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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5. 2023

Chaitén, 피할 수 없는 운명 즐겨야

-칠레, 차이텐 화산과 뿌말린 국립공원 여행기


부활이 가능한 경우의 수 딱 하나..?!!



   울창했던 숲이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춘 이곳은 남미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에 위치한 차이텐 화산(Volcán Chaitén)이라는 곳이다. 하니와 나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출발하여 오르노삐렌과 주변의 명소들을 둘러보고 차이텐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칠레의 뿌말린 국립공원이 지근거리에 있으며 차이텐은 칠로에 섬을 바라보고 있는 인구 1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도시였다.



위 지도를 참조하면 뿌에르또 몬뜨로부터 챠이텐까지 가리는 대략 240km이며 거의 8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곳이다. 여행 당시를 생각하니 까마득 하지만 엊그제 다녀온 듯 생생한 건 또 뭔가.. 



그런 도시가 어느 날(2009년 2월 18일) 화산 폭발을 일으키며 이곳에 살던 주민 다수(대략 80% 이상)가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따라서 도시는 텅텅 빈 죽음의 도시처럼 변하고 말았다. 그와 함께 로스 라고스 주 빠레나 지역의 도청 소재지도 동시에 사라지고 말았다. (ex-capoluogo della Provincia di Palena nella Regione di Los Lagos.)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는 울창한 숲이 정글을 이루고 있었던 곳이며 뿔마린 국립공원이었다.



Parco Pumalín


Quasi inesplorati dall’uomo, questi terreni caratterizzati da una foresta temperata umida sono stati dichiarati Santuari della Natura. Percorri i suoi sentieri attrezzati per lunghi viaggi, pratica trekking e canyoning tra i suoi fiordi e fai campeggio ai piedi di isolate cascate segrete.


Esplora a cavallo il vulcano Michimauda e addentrati tra i suoi frondosi boschi di larici attraverso percorsi e ponti di legno che percorrono questo magico luogo. Aguzza la vista, il parco accoglie un gran numero di uccelli che vanno dalle gazze e fenicotteri fino ad imponenti condor.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에 위치한 빠르꼬 뿔마린 국립공원은 다습한 온대숲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며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그 가운데 탐방로를 따라가면 숨겨진 비경(폭포)을 만날 수 있으며, 나무 통로와 다리를 지나면 마법의 장소가 등장한다.(곧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숲 속에는 플라밍고와 독수리 등 수많은 조류들이 살아가는 서식처이기도 하다. (번역: 역자 주)



이날 우리는 차이텐에서 숙소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버스 터미널 주변에 있는 민박집은 빈자리가 없었다. 민박집마다 손님이 가득 차 있어서 이곳저곳을 수소문 한 끝에 화산폭발로 폐허가 된 도시 한쪽에 위치한 살림집을 얻게 되었다. 그곳은 한 아주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흔쾌히 방 하나를 내주었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파타고니아 여행 중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행운이 찾아드는 게 아닌가.. 그 아주머니는 주로 시내에서 낮에는 알바를 하고 있었고 저녁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 쉬면서 아침이 되면 다시 일터로 나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여행자에게 집 열쇠를 맡기는 게 아닌가..  



그런 어느 날 시내서 영국인 출신 한 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는 우리에게 좋은 곳을 안내해 주겠다며 다짜고짜로 미니버스에 올라타게 하고 당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하니가 "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하며 피식 웃었다. 나도 덩달아 웃었지만 지켜보기로 했다. 차이텐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여정 <Chaitén, 파타고니아의 잊힌 명소> 편에 이렇게 썼다. 지난 여정에 이어 차이텐 화산이 남긴 부활의 흔적을 따라가 본다.



Chaitén, 피할 수 없는 운명 즐겨야

-칠레, 차이텐 화산과 뿌말린 국립공원 여행기



   서기 2023년 5월 15일 새벽(현지시각)에 일어나 차이텐 화산이 남긴 흔적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어느 날 화산 폭발을 일으키며 화산재가 삼킨 숲 속에 부활의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되며 숲이 본래를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화산재가 곳곳에 켜켜이 쌓였지만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이 생명을 잉태하고 있었다.



조물주가 만든 세상은 참으로 신묘막측하다. 불에 타 생명이 살아날 수 없을 것 같지만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서서히 부활하고 있는 현장..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라고 말한다.



하느님의 아들로 일컫는 '예수'가 어느 날 다시 살아난 기적 같은 일을 부활이라고 말한다. 개신교에서는 이런 일을 사도신경에 옮기고 신자들이 달달 외우게 하는 한편 예배 전후에 함께 읊조린다. 이렇게..



사도신경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 외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 하는 것과,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아멘.



한 때 얼마나 부활의 종교에 심취했던지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없이 내 속에서 울림이 있었다.



어떤 목회자는 당신의 믿음을 강조하는 자리에서 죄 사함을 받기 위한 고백 등을 말하며 신자들을 다독거렸다.


그 가운데 내가 잊지 못하는 설교가 있었다.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이며 믿는 자들은 그 누구도 부활을 한다는 차마 믿기지 않는 주장 사실이 설교에 녹아있었다. 그런 가운데 "전능하신 하느님의 아들이라면서 죽긴 왜 죽어..ㅜ"라는 발칙한 생각도 든 것이다. 



누구든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나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그런 어느 날 목사님의 설교가 가슴에 콕 박혔다.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이 33년인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차이텐 화산 분화구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며 묵상을 이어갔다.



바이블을 한 번이라도 통독(결코 쉽지않은 일이다)해 본 사람들은 구약이나 신약에 대해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할 것이며 주제가 무엇인지 알게된다. 당신이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린 사건은 이미 계획된 일이었으며 이를 통해 부활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랄까..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 숙제를 당신이 해내신 것이다. 


당신이 사람들로부터 위대함을 누리고 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천년만년 살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상은 길게 살아봤자 100년 적어도 8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면 이 세상을 등지게 된다.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 이러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부활을 할 수 있을까..



그 숙제를 예수님이 푼 것이다. 어떻게.. 죽어야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것!!



차이텐 화산을 돌아보는 동안 많은 기록들을 남겼다.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면 이 화산이 남긴 흔적들은 허무함으로 가득 찼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열심히 생명을 잉태하고 키웠던 정글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보다 긍정적인 부활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기적의 현장이자 우리네 삶의 교훈이 묻어난다. 머리 싸매고 고민할 것도 지지고 볶고 싸울 일도 없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일 때는 그저 즐겨야 하지 않을까.. 


Viaggio tra il vulcano Chaitén e ll Parco Nazionale Pumalín_CILE
Il 15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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