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9. 2023

시에나, 살아 숨 쉬는 중세의 화석

-SIENA, 중세의 시간이 멈춘 도시


파고들면 들수록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역사의 현장.. 시에나도 다를 바 없었다.


   서기 2023년 4월 18일 오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시에나에서 건져온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그곳에는 여행 당시 챙기지 못한 자료들이 꿈틀꿈틀.. 마치 화석이 부활한 듯한 느낌을 강하게 느끼는 것이다. 화석이 부활하면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을까.. 우선 지난 여정 <시에나의 달콤한 속살 맛보기> 편을 돌아보며 살아 숨 쉬는 중세의 화석을 만나보기로 한다.



   지난 여정 <SIENA, 중세의 시간이 멈춘 도시> 편에서 피렌체서 시에나까지 이어지는 도로 사정 등을 잠시 엿봤다. 피렌체는 우리가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곳이며 소원을 이룬 곳이다. 어느 날 하니와 함께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Stazione di Santa Maria Novella) 앞을 지나친 건 시에나로 떠나기 위해 역전 근처에 위치한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 중이었다. 처음 피렌체와 시에나를 여행하시는 분들을 위해 경로를 표시해 두었다. 


   자료사진에 표시된 것처럼 퓌렌쩨서부터 시에나로 가는 시간은 대략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시에나는 대략 5만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 토스카니 지방의 수도이다. 기록에 따르면 이 도시는 뛰어난 역사적 예술적 정치적 유산을 지닌 중세 도시의 모습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그런 까닭에 1995년 역사적 중심지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Nel 1995 il suo centro storico è stato inserito dall'UNESCO nel Patrimonio dell'umanità)



피렌체를 다녀가신 분들은 잘 아실 것이다. 시에나는 평지에서 아르노 강(Fiume Arno)을 끼고 있는 퓌렌쩨와 달리, 남쪽으로는 아르비아 강(fiumi Arbia)의 계곡 사이에 있는 넓은 언덕 위에 건설된 특이한 도시이다.


오늘날 유명세를 타고 있는 퓌렌쩨 두오모(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가 시에나 두오모(Cattedrale metropolitana di Santa Maria Assunta)를 모델 삼아 건축했다고 하므로, 당시 퓌렌쩨 공국의 시샘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이 간다. 교황청의 권력 앞에 아부를 일삼던 토후족들은 예나 지금이나 어디를 가나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시에나에는 1472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Banca Monte dei Paschi di Siena)의 본거지이며, 정치 문화적 예술적 중심지라는 역사가 잠시 후에 우리 앞에 등장하며 여행자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르네상스의 고도 퓌렌쩨서 남긴 기록들 전부를..



시에나, 살아 숨 쉬는 중세의 화석

-SIENA, 중세의 시간이 멈춘 도시



관련 포스트 앞에서 살펴본 시에나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어서 자료를 뒤적거리니 그곳에는 시에나가 단지 시간이 멈춘 중세의 도시가 아니라 까마득히 오래 전의 로마 탄생 전설이 묻어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탄생설화가 그것이다. 그래서 현존하는 로마와 시에나의 지리적 위치를 찾아봤다.



시에나-로마까지 거리와 오늘날의 지동차 이동경로를 표시한 구글어스의 지도는 매우 간결하다. 위 경로는 대략 260km가 넘으며 자동차로 이동할 때 3시간을 훌쩍 넘기는 거리이다. 그렇지만 로마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로물루스와 레무스(Romulus e Remus_Romolo e Remo)의 전설은 꽤 먼 거리에 위치한 시에나까지 걸쳐있다. 그래서 자료를 뒤적이며 어떤 전설이 숨겨져 있는지 차근차근 알아보기로 했다. 사에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Romolo e Remo


Romolo e Remo (o, secondo alcuni autori antichi, Romo) sono, nella tradizione mitologica romana, due fratelli gemelli, uno dei quali, Romolo, fu il fondatore eponimo della città di Roma e suo primo re. 

La data di fondazione è indicata per tradizione al 21 aprile 753 a.C. (detto anche Natale di Roma e giorno delle Palilie). Secondo la leggenda, erano figli di Rea Silvia (Rhea Silvia), discendente di Enea, e di Marte



로마 신화에 따르면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두 명의 쌍둥이 형제이며, 그중 한 명은 로마시의 설립자이자 첫 번째 왕이었다. 설립일은  기원전 753년 4월 21일로 기록되어 있으며, 잔설에 따르면 이들은 아네아스(Enea)의 자손인 레아 실비아(Rea Silvia)와 화성의 자손이었다.



