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우도 긴 잠에서 깨어나다
우도에 감추어진 비경은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것일까..?!!
우도 하우목동 항구를 다녀온 여객선이 성산 항으로 입항하는 풍경.. 그 뒤 수평선 위로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우도가 보인다.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형상의 섬이라는 것으로 시작해, 우도팔경으로 불리는 주간명월. 야항어범(낮과 밤), 천진관산. 지두청사(하늘과 땅), 전포망대. 후해석벽(앞과 뒤), 동안경굴. 서빈백사(동과 서) 등이 그것이다. 또 영화 시월애, 인어공주 등 우도는 영화촬영지로 명성을 날린 바 있다. 우도는 그렇게 자기 모습을 타인을 통해 뭍으로 알려지고 있었던 것. 이 기록은 <환상의 섬 우도 긴 잠에서 깨어나다> 편에 썼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도의 비경은 주로 이러하다.
그런데.. 어느 날 우도를 탐사(출사)하면서부터 우도의 진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우도가 우리를 충족시켜줄 2%만 더 있었다면 우도에 눌러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도에는 두 개의 항구가 있다. 천진항과 하우목동항.. 20분 남짓 짧은 항해를 마치고 우도에 발을 들여놓으면 우리가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비경이 펼쳐진다.
바람에 술렁대며 서걱대는 갈색 밀밭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밀밭이 부파인더에 담긴 때는 딱 이맘때(5월 13일)이자 우도에 심취해 있을 때였다.
우채꽃들이 드문드문 피어있는 틈 사이로 불규칙적인 경계석이 우도를 두르고 있다.
오래전 유소년기 때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밀밭..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 자취와 흔적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는데 우도에서는 그 귀한 풍경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비경 중에 비경 우도의 밀밭..!
우도의 밀밭은 관광객들이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발견되는 지근거리에 있다.
제주도 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우도는 다른 관광지에 비해 수가 적다고 하지만, 한 해 평균 대략 100만 명 정도가 찾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1/7이 우도를 다녀가는 것. 만약 우도의 교통편이 보다 편리했다면 우도는 사람들의 발길로 인해 본래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기우였다. 다행한 일인지. 제주를 찾는 사람들의 일정 속에서 우도는 오래 머무는 섬이 아니었다. 제주 여행을 떠나려면 여행 일 수 대비 비용을 참조해야 하므로 자주 찾지 못하는 제주여행 속에서 우도는 그냥 한 번쯤 거쳐가야 하는 곳쯤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었던 것. 그러나 우도가 과연 그렇게 단 번에 스쳐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매력이 덜한 곳일까.
우도 곳곳을 섭렵하면서 나를 엄습한 갈증은 딱 하나였다.
우도에는 그 흔한 도랑이나 시냇물을 볼 수 없는 곳이었다. 빗물을 받아놓은 작은 물웅덩이는 눈에 띄지만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볼 수없었다. 우도 사람들은 그렇게 척박한 땅에서 억척같이 살아왔던 것이랄까..
우도의 식수난을 부추기는 풍경이 바람에 술렁이며 서걱대는 밀밭의 고독함이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시냇물은 보이지 않아도 우도에 가면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진다. 어떻게 된 일일까..
우도의 식수난이 해결되기 시작한 때는 서기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터저널에 따르면 제주도는 ‘우도’에 해저 상수관이 연결돼 고질적인 식수난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기사를 송고한 시점은 서기 2008년 9월 1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우도의 식수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 본 섬과 우도를 연결하는 해저 상수관 3.1㎞ 설치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불과 최근의 일이다.
관련 기사를 좀 더 들여다볼까.. 도는 이에 따라 12월부터 내년 말까지 70억 원을 들여 구좌읍 종달 포구 인근에서 우도면 ‘홍도단괴’ 북쪽 해안까지 해저 3.1㎞에 상수도 관로를 연결한다. 이어 2010년에는 30억 원을 더 들여 우도면 4개 마을에 총연장 10.2㎞의 육상 상수도관을 매설해 모두 698 가구 1천600여 명의 주민에게 제주 본섬의 ‘맛있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래된 늬우스..
지금 우도에 가시는 분들은 이런 사정을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도의 속사정을 안다면 우도는 더욱 귀하게 다가올 것이며, 우도 사람들의 식량이 되어준 밀밭의 값어치는 물론 이맘때 우도를 수놓는 비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 홀로 숨어 우는 밀밭의 서걱임..
이맘때.. 우도 최고의 비경은 뭐니 뭐니 해도 바람에 흔들리며 누렇게 익어가는 밀밭이 아닌가 싶다.
우도의 여러 절경들 가운데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비경 중에 비경..
서기 2023년 5월 8일 아침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열어본 우도 여행 사진첩 속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뿔리아 주는 이탈리아의 여러 유명 포도산지와 다름없는 곳이자 원조격에 해당하는 귀한 땅이다. 그중 이탈리아의 대표 선수 중에 하나인 파스타의 주원료인 듀럼밀(Durum) 세몰리나(Semolina) 주산지이다. 요즘 뿔리아 주 내륙을 여행하면 우도의 밀밭처럼 쉽게 눈에 띄는 풍경이다.
바닷가에 휘몰아치는 파도 소리나 밀밭이 서로 몸을 비벼대며 서걱대는 소리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겠지..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그들이 부르는 5월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법. 진정한 해갈은 목을 축이는 물맛이 아니라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비경이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나절이다.
Un ricordo indimenticabile di un viaggio_ISOLA U-DO
Il 08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