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5. 2023

파타고니아, 어린이 닮은 어른이 둘

-Hornopirén,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감동의 순간들


어린이들과 천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초보적이자 쉽지 않은 어른이들의 마음..?!!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진 이곳은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에 위치한 북부 파타고니아의 오르노삐렌 삼각주의 모습이다. 하니와 나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숙소를 비워두고 바닷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우기와 건기가 자리 바꿈을 할 때 생기는 매우 특별한 경관이 연출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도 당시에 기록된 사진첩을 열어보면 당시의 감동이 마구 밀려든다. 



신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매우 특별한 감정의 현상.. 우리는 기뻐도 눈물 좋아도 눈물 분노의 눈물 슬퍼도 눈물.. 돌이켜 보면 살아가는 동안에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런 현상을 나름 이해하기 위해 <그 바다에 맛조개가 산다> 편에 썼던 기록을 들추어 본다.



바다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이나 낚시꾼들에게 물때만큼 중요한 게 없다. 어릴 때 바닷가나 강가로 놀러 다녔을 때도 어른들로부터 학습한 물때를 확인 후 다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노인의 모습이 그러한 것 같았다. 물때를 알아야 바닷물이 저만치 빠져나가 광활한 개펄을 드러내면 조개며 낚지 등 해산물을 채집할 수 있는 것이다. 물때를 다시 한번 더 복습하면 이러하다.





파타고니아, 어린이 닮은 어른이 둘

-Hornopirén,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감동의 순간들


   주지하다시피 바다는 물이 불어서 해안선까지 밀려왔다가 다시 빠져나간다. 또 한 번 물이 들어왔다가 다시 한 반 나간다. 하룻만에 생기는 일이다. 이 같은 일은 대략 여섯 시간 간격으로 벌어진다. 옛사람들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들물' 혹은 '물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바닷물이 밀려 들어온다 하여 '밀물'이라고 불렀다. 그런가 하면 '물이 나간다'거나 '물이 썬다'라고 해서 '날물' 혹은 '썰물'이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밀물과 들물은 같은 말이다. 그리고 바다는 하루에 두 번 물이 들었다가, 두 번 물이 나가는 것이다. 물이 최고로 많이 들어왔을 때가 만조라 부르고, 가장 많이 나갔을 때를 간조로 부른다. 이 같은 차이를 '조수 간만의 차'라고 학습한 바 있다. 동해안이나 남해안보다 유독 서해안이 이 간만의 차가 극심하다. 물때는 음력 기준으로 대략 15일 만에 다시 반복되곤 한다. 



만조에서 간조를 거쳐 다시 만조가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2시간(정확히 11시간 20분 정도) 주기로 한 바퀴 돌게 된다. 즉 조금에서 사리를 거치면서 다시 조금에 이르기까지 걸리는데 15일이 필요한 것이다. 이 과정은 1 물, 2 물, 3 물, 4 물, 5 물, 6 물, 7 물(사리), 8 물, 9 물, 10 물, 11 물, 12 물, 13 물, 14 물, 15 물(조금)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주기를 선조님들께선 한물, 두메, 무릎 사리, 배꼽 사리, 가슴 사리, 턱 사리, 한사리, 목사리, 어깨 사리, 허리 사리, 한 꺾기, 두꺽기, 선조금, 앉은 조금, 한조금으로 불렀다. 참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물 두메로 다시 이어지는 게 바다의 살아있는 변화무쌍한 모습이다. 




간조 때의 오르노빠렌 삼각주는 매우 특별한 풍경을 연출한다.



바닷물에 잠겨있던 삼각주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곳에 매생이를 닮은 해초들이 물결에 따라 이런저런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를 테면 해님과 달님이 연출한 비구상 작품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파타고니아 여행 중 어느 날 하니와 나는 운 좋게도 조물주가 연출한 작품 속에서 아이들 마냥 좋아했다.



안데스 독수리들이 식사를 마친 풍경을 제외하면 우리가 발도장을 찍은 삼각주 곳곳은 딴 세상이었다.



우리는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한동안 잊고 살았던 동심이 가슴 깊숙이 찾아들었다.



삼각주에는 하니와 나.. 둘 뿐이었다.



만약 우리 곁에 여러분들이 있었다면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은 반감되었을 게 틀림없다.



어른이 되면 어린이와 달리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랄까..



유소년 기를 거쳐 청년기와 장년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서서히 동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그게 어른이란다.



이때부터 불행이 도둑처럼 찾아들게 되는 것이랄까..



우리는 세상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칙으로 무장하여 세상을 살아간다. 금수저 흙수저를 가리지 않고 보다 잘 먹고 잘 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사는 동안 인생의 유효기간이 다가오게 된다.



   서기 2023년 5월 4일 오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당시를 회상 하니 우리는 아이들처럼 기뻐하며 행복했다. 



삼각주 위에는 우리 두 사람 외 바람과 구름과 한낮의 볕과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오르노삐랜 화산과 안데스가 전부였다.  어린이날 연휴 전야에 돌아본 행복했던 오래된 우리의 추억들..



처음 보는 광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그 빈자리를 찾아든 잃어버렸던 동심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어른이들은 동심을 말하면서 정작 당신의 가슴속에는 동심이 자취를 감추었거니 감추고 살아간다.



그때 느끼는 상실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너무도 뻔한 이치 앞에서 망설이는 어른이들..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북부 파타고니아에 발을 들여놓으면 동심의 세계가 주는 하늘만큼 땅만큼 크고 넓으며 귀한 선물을 받게 된다. 간조 때 속살을 드러낸 삼각주의 본래 모습.. 당신이 가슴에 품고 살던 짐을 모두 내려놓으니 지상최고의 작품은 물론 천상의 곱고 귀한 모습의 동심이 여행자를 더불어 행복하게 만든다. 


누군가 당신의 가슴을 들여다보기 전에 가식의 경험칙과 알량한 지식 모두를 내려놓으면... 천사의 모습 그대로인 어린이의 동심을 따라 천국에 이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린이날 연휴에 그런 시간이 오시면 얼마나 좋을까.. 


Un mare di incredibili meraviglie_Hornopirén Patagonia in CILE
Il 05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우도, 개 행복한 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