고대 로마의 위대한 정치가이자 장군인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Quintus Fabius Maximus_Quinto Fabio Massimo Verrucoso)의 설에 따른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 아에네아스(Aeneas)의 후손은 로마의 남동쪽에 위치한 알바 롱가(Alba longa)라는 지역에 정착하여 살았다. 누미또레(Numitore)와 아물리우스 (Amulius)라는 형제는 씨족의 상속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동생인 아물리우스는 누미토르의 장자권을 무시하고 무력을 써서 씨족의 우두머리가 된 후, 심지어 형의 딸내미 레아 실비아(Rhea Sivia, 혹은 일리아 Ilia) 베스타 신전(tempio di vesta Roma)의 제사장으로 삼아 결혼을 못하게 함으로써 누미토르의 가계의 씨를 말리려고 했다. 신전의 제사장은 성직자라는 종교적 위치 덕분에 사회에서는 존경받았지만, 평생 동정과 신전의 불을 지킬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물로스와 레무스는 빨라티노(Palatino) 언덕에서 늑대에게 길러졌다고 전해진다. 아우구스투스(Imperator Caesar divi filius Augustus)를 시작으로 로마황제들이 여기에서 살기를 좋아했으며 그 궁전의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가축을 치는 시종 파우스툴루스(돼지치기)는 갓난아이들을 제거하라는 아물리우스의 명에 따라 쌍둥이를 바구니에 담아 테베레(Tevere) 강에 띄워 보냈다. 



한편 비탄에 잠긴 실비아는 테베레 강에 투신자살 하였다고 한다. 아이들을 실은 바구니는 얼마 후 강가로 떠밀려가 멈추어 섰다. 때마침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늑대 어미는 칭얼거리는 아이들에게 젖을 물렸으며, 그리고 딱따구리가 다른 먹을 것을 날아 주었다고 한다. 



이런 전설이 믿기시나 모르겠다. 그렇지만 당시 로마인들은 여러 전설들 가운데 이 전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전하며 실제로 오늘날 로마의 중심은 빨라티노 언덕이 중심이 되고 있다. 바로 곁에 꼴로세오(Colosseo, 콜로세움)가 지어져 오늘날까지 로마를 기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에나의 배경을 설명하는 가운데 삐딱선을 타고 로마 건국신화까지 거슬러 올라간 이유는 다름 아니다. 시에나를 방문하여 시내 중심으로 이동하면 그곳에 로마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늑대와 두 아이를 묘사한 조각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는 길을 따라가면 머지않아 시에나 중심에 위치한 깜뽀 광장 (Piazza del Campo)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다시 시에나를 등지고 돌아올 때까지 로마의 건국신화를 조금이라도 맛을 보면 시에나 공국을 시샘한 피렌체 공국의 야비한 짓거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나 할까.. 역사 속에 등장하는 흥망성쇠 뒤안길에는 먹고 먹히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전설을 빙자하여 사실을 조작하거나 미화하는 일이 흔하다.



여러 자료들을 열어보며 시에나를 랜선투어를 하는 동안 시에나는 살아 숨 쉬는 중세의 화석이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고도 혹은 내가 좋아하는 미켈란젤로의 도시로 불리지만 실상은 스토리텔링만 가득한 곳이며, 시에나는 중세의 향기가 곳곳에 폴폴 풍기는 것이다.



마침내  깜뽀 광장 (Piazza del Campo)에 도착했다. 깜뽀 광장의 둘레는 333m이고 우뚝 솟아있는 탑 또르레 델 만지아(Palazzo Pubblico e la Torre del Mangia)은 벽돌로 지어진 것으로 88m에 이른다. 중세의 리뽀 멤미(Lippo Memmi)가 디자인하고  뻬루지니 무치오(perugini Muccio)가 지었다.



까마득한 중세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엊그제 상량식(上樑式)을 마친 듯 반듯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내려본다.



시에나를 찾는 사람들은 이 광장에서 쉼을 얻은 다음 시내 중심 곳곳을 돌아보게 된다.



그때 쉽게 만날 수 있는 로마의 건국신화 주인공들을 조각한 작품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로마 중심으로부터 꽤 먼 거리에 위치한 시에나에 로마 건국신화의 흔적이 있다는 게 재밌고 놀랍다.



우리도 깜뽀 광장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 늑대와 두 아이를 생각하며 환인(桓因)과 그 아들 환웅(桓雄), 그리고 환웅의 아들인 단군에 이르기까지의 삼대에 걸친 단군신화가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일까.. 



   글을 끼적거리는 동안 로마 건국신화 나름 살펴보니 우리의 신화가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 삼국유사에 등장한 "바람의 신(風神), 비의 신(雨神), 구름신(雲神) 등을 거느리고 곡식과 목숨과 질병과 형벌제도와 선악의 구별 등을 다스리며 인간세상의 삼백예순 일들을 갈무리하였다"는 기록대로라면, 환웅은 일찌가ㅏㅁ치 세상에 K-문화를 빛내고 있는 사실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믿을만하거나 당신이 좋아할 만한 문화에 빠져드는 게 아닐까.. 아무튼 중세의 풍모를 잘 간직한 시에나 때문에 모처럼 우리의 신화까지 엿보고 있다. <계속> 


Fossile medievale che respira_Siena, Toscana in ITALIA
Il 19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우도, 섬 속의 섬 비양도의 야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