된다. 그들의 목적지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장치가 명소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매우 원시적인 방법으로 승강기가 이동하고 있는 루트 아래쪽의 오솔길을 따라 트래킹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때 만나는 대자연의 속살은 트래킹의 피곤을 덜어준다. 지천에 널린 풀꽃들과 아름드리 숲과 빼어난 경관을 지닌 계곡 등.. 



이런 매력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이 있다. 인생 후반전 혹은 연장전에 캠핑카(Camper)를 구입하여 돌로미티에서 못다 한 한(?)을 풀고 죽고 싶은 것이다. 



해 질 녘.. 역광과 측광에 의지하여 남긴 비양도의 기록을 살펴보니 불현듯 돌로미티의 여우가 생각났다.



야영에서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풍경이다.



그런데.. 비양도에서 즐기는 야영은 매우 특별하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야영을 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너무 편하다. 주변을 둘러봐도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이 전무한 곳. 다만 야영장의 발아래와 바닷게에는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하는 풍경들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납작 엎드려있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면 하니와 함께 차박을 떠났을 장소가 비양도가 아닐까..



성산 일출봉이 빤히 바라보이는 바닷가 절벽 위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묵은 기억이 새록새록..



그곳 바닷가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아침을 맞이하고 잠에서 깨면 곧바로 무리를 지어 등장한 수많은 관광객들을 만나게 된다. 야영의 맛을 한 순간에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섬 속의 섬 우도의 비양도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 



푹 쉬고 난 다음 짐을 정리하고 느리게 느리게 우도를 일주하며 하우목동까지 가면 끝!



사람들은 가끔씩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고 스스로 만든 고독과 외로움을 즐길 때가 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도 가슴 한쪽에 웅크리고 있는 자연인의 삶이 꿈틀거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사방이 숲이나 계곡으로 둘러싸인 오지나 도랑 옆 보다 섬 속의 섬 비양도를 눈여겨보시라..!



Un ricordo indimenticabile di un viaggio_ISOLA U-DO
Il 18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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